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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칼럼] "어차피 걱정은 인생의 동반자다"

by 길엽


멈추지 않는 걱정의 연쇄


걱정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걱정하는 당사자는 피로에 지쳐도 걱정 자체는 끝없이 계속된다. 새로운 걱정이 끊임없이 같은 사람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어제는 취업 면접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오늘은 월세 걱정에 시달리며, 내일은 가족의 안전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잠깐의 여유를 느끼지만, 이내 다른 근심이 그 빈자리를 차지한다.


우리는 자주 착각에 빠진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걱정에 둔감해질 것이라고, 세월의 지혜가 불안감을 달래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연륜이 쌓일수록 걱정의 폭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진다. 청춘의 소박한 고민들이 이제는 복잡하고 무거운 짐으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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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의 순간에도 돌아오는 걱정



아무리 노력해서 문제를 풀어도 그것은 잠시뿐이고, 새로운 걱정이 다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걱정의 진짜 모습이다. 걱정은 없애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삶과 함께하는 동반자다. 마치 심장박동처럼 당연하게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이다.


구직 활동에 전전긍긍하던 청년은 직장을 얻고 나면 업무 스트레스를 걱정한다. 짝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사람은 연인을 만난 후 관계 유지를 걱정한다. 몸이 아파 걱정하던 사람은 회복 후 재발을 걱정하고, 은퇴를 준비한 사람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한다. 걱정은 이처럼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서 형태를 바꿔가며 함께 머물러 있다.



성공해도 새로운 걱정



목표를 달성한 사람도, 재산을 쌓은 사람도,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도 각각의 걱정을 품고 있다. 이는 깊이 새겨야 할 진실이다. 우리는 대체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상상한다. 충분한 부와 명성, 사랑이 있다면 모든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거부는 재산 손실을 두려워하고, 스타는 인기 하락을 걱정하며, 지도자는 권력 상실을 우려한다. 걱정의 규모나 성격만 달라질 뿐, 걱정 그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도리어 소유한 것이 많을수록 상실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성공의 절정에 선 사람들도 여전히 깊은 밤 뒤척이며 근심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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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인간과 공생하는 존재



이처럼 걱정은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함께 살아간다. 공생이라는 말이 어색할 수 있지만, 실제로 걱정은 우리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위험에서 우리를 지키려는 본능적 방어막이다. 걱정이 있어야 우리는 앞날을 대비하고, 위험을 감지하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려고 애쓴다.


걱정은 우리의 뇌가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정밀한 경보 체계다. 과거에는 야생동물의 위협이나 기후 변화를 걱정했다면, 지금은 경제적 위기나 사회적 관계를 걱정한다. 환경은 바뀌었지만 걱정하는 인간의 습성은 그대로다. 걱정은 우리가 사람이라는 표시이자, 생명력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누구나 경험하는 공통된 감정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나 혼자만의 불운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겪는 일이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당연한 현상이다. 이 깨달음은 매우 소중하다. 우리는 자주 혼자만 유난히 걱정이 많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질책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여유로워 보이는데 왜 나만 이렇게 초조한지 자책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걱정을 짊어지고 산다. 환하게 웃는 직장 동료도, 넉넉해 보이는 옆집 사람도, 잘나가는 것 같은 친구도 모두 자신만의 고민과 걱정을 안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바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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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될 수 없는 마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밤하늘의 초승달같이 완전히 차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힘들어도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 비유는 인간 존재의 핵심을 아름답게 담고 있다. 초승달은 절대 완전한 둥근 모양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바로 그 미완성이야말로 달의 매력이다.


우리의 내면도 똑같다. 완전히 만족되지 않는 허전함, 끝나지 않는 바람, 풀리지 않는 걱정들이 도리어 인간다운 모습을 만든다. 만약 모든 걱정이 없어지고 모든 욕망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걱정과 불안이 있어야 우리는 더 좋은 내일을 그리고, 계속해서 성장하려고 힘쓴다.



평온한 마음을 얻는 방법



그러므로 지나치게 신경 쓰고 얽매일 필요는 없다. 혼자라고 느끼거나 슬퍼할 이유도 없다. 걱정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걱정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걱정을 원수로 보지 말고 불편하지만 필요한 친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걱정이 다가올 때 '또 왔구나' 하며 차분히 받아들이자. 걱정을 밀어내려고 하지 말고 그 현실을 인정하자. 동시에 걱정에 완전히 지배당하지도 말자. 걱정은 우리의 한 면이지만 전체는 아니다. 걱정하는 마음 한쪽으로는 여전히 일상을 이어가고, 사람들과 만나고, 소소한 즐거움들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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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는 위안



이런 사실을 깨닫기만 해도 굳어있던 마음이 녹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인식은 큰 위안이 된다. 바로 이 시간에도 셀 수 없는 사람들이 각자의 걱정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과 나는 인간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 이 동질감이야말로 걱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가장 큰 힘이다.


걱정은 인간의 숙명이다. 그것을 거부하거나 창피해할 이유가 없다. 대신 걱정하는 자신을 다정하게 받아들이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과 배려를 건네자.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달랠 수 있다. 걱정이 있어야 우리는 더욱 사람답고, 그 사람다움이야말로 삶의 가장 귀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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