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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r 18. 2024

내 책 팔고 싶으면 다른 사람 책부터 사줘야지요

지난 달 제 책 <불택(不擇)> 출판기념회 후에 지인들이 책이 많이 팔렸는지 가끔 물어봅니다. 저도 관심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짐짓 대범한 척합니다. 어쩌다 지인들이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와서 구매 신청했다고 알려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가 그냥 행복해집니다. 유명작가가 아니니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되긴 어렵고, 지나온 인생의 한번 정리하는 의미로 쓴 책이니 담담하게 생각하려 합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많이 팔리면 팔리는 대로 좋을 것이고, 설령 기대처럼 안 팔려도 조급할 필요가 없지요. 그래도 지인들에게 많이 사달라고 부탁하긴 합니다.

오늘 대안학교 출근하고 점심 식사를 한 뒤 병원에 가서 가벼운 치료를 받고 곧장 시내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예전부터 책 사는 것에는 유난히 재미를 느끼고 집에 가선 제대로 읽지 않았습니다. 서점에서 고를 때는 당장 다 읽어 내려갈 것 같은데, 막상 집에 오면 생각처럼 진도가 잘 안 나갑니다. 가방에 책을 가득 싸서 돌아오는길에 지인 한 분을 만났습니다. 우연히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가 제가 꼭 안고 있는 책들을 바라보더니, 한마디 합니다.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사가지고 갑니까. 본인 책이나 열심히 팔 생각 하시지 않고, 우짜든동 건강 잘 챙기시고 책 잘 팔리길 빕니다. 두 번째 책도 곧 출간하신다니 기대가 큽니다. 그래도 몸 상하지 않게 건강 잘 챙기시이소."


제가 말했지요.


"내 책 팔고 싶으면 다른 사람 책부터 먼저 많이 사줘야지요. 그런 마음으로 이렇게 사가지고 갑니다. 걱정해 주시고, 격려까지 하시니 큰힘이 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가볍게 악수하고 다시 헤어져 서로 갈 길을 걸어갑니다. 책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길에 이것 저것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정성이 가득한 책을 읽다 보면 제 책이 참 보잘것없고 얼마나 부족한지 실감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작가들의 수많은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너무 욕심만 부려서는 곤란하겠지요. 


다른 사람의 시각을 접할 때 아하!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할 때 제 자신이 성장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독서 경험도 그리 풍부하지 않았기에 유명 작가들처럼 세계 문학전집을 독파한 적도 없습니다만 책은 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좀더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였다면 지금쯤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면서 스스로를 반성도 합니다. 


그래도 출간작가가 되고 보니 자신도 모르게 뿌듯한 생각도 들게 됩니다. 다음 책 출판할 때는 좀더 깊은 사고로 풍부한 스토리텔러가 반영된 책을 쓰겠다고도 생각합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빼어난 문장들도 많이 활용하려 합니다. 특히 아주 세심하고 구체적인 묘사 글을 접할 때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치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 책보다 다른 작가들의 책을 많이 샀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려 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오히려 저의 부족한 점이 자꾸만 드러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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