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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Apr 23. 2024

채근담(菜根潭) 이야기

권력에 아첨하면 만고에 처량하다


채근담(菜根潭) 제일장(第1章)


棲守道德者寂寞一時(서수도덕자적막일시)

도덕을 지키는 사람은 한때만 적막하나,


依阿權勢者凄凉萬古(의아권세자처량만고)

권세에 의지하여 아첨하며 사는 사람은 만고에 처량하다.


達人觀物外之物(달인관물외지물)

달인은  물욕 밖의 진리를 보고


思身後之身(사신후지신)

죽은 뒤의 몸을 생각하니,


寧受一時之寂寞(영수일시지적막)

비롯 한때의 적막함을 겪을지라도


毋取萬古之凄凉(무취만고지처량)

영원히 처량함을 취하지 말라.


오래 전에 대학 다닐 적 어느 교수님이 당시 국회의원 전국구로 선출되어 정계로 진출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당시 군사독재 시절로 집권 여당의 전국구 의원으로 요즘 말로 비례대표였지요. 대학 교수가 연구실에서 평생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을 연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야 비난할 사항은 아니지만 당시 군사독재 세력의 집권 여당 전국구 의원이 된 것에 대해 우린 결코 박수를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끼리 둘러앉아 쑤근쑤근 그 교수님을 엄청 비난했습니다. 도대체 지성인으로서 어떻게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는가 하였지요. 어느 정당을 선택하든 그것은 오로지 그분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도 오직 그 교수님이 모두 져야 할 일이었지만 우리 학생들의 입장에선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었지요. 가끔 TV에 얼굴을 비치면서 상임위에서 질의와 응답을 하는 장면을 보고 왜 저분이 저기에 앉아 저런 수준낮은 질문을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어차피 그길을 선택했다면 좀더 깊이 공부하고 역량을 쌓아 그 분야에서 남들이 무시하지 못할 실력을 갖춘 뒤에 그것에 바탕하여 질문했다면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그렇게 전국구 국회의원을 한번 지내고 다시 대학으로 복귀하려 할 적에 대학생들이 강력 반대하여 강단으로 돌아오지 못 했지요.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한때 영화를 누리려다가 본인이 평생 쌓은 학업을 한번에 무너뜨린 모양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때 영화를 누리기 위해 권력에 빌붙어 아첨하다가 결국은 버림받고 세상 사람들 손가락질 받는 일이야 역사적으로 워낙 많았지요. 그런데 그 당사자는 그것이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공명심에 젖고 부귀영화에만 눈이 멀어 버리면 결국 만고에 처량한 신세가 되는 것이 안닐까 싶습니다. 홍자성의 채근담 제1장 <권력에 아첨하면 만고에 처량하다>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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