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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Sep 28. 2023

시내 버스 안에서

시내에서 헌혈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시내버스에 올라 탔습니다. 2개월마다 한 번씩 400ml전혈 헌혈을 하는데, 1년에 5번까지 할 수 있지요. 건강 체크 겸 혈액 기부 목적으로 두 달마다 헌혈을 해왔습니다. 이제 같은 곳에 자주 가니까 직원들이 제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 줍니다. 어제는 헌혈한 후 잠시 앉아 대기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 여학생 두 명이 재잘거리며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까 헌혈한 학생은 소파에 기대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고, 따라온 친구는 헌혈자에게 주는 비스켓과 음료수를 혼자 맛있게 먹고 있어서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헌혈한 사람에게 준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제가 그 여학생을 불렀습니다. 


"둘이 친구인 것 같은데, 내가 받은 비스킷도 줄까. 음료수도 같이 먹어. 친구 헌혈한다고 따라온 친구도 참 고마운 사람인데, 정작 피를 뽑은 저 사람은 왜 먹지 않고 둘이 참 재미있네."


둘이 갑자기 까르르 웃는데 참으로 예쁩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제가 주는 비스킷과 음료수를 '감사합니다'란 말과 함께 받아갑니다. 둘이 다시 동시에 감사의 인사를 보내 줍니다. 헌혈하면서 살펴 보니 학생들 또는 젊은 세대가 많이 참여하는 것 같았습니다. 50대 60대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들어서면 자원봉사하는 학생도 상담하는 분도 실제로 채혈하는 분도 더욱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 걱정 없이 보이는 여학생들이 참 이쁩니다. ㅎㅎ. 오지랖 넓게 앞으로도 자주 헌혈하러 오라고 권했지요. 그들도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나가네요. 


저도 그곳을 떠나 시내버스에 올라탔는데, 가장 뒷쪽만 자리가 나란히 있네요. 그래서 앉았는데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꽤 연로하신 할머니 몇 분이 탔습니다. 대략 보기에 80대 후반, 그리고 그분을 부축하는 70대 두 분이 탔는데, 버스 안은 만석이었습니다. 세 분이 버스 가운데로 걸어오자 어느 여성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보합니다. 그런데 자리를 양보하는 분도 몸이 조금 불편한지 자리를 양보하자마자 좌석에 기대어 섭니다. 제 자리를 양보하려 해도 그분들이 여기까지 오시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듯하여 고민이더군요. 그런데 제 옆 남자 고등학생과 세 줄 앞에 앉은 남학생이 친구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에 다가가서 말했지요.


"얘야. 혹시 저 뒤에 앉은 학생 친구 맞제? 둘이 앉을래. 나와 자리 바꿔도 되겠제. 그기 좋겠제?"


그러자 그 학생도 기꺼이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제서야 제가 버스 가운데 좌석으로 가서 불편하게 기대어 선 할머니를 모시고 와서 앉으시라고 권했습니다. 정말 고마워하십니다. 저야 서서 가는 것이 괜찮지만 연로하신 할머니들이 흔들리는 시내 버스에서 서서 가는 것이 정말 불편하거든요. 조금 더 가니까 남학생들이 내린다면서 저에게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다른 할머니 두 분도 자리에 앉아 편하게 간다면서 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줍니다.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요즘은 시내버스를 자주 타는 편인데, 연로하신 분께 자리를 양보하시는 분은 학생도 아니고 젊은이도 아니고 50대 60대 분들이더군요. 헌혈은 젊은 세대가 많이 하고 버스 안에선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좌석 양보를 많이 합니다. 물론 제가 볼 때만 그렇 수도 있지요. 어쨌든 이렇게 서로 서로 양보하고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연로해집니다. 남이 고생을 외면하지 말고 기꺼이 도와주는 마음이 이 사회에 가득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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