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세 글자만큼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말이 또 있을까. 이 말 앞에서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고 착각한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며, 사랑한다는 핑계로 상대방을 자신의 틀에 맞추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랑은 때로 사람을 다치게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그 사랑을 원하느냐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내가 베푸는 사랑이 아무리 순수하고 진실하다 할지라도, 받는 사람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닌 폭력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어머니를 둔 친구가 있었다. 그 어머니는 자녀교육에 열성적이었고,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하지만 정작 그 친구는 어머니의 교육방식을 아주 싫어했다. 친구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전혀 원하지 않는 수학, 영어,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배우러 다녀야 했다.
친구가 어머니에게 이런 것들을 배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다 너 좋으라고 하는 일인데, 어쩌면 내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다니"하고 섭섭해했다. 이 상황에서 누가 잘못된 것일까.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일까, 아니면 그 마음을 몰라주는 자녀일까.
친구는 최대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크게 틀어지고 말았다.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일이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을까. 연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로 상대방의 친구관계에 개입하고, "사랑하니까"라는 이유로 상대방의 취미나 관심사를 바꾸려 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며 아이의 진로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자녀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며 자신의 꿈을 포기한다.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사랑한다는 명분 아래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 내가 믿는 옳은 길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랑에는 수만 가지 표현 방식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랑이 반드시 상대가 원하는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 기준이 아닌 상대방의 기준으로, 내 마음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존중의 의미를 아는 사랑, 상대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이것은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넘어선다. 상대방의 선택을 인정하고, 그 선택이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지지해주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가더라도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을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이 내 기대와 다르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내 뜻대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때로는 침묵하는 것이 더 큰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친구와 어머니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만약 그 어머니가 자녀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였다면,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봤다면 어땠을까. 물론 부모로서 자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권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강요하는 것과 제안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진정한 사랑은 성숙함을 요구한다. 내 방식이 항상 옳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하고, 상대방도 나와 같은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하거나, 사랑받는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미성숙한 사랑이다.
성숙한 사랑은 기다릴 줄 안다. 상대방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상대방이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없이 지지하고 응원한다. 이것이 바로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사랑, 판단하지 않는 사랑, 강요하지 않는 사랑 말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지 말자. 대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것을 존중하자.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다. 사랑은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행복해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