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어서

졸업생 제자 한 명이 최근 후쿠오카 현지에 지점을 개설하고 직원들 몇이 다음 달에 현지로 가서 근무를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오래 전부터 시모노세키에서 터를 잡고 있던 또 다른 졸업생과 급히 통화를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제가 근무한 학교 동문이기 때문에 제가 중간에서 연결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영업을 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진입장벽이 높고 거래를 트는 것에는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 졸업생처럼 현지에 진출하여 영업을 하는 것이 만만찮은 일이기에 제가 개입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도쿄에서 15년 전부터 일본 전국 각지에 사무실을 개설하면서 나름 성공한 제3의 졸업생은 후쿠오카 현지 창고가 있어서 이번에 현지 진출하는 동문에게 큰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세 졸업생 모두 알고 있는 터라 제가 개입하여 상호 연결해주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그림이었지요. 

후쿠오카에 처음 진출하는 졸업생이 너무나 감사해하기에 제가 말했지요. 

"00아. 처음에 현지 들어갈 때는 기대감도 있어서 무조건 성공할 듯하지만 내가 아는 지인들 중에 현지에서 식당을 열었다가 실패한 사람도 있어서 걱정이 되는구나. 00아 그래도 이번에 네가 현지에 들어가 영업을 시작하고 구매선을 구하는데 현지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동문을 연결할 수 있어서 오히려 내가 보람을 느낀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니. 00아 지금까지 네가 나를 늘 챙겨주어 늘 고마움이 가득했는데, 이렇게나마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여기에 있을 때 하나라도 더 꼼꼼하게 잘 챙겨 현지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겠구나. 00아 꼭 성공하길 바란다."

한 곳에서 32년 근무하고 정년퇴직해도 졸업생들과 인연이 계속 이어지니 이런 역할도 하게 되네요. 앞으로도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졸업생들 중에 불행한 일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 운명적으로 그렇게 다사다난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졸업식 당일 마지막 종례 시간에 꼭 그런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들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성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 중에 여러분의 성공을, 질투나 시기 없이 성공을 빌어주는 존재가 둘 있는데, 여러분의 어머니와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꼭 성공하면 연락주길 바란다. 만약 실패하면 다시 성공하기 위해 일어서고 친구가 어려움에 처하면 여러분이 서로 손을 뻗어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 모두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들 모두 성공을 위한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나의 솔직한 마음은 여러분이 모두 성공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상!"

그렇게 종례하고 아이들들 대학으로 사회로 보냈지만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길에서 가끔 우연히 만나는 졸업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악수하면서 근황을 물어보면 갑자기 얼굴빛이 어두워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얼른 화제를 바꿉니다. 그 졸업생도 하루 하루 사는 것이 힘들 텐데, 저까지 괜히 근황을 꼬치꼬치 물으면 관심이 아니라 고통을 주는 듯해서요. 그래도 길에서 어쩌다가 마주치면 졸업생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 줄 때는 고맙기도 하고 저 아이들을 위해 내가 뭘 도와줄까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두고 두고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 제 생활 신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