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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칼럼] "진짜 행복은 덜 아픈 삶에 있다"

by 길엽



우리는 행복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화려한 여행, 맛있는 음식, 성취의 쾌감을 행복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만 베어보면 모든 착각이 사라진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도, 가장 아름다운 음악도 아픈 손가락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오직 그 고통만이 우리의 모든 감각을 지배한다.


고통이야말로 가장 즉각적이고 확실한 현실이다. 쾌락은 금세 사라지고 습관이 되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지만, 고통은 다르다. 고통은 우리를 완전히 사로잡는다.



작은 실패가 모든 것을 삼키는 현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진다. 99일은 평온했는데 하루의 큰 실패가 그 모든 좋은 시간을 무색하게 만든다. 건강했던 수십 년이 갑작스러운 병 앞에서 휘발된다. 쌓아온 재산과 명성이 한 번의 실수로 날아가면, 그동안의 성공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이는 우리 뇌가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결과다. 위험과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네가티비티 바이어스라고 부른다. 부정적 경험이 긍정적 경험보다 5배 이상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냉혹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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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삶에서 버티는 삶으로


여기서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인생을 '즐기는' 관점에서 '버티는'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 이 말이 절망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현실을 정확히 인식할 때 비로소 효과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쾌락을 쫓는 삶은 신기루를 쫓는 것과 같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고, 잡을 수 없다. 설령 잠시 잡는다 해도 금세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자극을 찾게 된다. 이것이 쾌락의 쳇바퀴다.


하지만 고통을 피하는 삶은 다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다. 건강을 해치지 않기, 인간관계에서 큰 갈등을 피하기, 재정적 파탄을 막기, 정신적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는 진정한 쾌락이란 고통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가 최고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고통 예방의 구체적 실천법


그렇다면 어떻게 고통을 예방할 수 있을까.


먼저 건강 관리가 최우선이다. 몸이 아프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작은 증상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예방이 치료보다 천 배 쉽다.


인간관계 관리도 중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외로움과 갈등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가져온다. 독성 있는 관계는 과감히 정리하고, 건강한 관계는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완벽한 관계는 없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는 만들 수 있다.


경제적 안정도 필수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돈의 부족은 확실히 불행을 가져다준다. 과소비를 피하고, 비상금을 마련하며,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해야 한다.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가난해지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정신 건강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스트레스 관리법을 배우고,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신호를 알아차려야 한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정신적 고통은 육체적 고통만큼이나 실재하고 심각하다.


마지막으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인생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보험에 가입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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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아픈 삶의 역설적 자유


여기까지 들으면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삶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고통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항상 불안에 떨며 사는 사람과 기본적인 안전망이 갖춰진 사람 중 누가 더 적극적으로 살 수 있을까. 고통이 없는 상태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창조적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서도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충족되어야 자아실현 욕구가 나타난다고 했다. 고통의 부재는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또한 고통을 피하는 삶이 쾌락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쾌락에 집착하지 않을 뿐이다. 좋은 일이 생기면 감사히 받아들이되, 그것에 의존하지는 않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유혹을 거부하라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추구하라고 속삭인다. SNS는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일상을 보여주며 우리를 자극한다. 광고는 새로운 상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유혹한다.


하지만 이런 외부의 목소리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보이는 완벽한 삶에 현혹되어 과도한 소비를 하거나, 무리한 도전을 하거나,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괴로워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현재 삶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행복의 길이다.


성숙한 행복의 정의


인생의 목표를 '최고의 쾌락'에서 '견딜 만한 고통'으로 바꾸는 순간,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실을 직시하는 성숙한 관점이다.


온몸이 건강한데도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깨달아야 한다. 특별히 좋은 일이 없어도, 나쁜 일만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것이다.


진짜 행복한 삶은 덜 아픈 삶이다. 큰 고통만 피해도 우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을 버티며 끝까지 살아남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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