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종종 이런 의문에 부딪힌다. 왜 훌륭한 사람이 늘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가? 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이가 때로는 불우한 처지에 머물고, 평범하거나 심지어 부족한 이가 높은 자리에 앉는 일이 벌어지는가?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사회가 안고 있는 영원한 역설이다.
품행이 훌륭한 사람이 벼슬길에 나아간다고 해서 항상 중용되지는 않는다. 이는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선한 일에는 선한 결과가 따른다"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현실에서는 그리 직선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훌륭한 품행은 분명 재능의 문제에 속한다. 도덕적 완결성, 성실함, 신의, 지혜 등은 모두 개인이 갖춘 내재적 자질이자 능력이다.
그러나 군주와의 만남 여부는 시운에 속한다. 여기서 말하는 군주는 단순히 옛날의 임금만을 뜻하지 않는다. 현대적 맥락에서 보면 상급자, 권력자, 의사결정권자 등 개인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모든 존재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재능이 뛰어나고 품행이 고결하다고 해서 반드시 존귀한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가 완전한 능력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순수한 능력주의 사회라면, 가장 유능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항상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첫째, 인간관계와 네트워킹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더라도 그것을 알아봐 줄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빛을 발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반대로 평범한 능력이라도 적절한 때에 적절한 사람을 만나면 예상보다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이는 운의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다.
둘째,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요구의 변화다. 어떤 시대에는 무력이 중요했고, 어떤 시대에는 학문이 중시되었으며, 또 다른 시대에는 상업적 수완이 주목받았다. 개인의 재능이 시대의 요구와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훌륭한 품행을 갖춘 선비가 난세에는 외면받을 수 있고, 용맹한 무장이 태평성대에는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셋째, 정치적 역학관계와 파벌의 영향이다. 조직이나 사회에는 항상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개인의 능력보다는 어느 편에 속해 있는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품행이나 능력보다는 정치적 감각이나 줄서기 능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능력이 보잘것없고 품행이 졸렬하다고 해서 반드시 비천해진다고도 할 수 없다. 이 또한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악한 일에는 악한 결과가 따른다"는 도덕적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다. 때로는 재능이 뛰어나고 품행이 고결해도 중용되지 못하거나 좌천되어 낮은 지위에 머문다. 역사상 수많은 현자들이 불우한 삶을 살았고, 뛰어난 학자나 예술가들이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하다가 사후에야 재평가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반대로 능력이 보잘것없고 품행이 졸렬해도 중용되어 뭇사람의 위에 오를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씁쓸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때로는 아첨과 아부가 정직함보다 더 빠른 출세의 길이 되기도 하고, 권모술수가 정도(正道)보다 더 효율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사회에서 관찰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품행을 닦고 재능을 기르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런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성숙한 인생관을 갖게 된다.
먼저 우리는 노력의 결과가 항상 예상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체념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동시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를 기려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품행과 능력을 기르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온전히 우리 손에 달린 일이 아니다.
또한 성공의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 세속적 지위나 명예만이 성공의 척도가 아니다. 내적 성장, 도덕적 완성, 진정한 행복, 타인에게 끼치는 긍정적 영향 등도 중요한 성취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록 외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내적으로는 충분히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현실적 지혜도 갖춰야 한다. 순수한 이상주의만으로는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 품행과 재능을 기르는 동시에 현실적 감각과 처세술도 익혀야 한다. 이는 타협이나 굴복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을 갖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불공정해 보이는 일들도 장기적으로는 균형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역사는 결국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올바른 평가를 내린다.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많은 인물들이 후대에 재평가받는 것이 그 증거다.
결국 품행과 성공 사이의 괴리는 인간 사회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에게 더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외적 성공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 균형감각을 기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용기와 인내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이자 성숙한 인생의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