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면 잘못을 쉽게 고칩니다
잔소리도 현명하게
대안학교에 가는 날이면 매일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께서 제가 출근하지 않는 날에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십니다. 여기에 오는 학생들이 일반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생활에 문제가 많은 편이지요.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좀 심해서 뭔가 지적을 하기도 하지요.
여기 대안학교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이 많습니다. 일반계 학생처럼 학교 규칙을 성실하게 지키지 않는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지요. 그런데도 이곳 선생님들 정말 열성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생활 태도가 정말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도저히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여기 젊은 선생님들이 날마다 노력을 많이 하신 덕분에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작년보다 훨씬 용이합니다.
저야 아이들 얼굴 보는 날이 극히 적기 때문에 아이들과 충돌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이 보기에 아주 연로한 저에게 무슨 시비를 걸기도 어렵겠다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는 아이가 교무실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다가 제가 들어서니까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합니다. 이 아이는 선생님들에 부담을 주는가 봅니다. 그런데 저에겐 이 아이가 정말 공손하고 온순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잠깐 불렀습니다.
"00아. 오랜만이네. 니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하는 것이 참 보기 좋더라. 집에서 가정 교육을 잘 받았나 보다. 부모님께서 00이를 잘 키운 덕이제. 학교 생활 중에 인사를 잘 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진출하면 잘 되더구나. 넌 잘 될 거다. 지금처럼 잘 했으면 좋겠다. 잘 했어."
아이가 씩 미소를 짓습니다. 약간 쑥스러운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면서 다시 크게 인사를 하고 교실로 돌아갑니다. 그 아이가 가고 나서 앞에 계신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 아이가 작년만 해도 진짜 심하던데, 올해는 정말 많이 바꼈어요. 학교 생활도 예의 바르고 말을 해도 착하게 하네요. 1년 만에 저렇게 바뀌네요."
그 선생님께서 명시적으로 제가 잘 해서 학생의 생활 습관이 개선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지만, 꼭 저를 칭찬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ㅎㅎ.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사실 다른 선생님들도 노력을 많이 하시지만 지금 제 앞에 계신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셔서 졸업한 학생들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이라 해도 역시 선생님들이 많은 노력을 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힘들겠지요.
지난 주에는 다른 남학생 한 명이 꼭 제 이름을 말하면서 커피를 5잔이나 사가지고 왔더군요.
"여기 학교 오기 전 원적교 선생님들은 나를 잡아먹을 듯이 뭐라 하기만 하고 칭찬은 한 번도 안 했는데 여기 선생님들께선 저만 보면 잘 생겼다. 성실하다. 알바 열심히 해서 저축 잘 하니 멋지다 등등 정말 칭찬 많이 해주셨거든요.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 칭찬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감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제 스스로 반성도 했습니다. 제 잘못이 분명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
사람이 묘합니다. 칭찬을 하면 우선은 정말 기뻐합니다. 그런데 혼자 있는 시간에는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가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 습관을 고치려고 너무 진지하게 나무라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칭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칭찬 일변도보다 칭찬을 많이 하다가 한 가지 정도 시정해야 할 것을 슬쩍 언급하면 효과 만점입니다.
"00이는 ~가 좋다. ~을 잘 한다. ~점이 뛰어나다. ~대단하다." 등등으로 칭찬하면서 한 마디 보탭니다.
"그렇게 잘 하는데, 비속어도 안 하면 진짜 좋을 것 같다."로 결론 내는 것이지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 학생이 생활 습관을 고치게 됩니다. 그렇게 상대방의 행동을 시정하게 하는 것이 나이 먹은 사람의 현명한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