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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Sep 18. 2023

나이가 들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세요

조금은 이기적인 것이 좋다.

40대에 파킨슨 병 선고를 받아 22년째인 정신과의사 김혜남 교수의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전자책 '밀리의 서재'로 읽었습니다. 늘 서점에 나가서 책을 고르고 필요 이상으로 사서 집에 돌아와 책 표지를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볼에 대면 스스로 괜히 기분이 즐거웠습니다. 책표지에서 느끼는 감촉이 참 좋았습니다. 퇴직 후엔 책을 구입하는 것이 많이 줄었습니다. 어느 선배께선 퇴직하면 제일 먼저 집에 있는 책을 3분의 1로 팍 줄이라고 충고도 했습니다. 책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는 책을 구입하는 그 자체를 좋아했기에 매월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가끔 시내 서점에 가서 책을 가득 사가지고 돌아올 때 그렇게도 세상이 좋았거든요. 하지만 이젠 그런 생각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집안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대형 책장들이 짐처럼 느껴집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거실 벽들과 방방에 서 있는 책장들이 오히려 부담이 되네요. 그래서 누군가가 추천해 준 '밀리의 서재'라는 사이트를 발견한 뒤 웬만하면 컴퓨터 화면에서 이 책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밀리의 서재가 매월 9900원 부담하면 그 많은 책들을 전자책으로 볼 수 있지요. 진짜 엄청난 세상입니다. 지금까지 시내 서점에 직접 가서 책을 고르고 사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지만, 이젠 퇴직 후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책 구입을 위한 비용 지출은 망설여지고, 오랜 세월 관성처럼 해온 독서를 멈출 수는 없는 상태에서 '밀리의 서재'를 만났으니까요. 한때는 전자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기도 했습니다.


우리 같은 기성세대는 그래도 종이책을 읽는 것이 익숙한데다, 만약 전부 전자책을 읽게 되면 종이책 출판사가 안 그래도 불황인데 얼마나 고통을 겪게 될까도 생각했지요. 오지랖 넓은 생각일까요. 그런데 이젠 나이가 들어 남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골머리를 앓거나 쓸데없는 걱정하는 것도 썩 그리 좋지 않더라고요. 그냥 세상 흘러가는 대로 몸과 마음을 실고 그렇게 살아가려 합니다. 김혜남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제 자신의 지난 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전문성을 갖춘 탁월한 김 교수의 뛰어난 학업 성적이나 연구 성과가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숱한 정신 치료 사례를 겪은 내용을 중심으로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제 마음에 깊이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이제부터라도 남 일은 신경을 덜 쓰고, 남의 시선은 그만 의식하고 우리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추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 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데 있다는 점이지요. 스스로 행복하면 되는데, 굳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타인의 생각을 의식하니 내 인생이 괜히 초라해지고 불행하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또한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에 다른 사람의 뛰어난 행적이나. 엄청난 부(富)를 접하면 괜히 기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지금 제 옆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 3남매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이 저 자신인데, 남과 왜 비교하며 스스로 열등감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장모님께서 살아 생전에 이런 말씀 해주신 것이 떠올랐습니다.


"이보게 인생살이 별 거 없다네.  천석꾼 천 석 걱정, 만석꾼 만 석 걱정이라.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부자로 보여도 그 집안에 들어가면 걱정꺼리도 산(山)만 하다네. 지금처럼 아~들 하고 재미나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네."


당시엔 장모님 말씀에 깊이 공감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서로의 생각 방점이 달랐지요. 장모님은 지금 현재 삶에 대해 만족하고  가족들을 건사하면서 행복을 느끼라고 하셨을 테고, 전 시골에서 부잣집인 처가도 걱정이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했었지요. 제가 어리석었던 것입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제가 가진 '돈'이 비록 적어도 우리 가족이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으로 고맙게 생각하려 합니다.


한때는 전자책을 읽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였습니다. 그렇게 전자책 일변도의 독서가 이 사회에 널리 퍼진다면 출판업계는 안 그래도 불황인데 더욱 큰 어려뭄을 겪지 않을까 걱정도 하였습니다.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제 마음을 알아 줄 리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생각해 보면 그건 괜히 남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남 걱정할 것이 아니라 현재 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전자책을 많이 읽으면 그것대로 출판업계에 도움이 되겠지요. 그리고 오프라인 서점도 스스로 불황의 상황을 타개할 고민을 해야 하겠지요. 그런 걱정들을 왜 제가 끌어당겨서 걱정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시내 서점에 직접 가서 책을 고르고 손바닥으로 표지의 촉감을 느끼며 좋아하는 것은 변치 않습니다. 그러다가도 집에 돌아오는 도중에 버스 안에서 갑자기 생각난 책이 있으면 곧장 집에 도착하여 전자책을 검색하여 다운받아 읽는 것도 행복이라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나이가 들면 남이 아닌 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가끔은 이기적인 생각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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