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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y 02. 2024

군자는 재주를 감추어야 하고

채근담(菜根潭) 전집(前集) 제3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군자(君子)니 소인(小人)이니 하는 구시대적인 단어나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고전을 읽으면서  축자적인 의미의 군자나 소인에 머무르지 말고 시대를 초월하는 교훈을 얻는다는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홍자성의 <채근담>도 아주 괜찮은 텍스트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 방법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폰이 세상을 지배하고 우리의 대뇌가 SNS에 포위된 현실에서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린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고독과 외로움의 의미가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만 제가 보기엔 그게 그것 같습니다. 어쨌든 타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다 보면 남의 가슴에 상처가 된다든지 남에게 불편을 끼치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설령 남에게 불편을 주는 차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눈꼴사나운 행동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공동체 사회에서 바람직한 처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름다운 마음과 덕스런 행동은 남들이 알게 되어 본받으면 좋겠지만, 알량한 재주를 남에게 자랑하는 행동은 썩 보기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채근담 제3장엔 군자의 행동에서 어떤 것은 남이 알면 좋고, 어떤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는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래 문장을 한번 볼까요.




君子之心事 天靑日白 不可使人不知


군자의 마음은 하늘처럼 푸르고 태양처럼 빛나 사람으로 하여금 모르지 않게 할 것이요,


君子之才華 玉韞珠藏 不可使人易知 

                 (옥온주장)


군자의 뛰어난 재주는 옥이 바위 속에 박혀 있고 구슬이 바다에 감추어져 있듯이 남들로 하여금 쉽게 알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군자의 깨끗하고 밝은 마음은 청천백일처럼 드러내어 남에게 알게 할 것이나, 그의 재능은 보석처럼 깊이 간직해 함부로 드러내어서는 안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조그만 재주라도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채근담 저자 홍자성은 군자라면 그런 알량한 재주는 숨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무리 PR 시대라곤 하지만 어설픈 재주를 자랑하면 오히려 그것이 사람을 영 볼품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립니다. 진짜 없어 보인다는 것이지요. 군자도 그 재주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는데 하물려 평범한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갑자기 노자(老子)가 공자(孔子)에게 일러주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공자와 같은 위대한 성인에게 노자가 충고하였다니 이해가 잘 안 가겠지만, 노자가 보기엔 공자도 충고 대상이었던가 봅니다. 지인 중에 최근에 노자(老子)에 깊이 빠져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지인은 저에게 틈나면 노자 스터디에 함께 하자고 권유하지만 제 삶이 조금은 바쁜 탓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말입니다. 노자가 공자에게 한 말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 나옵니다.


君子得其時則駕, 不得其時則蓬累而行. 吾聞之, 良賈深藏若虛, 君子盛德容貌若愚, 去者之驕氣多欲, 態色與淫志, 是皆無益於子之身, 吾所以告子, 若是已而.

군자가 적절한 때를 만나면 벼슬하여 마차를 타고, 제 때를 만나지 못하면 쑥대처럼 바람 부는 대로 떠돌아다닌다오. 내가 듣기에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이 감춰 놓고 없는 듯이 하고, 군자는 많은 덕을 지니고 있더라도 용모를 바보처럼 하고 산다고 한다. 그대의 교만과 많은 욕심 그리고 잘난 체하는 태도와 지나친 志向을 버릴 것이니 이러한 것들은 모두 그대 자신에게 무익한 것이오. 내가 그대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오."
 
훌륭한 상인은 깊이 감추어 놓고 없는 듯이 숨기고 어설픈 상인은 돈자랑 하느라 재앙을 맞는다고 하지요. 신용을 쌓아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받는 것이 훌륭한 상인의 길이거늘, 돈 조금 모았다고 사람들에게 소리나게 자랑하는 심보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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