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칼럼] "자신도 모르는 자기
학대"

우린 일상 속에서 이렇게 자해하고 있다.

by 길엽


우리는 매일 자신을 해치는 행동을 한다. 그것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밤늦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새벽 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폭식으로 달래며, 기분이 우울하면 충동적으로 쇼핑카트를 채운다. 이런 행동들이 일시적으로는 위안을 주지만, 반복되면서 우리 자신을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수면을 빼앗는 작은 화면


잠자리에 들면서 "조금만 더"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되뇌었는지 모른다. 스마트폰 화면 속 끝없는 콘텐츠들이 우리의 수면 시간을 조금씩 훔쳐간다. 유튜브 영상 하나가 끝나면 추천 영상이 기다리고, 소셜미디어를 스크롤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 2시가 되어 있다.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숨어있다. 잠들면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될 것이고, 그 일상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잠드는 순간을 미루고 싶어한다. 하지만 수면 부족은 다음 날의 컨디션을 망치고, 결국 더 큰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감정을 삼키는 식탁


스트레스가 쌓이면 입맛부터 변한다. 평소보다 더 맵고, 더 짜고, 더 달콤한 음식을 찾게 된다. 화가 나면 매운 음식으로, 우울하면 단 음식으로 감정을 달래려 한다. 음식은 일시적으로 감정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 강한 자극이 순간적으로 다른 감정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사 패턴이 반복되면 몸과 마음 모두 상처를 입는다. 과도한 염분과 당분 섭취는 건강을 해치고, 음식으로 감정을 해결하려는 습관은 진짜 문제를 가려버린다. 배가 부르면 잠시 마음도 채워진 듯하지만, 소화가 끝나면 근본적인 허기는 그대로 남아있다.



빈 마음을 채우는 쇼핑카트


기분이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쇼핑몰 앱을 열게 된다.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는 순간의 설렘과 소유욕이 일시적으로 공허함을 메워준다.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의 기대감, 포장을 뜯는 순간의 즐거움이 마치 작은 선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쇼핑도 감정적 해결책일 뿐이다. 물건을 사는 순간의 만족감은 금세 사라지고, 집 안에는 필요 없는 물건들이 쌓여간다. 경제적 부담도 늘어나고, 정작 마음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적당함의 경계를 찾아서


물론 이런 행동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적당한 휴식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건강한 감정 해소 방법이다.


핵심은 '적당함'에 있다. 문제는 이런 행동들이 원인도 모른 채 과도해질 때 시작된다.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수면 시간을 침범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식사가 폭식으로 변하며, 기분 전환을 위한 쇼핑이 충동구매로 이어질 때 자기학대가 시작된다.



마음의 허기를 제대로 채우는 법


이런 행동들의 공통점은 모두 순간적인 충동과 자극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일시적인 도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진짜 필요한 것은 자신을 제대로 아끼고 보듬는 시간이다.


마음의 허기를 제대로 채우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금 느끼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왜 공허함을 느끼는지,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정의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자극적인 해결책을 시도해도 허기는 계속 남아있다.



건강한 자기 돌봄의 시작


진정한 자기 돌봄은 순간적인 만족이 아니라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한다. 충분한 수면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몸을 챙기며, 진짜 필요한 것들로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은 습관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잠들기 한 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음식 대신 산책이나 운동을 시도하며, 쇼핑 욕구가 생겼을 때는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자신과의 진정한 화해


결국 이런 행동들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달래려고만 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기 사랑은 당장의 만족보다는 장기적인 행복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기학대는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같은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오늘 밤부터 스마트폰을 일찍 내려놓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몸이 원하는 것보다 마음이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보자. 쇼핑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때는 정말 그 물건이 필요한지, 아니면 다른 감정을 채우려는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자기돌봄 #감정조절 #건강한습관 #스마트폰중독 #스트레스관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