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는 웃음을 띠고 있지만 가슴 속에서는 울음이 치밀어 오른다.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도 억지로 입꼴리를 올리고 있다. 마치 괜찮은 척하는 것이 예의인 것처럼,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배려인 것처럼 말이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퇴근길에 친구와 만나서도 "회사 일이 좀 힘들긴 한데 뭐 어쩌겠어, 하하"라며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지만 괜찮다는 듯이 연기를 계속한다. 연인과 이별한 후 가족들에게 "괜찮다, 오히려 잘된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도 혼자 있을 때마다 무너져 내린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픔을 숨기고 슬픔을 감추며 억지로 웃음을 짓는 것. 그것이 어느새 우리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숨겨진 진짜 감정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울음을 참는 것에 익숙해졌을까. 슬픔을 감추고 아픔을 숨기는 것이 성숙함의 표시라고 여기게 되었을까.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우리는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순간에도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눈치를 본다. 과연 여기서 울어도 될까, 이 사람 앞에서 무너져도 될까, 나의 연약함을 보여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참는 쪽을 선택한다.
하지만 참고 있는 눈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댐에 갇힌 물처럼 계속해서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는 터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더욱 무섭다. 한 번 터지면 그동안 참고 견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서, 통제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더욱 꽉 막아두려 한다.
사실 눈물을 참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억지로 웃으면서 힘든 이야기를 하는 것,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조절하는 것, 눈물이 맺히지 않게 계속 깜빡이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더욱 지치게 만든다. 정작 슬픔 자체보다 그 슬픔을 숨기려는 노력이 더 큰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토록 울음을 참으려 할까. 아마도 울음이 약함의 표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어른이 되면서 울음은 어린아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울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상황들이 늘어난다.
직장에서는 프로페셔널해야 하고, 가족 앞에서는 든든해야 하고, 친구들 앞에서는 밝아야 한다. 각자가 맡은 역할들이 있고, 그 역할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래서 정작 나 자신을 위로할 시간과 공간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가끔은 그 웃음 뒤에 숨겨진 진짜 감정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해주는 사람.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된다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제야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터져 나온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의 표현이다. 슬플 때 슬프다고 말하고, 힘들 때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감정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당연한 것들을 참아야 할 것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참고 있는 눈물은 독이 된다. 계속 쌓이고 쌓이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썩어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때에 터져 나와서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당황하게 만든다. 그래서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울음은 치유의 과정이다. 눈물을 통해 우리는 마음 속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씻어낸다. 울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비가 내린 후 공기가 맑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더 이상 울음을 참지 말자. 웃음 뒤에 숨겨진 눈물을 억지로 막아두지 말자. 슬플 때는 슬프다고 말하고, 힘들 때는 힘들다고 표현하자.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고, 건강한 감정 표현이다.
물론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울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에게만은 솔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 한두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들 앞에서는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강해 보이기를 요구하지만, 때로는 약해져도 괜찮다. 완벽해 보이기를 바라지만, 때로는 무너져도 괜찮다. 그런 모습들이 모두 모여서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웃음 뒤에 눈물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바로 나일 수도 있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서로의 아픔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서로의 눈물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한결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건강한 감정 표현이다. 더 이상 웃음 뒤에 눈물을 숨기지 말고,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용기를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