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의멸친(大義滅親)

대의를 위해 아들을 죽인 대부 석작(石碏)

by 길엽

대의멸친(大義滅親)에 대해 알아볼까요. 대의를 위해서는 친족이 죄를 지어도 멸한다는 뜻이지요. 나라나 민족의 이익을 위한 일에는 부모나 형제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춘추좌씨전 (春秋左氏傳)』』 은공(隱公) 四年 秋(BC 719)篇에 이런 기록이 나옵니다.


9月, 위(衛)나라 사람들이 우재(右宰)인 축(丑)에게 복(濮)에서 주우(州吁)를 죽이는 것을 감독(監督)하게 했다. 석작(石碏)은 그의 가신 누양견(獳羊肩)을 시켜 진(陳)에서 석후(石厚)를 죽이는 것을 감독하게 했다. 군자는 말한다. “석작은 충순하고 독실한 신하이다. 주우를 미워하여 아들 석후도 함께 죽였다. 대의멸친은 바로 이를 이름한 것인가.”


九月, 衛人使右宰丑莅殺州吁於濮. 石碏使其宰獳羊肩莅殺石厚於陳. 君子曰, 石碏, 純臣也, 惡州吁而厚與焉. 大義滅親, 其是之謂乎.



충신 석작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아들인 석후를 죽인 사건입니다. 당시 이 대의멸친이란 고사성어가 어떻게 춘추좌씨전에 언급되었는지 그 배경이 되는 사건을 따라가 볼까요.


춘추좌씨전 노나라 은공(隱公) 3년 조에 나오는 사건입니다. 위(衛)나라의 장공(莊公)은 제(齊)나라의 태자인 득신(得臣)의 누이 장강(莊姜)을 정부인으로 맞았으나 아들이 없었습니다. 위장공은 또 진(陳)나라에서 여규(厲嬀)를 아내로 맞이하여 아들 효백(孝伯)을 낳았으나 효백이 일찍 죽었버립니다. 그리고 여규(厲嬀)의 여동생 대규(戴嬀)가 환공(桓公) 완(完)을 낳자 장강은 환공을 자기의 아들로 삼았습니다. 훗날 위장공이 죽고 대규가 낳은 아들 환공도 모반으로 피살당하자 장강(莊姜)이 대규를 친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장강의 사람됨됨이가 이렇게 훌륭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슬하에 자식이 없었지요.


『시경(詩經)春秋左氏傳)』』 「위풍(衛風」 석인(碩人)에 등장하는 석인이 바로 위의 장강을 가리킵니다. <모시서(毛詩序)>에 따르면 ‘석인(碩人)’은 장강(莊姜)을 걱정한 시(詩)다. ‘장공(莊公)이 사랑하는 첩에게 미혹되어 첩을 교만하게 시켜서 위로 참람했는데도, 장강이 어질어서 대응(對應)하지 않았지만 끝내 자식이 없었다. 그러므로 나라 사람들이 그것을 걱정하고 근심하였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장강은 자식이 없었고, 그후 장공이 대규(戴嬀)를 맞아 환공(桓公)을 낳으니 장강은 환공을 아들로 삼아 키웁니다. 장강이 자신의 배로 낳은 자식이 아니지만 지극정성으로 환공을 길러서 사람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장공이 또 다시 애첩을 얻어 주우(州旴)를 얻게 되는데, 이 주우가 문제의 인물입니다.


애첩 자식인 주우를 장공이 유난히 좋아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 됩니다. 주우가 어린 시절부터 전쟁놀이와 무예에만 지나치게 즐기는데, 장공이 금하지 않아서 주우가 방자한 아이로 성장합니다. 장강이 주우를 미워하지요. 이에 현명한 대부(大夫) 석작(石碏)이 간언하는데 그중 핵심은 이 문장입니다.


臣聞愛子, 教之以義方, 弗納於邪.

신이 듣건대 ‘자식을 사랑하되 의로운 방법으로 가르쳐서 사악한 길에 들어가지 않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부 석작의 간곡한 간언에도 장공은 듣지 않고 주우를 방치합니다. 더욱이 석작의 아들 석후(石厚)마저 주우와 어울려 다닙니다. 아버지 석작의 말도 듣지 않고 말이지요. 시간이 흘러서 조정 내에 모반이 일어납니다. 주우가 위환공(衛桓公)을 시해하고 스스로 군주로 등극하려 합니다. 함께 역모를 일으킨 석후를 상대부 자리에 앉히지요. 하지만 주우는 백성들의 민심을 얻지 못합니다.


이에 석작의 아들 석후가 군주의 지위를 안정시킬 방법에 대해 아버지에게 묻자 석작이 말했다.

“천자를 만나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자 아들 석후가

“어떻게 하면 천자를 뵐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석작이 답하였다.

“진(陳)의 환공은 천자의 총애를 받고 있고, 진(陳)과 위(衛)는 화목한 사이니 환공에게 부탁하면 성사될 것이다.”

그리하여 석후와 주우가 진나라로 갑니다. 그때 석작이 미리 사자를 몰래 진나라로 보냅니다.


그러자 석작은 사자를 진나라에 보내어 말했다. 사신 편에 아래 글을 써서 보냅니다.


“위나라는 작은 나라이고, 대부에서 물러난 저는 늙어빠져 있어 무슨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이 두 사람은 군주를 시해한 자들이니, 그들을 바로 죽여주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衛國褊小 老夫耄矣 無能爲也. 此二人者 實弑寡君 敢卽圖之.”


진나라에서 두 사람을 잡아 죽이는 일에 위나라에서 누군가 입회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우재 추를 보내어 복 땅에서 주우를 죽이는 것에 입회했고, 석작은 가신 누양견을 보내 아들 석후를 죽이는 일에 입회하게 합니다.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아들과 주우의 모반 때문에 희생당한 진환공(陳桓公)을 위해 일을 도모하였지요. 결국 결국 대의(大義)를 위해 주우를 처형하고 한통속인 자기 아들 석후까지 죽이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춘추좌씨전에서는 이 같은 석작의 결정을 두고 ‘대의멸친(大義滅親)’이라고 칭송하였습니다.



그렇게 위나라에서는 진나라로 사람을 보내 두 사람을 처단하게 하였고, 환공의 동생인 진(晉)을 왕위에 세웠는데 그가 위선공(衛宣公)입니다. 그 와중에 위나라 대신들이 석작에게 아들은 너그럽게 처분하자고 건의했으나 석작이 단호하게 거절하고 처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석작의 설명입니다.


“아들 석후에게 어려서부터 주우와 가까이 하지 말라고 타일렀지만, 방탕한 생활이 몸에 배서

만약 살아남는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오.”


『춘추좌씨전 (春秋左氏傳)』』을 쓴 좌구명(左丘明)은 “대의를 위해 육친의 정을 버린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大義滅親 其是之謂乎.” 라며 호평(好評)을 했습니다.


자식의 잘못을 어떻게 시정할 것인가는 세상의 부모 모두에게 주어지는 숙제이지요. 석작처럼 자신의 아들을 죽인다는 것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좀 그렇지만, 자식의 잘못에 대해서는 부모로서 무작정 감싸고 도는 것은 좋지 않을 듯합니다. 작가님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KakaoTalk_20231009_122431590.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