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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림이 없다

자신의 뿌리를 믿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고해진다

by 길엽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뻗거드니 꽃 좋고 열매 많으니"라는 용비어천가의 구절이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우리 각자에게는 남들이 볼 수 없는 뿌리가 있고, 그 뿌리의 깊이와 튼튼함이 우리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보이지 않는 뿌리의 힘


나무의 뿌리는 땅속 깊이 숨어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진짜 모습도 표면에 드러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가 타인을 바라볼 때 보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의 외모, 말투, 행동 정도다. 하지만 그 사람의 깊은 내면에 자리 잡은 신념, 가치관, 꿈과 희망, 상처와 아픔, 그리고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까지는 쉽게 알 수 없다.


이는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나의 겉모습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린다. 어떤 이는 나를 보고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 짓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너는 이것도 못해?"라며 능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평가들은 빙산의 일각만 보고 내린 성급한 결론일 뿐이다. 나라는 사람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넓게 뻗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만의 뿌리를 아는 것


내 안의 뿌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근본이자 정체성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신념,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소망이 바로 내 뿌리다. 이런 뿌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 깊이 있는 성찰,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단단해진다.


내가 품고 있는 목표와 꿈도 뿌리의 일부다. 남들이 보기에는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내가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유와 동기를 아는 것은 나뿐이다. 내가 지닌 가능성과 잠재력 또한 남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지금은 드러나지 않았을지라도, 적절한 시기와 기회가 왔을 때 그 힘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 바로 자신의 뿌리를 신뢰하는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세상에는 크고 작은 바람이 끊임없이 분다. 때로는 따뜻한 봄바람처럼 격려와 칭찬의 바람이 불기도 하고, 때로는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비난과 질타의 바람이 몰아치기도 한다. 하지만 뿌리가 깊은 나무는 어떤 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가지와 잎은 바람에 따라 흔들릴 수 있지만, 뿌리는 굳건히 제자리를 지킨다.


타인의 평가나 시선은 결국 잔바람에 불과하다. 그들은 나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 보고 판단을 내린다. 나의 과거도, 현재의 노력도, 미래의 계획도 모르면서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피상적인 평가에 일희일비할 이유는 없다. 상처받을 일도 아니고, 그들의 말에 휘둘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 그리고 내 뿌리를 얼마나 신뢰하느냐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귀 기울일 이유가 없고, 마음속에 담아둘 가치도 없다. 그런 말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자기 확신의 선순환


자신의 뿌리를 믿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고해진다. 처음에는 막연했던 자신감이 점점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목표를 향해 실질적인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작은 성취라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간다.


이런 과정은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자신을 믿으니까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니까 결과가 나오고, 결과가 나오니까 더욱 자신을 믿게 된다. 이렇게 반복되면서 자기 확신은 더욱 단단해진다. 처음에는 작은 도전이었던 것이 점점 더 큰 도전으로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넓혀간다.


남들이 "안 될 거야"라고 말할 때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미 자신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튼튼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자신감을 뒷받침하고, 현재의 노력이 미래의 성공을 준비한다. 이런 사람은 외부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과 속도로 성장해간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뿌리 깊은 나무가 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살아가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두 번째로는 꾸준한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뿌리를 가지고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세 번째로는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다. 뿌리가 깊어지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지루하고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견디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다. 빠른 결과를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긴 안목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진정한 자유를 향하여


뿌리 깊은 나무는 자유롭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향으로 꾸준히 성장한다.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간다. 이런 자유로움은 방종이나 이기주의와는 다르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확신에서 나오는 건강한 독립성이다.


내가 나를 믿을 때, 나는 비로소 온전한 내가 된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이나 틀에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 안의 고유한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상과 만나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실현이며, 행복한 삶의 출발점이다.


세상의 모든 바람이 나를 흔들려고 해도, 내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 뿌리 위에서 나는 더 높이, 더 넓게 자라갈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림이 없고, 그래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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