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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인재: 중용과 좌천의 역설

재능과 덕망을 갖춘 인재가 반드시 중용되는 것은 아니다

by 길엽


역사를 돌아보면 재능과 덕망을 갖춘 인재가 반드시 중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뛰어난 현신이 폭군 아래에서 고초를 겪고, 평범한 재능의 소유자가 권세를 누리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권력의 본질과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구조적 문제다.


재능과 도덕성의 불일치


권력자와 신하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재능과 도덕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실 정치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반대로 고결한 인품을 지닌 자가 실무 능력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군주의 성향에 따라 신하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폭군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현신보다는 아첨하는 간신을 선호한다. 이때 현신의 충언은 거슬리는 소음으로 여겨지고, 간신의 감언이설은 듣기 좋은 음악으로 받아들여진다. 재능 있는 현신이 폭군 아래에서 고통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보잘것없는 재능의 군주 아래에서도 유능한 신하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군주가 신하의 뛰어남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결국 군주는 자신보다 뛰어나지 않은 인물들로 측근을 구성하려 하고, 진정으로 유능한 인재는 소외당한다.


영합과 아첨의 유혹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신하가 단순히 뛰어난 재주만으로 군주의 환심을 사는 현상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군주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만 사용한다. 군주가 원하는 말을 해주고, 군주가 듣고 싶어 하는 소리만 골라 전한다. 이런 신하들은 단기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에 해악을 끼치는 결과를 낳는다.


더 극단적인 예로는 재능도 능력도 없으면서 단지 외모나 기타 개인적 매력만으로 총애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권력자의 개인적 취향이 공적 판단을 압도하는 상황으로, 정치가 사사로운 감정에 좌우되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런 환경에서는 진정한 실력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伍子胥(오자서)와 백희(帛喜)의 교훈


백희(帛喜)는 大宰嚭(대재비)였는데, 太宰嚭(태재비). 태재는 관직명. 伯嚭(백비). 춘추시대 말기 초(楚)나라 사람. 자는 자여(子餘)다. 백희(帛喜) 또는 백희(白喜)로도 쓰인다. 초나라 대부(大夫) 백주려(伯州犁)의 손자다. 간신 비무기(費無忌)가 모함하여 아버지인 백극완을 영윤 낭와(囊瓦)에게 그의 일가족과 함께 살해하게 하여 오나라로 망명하였다. 오왕 부차는 백비를 정경(태재)으로 임명하였다.


伍子胥(오자서)는이름아 원(員)이며 자서(子胥)는 자(字)이다. 초나라 출신이나 아버지가 비무기(費無忌)의 흉계로 인하여 초 평왕(楚 平王)의 노여움을 사 아버지와 형이 처형되어 초나라를 탈출했다.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오나라로 망명하여 오왕 합려(闔閭)에게 등용되어 손무와 함께 초나라를 격파하고 복수를 하였으나, 오왕 합려가 죽고 아들인 부차(夫差)가 즉위하자 사이가 벌어지고 모함을 받아 자살하였다



오나라 부차 시대의 오자서와 백희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같은 군주를 섬겼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운명은 정반대로 갈렸다. 백희는 중용되어 권세를 누렸지만, 오자서는 결국 죽음을 당했다.


이 차이는 단순히 능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자서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며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충신이었다. 그는 부차에게 월나라를 경계하라고 거듭 충고했고, 서시를 멀리하라고 간언했다. 하지만 부차는 이런 충언을 귀찮아했고, 결국 오원을 제거했다. 반면 백희는 부차의 기분을 맞추는 데 능했고, 그 결과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현대적 시사점


이러한 역사적 교훈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실력 있는 직원이 상사의 비위를 거슬러 좌천당하고, 아부에 능한 직원이 승진하는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리더의 성향과 조직 문화가 인재 활용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비판적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혁신적 제안이 나오기 어렵다. 리더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안전한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진정한 리더십의 조건


결국 중요한 것은 리더의 안목과 도량이다. 진정한 리더라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충언이 비록 듣기 거북할지라도 그 속에 담긴 진심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아첨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판별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인재를 평가할 때는 단편적인 능력이나 개인적 호감도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종합적 역량을 봐야 한다. 당장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조직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정한 충신일 수 있다.


변화를 위한 성찰


중용과 좌천의 기준이 반드시 능력이나 도덕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현실은 씁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단순히 받아들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신이 오원의 입장에 있는지, 백희의 입장에 있는지 솔직하게 돌아봐야 한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오원이 되어야 할 순간이 있고, 때로는 현실적 판단으로 백희처럼 처신해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책임감이다.


조직의 리더라면 더욱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 주변에 오원 같은 사람이 있는지, 아니면 백희 같은 사람들만 둘러싸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만약 모든 부하직원들이 자신의 말에만 동조한다면, 그것은 건전한 조직의 모습이 아니다. 진정한 리더는 불편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역사는 결국 오원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월나라는 오나라를 멸망시켰고, 부차의 판단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현명한 충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대가를 온 나라가 치러야 했다.


오원과 백희의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는가? 당장의 편안함과 장기적인 이익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진정으로 필요한 인재를 알아보고 중용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성찰 없이는 우리 역시 부차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래는 이 책 출판한 동아출판사 제공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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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왕충(王充)은 후한 광무제 때 태어나 활동한 철학가이자 논설가다. 70여 년의 일생 동안 미미한 벼슬에 머물렀지만 날카로운 문장으로 세상의 잘못된 풍조를 질책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왕충은 견식이 천박한 유생들이 지나치게 서적의 장구에만 매달려 그 참뜻을 잃고 있다고 여겼고, 세상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진리에 대해서도 묻고 또 묻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다양하고 엄청난 분량의 독서를 통해 깊이 사색하기를 즐겼으며, 제아무리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문장일지라도 반드시 충분한 근거가 뒷받침되었는지를 먼저 살폈다. 나중에는 스스로 세상과의 교유를 끊고 은거해 오직 글쓰기에만 매달렸다. 대표적 저서로 『논형』 85편이 전해진다. 『논형』은 모두 20여 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집필에만 무려 30여 년이 걸린 역작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