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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칼럼] "눈물의 진실, 삶의 아이러니"

by 길엽


악어의 눈물, 그 오해의 시작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우리는 곧바로 거짓과 위선을 떠올린다. 이 관용구는 서양의 오래된 전설에서 유래했다. 중세 유럽인들은 악어가 먹이를 잡아먹으면서 마치 희생자를 불쌍히 여기는 듯 눈물을 흘린다고 믿었다. 14세기 영국의 여행가 존 맨더빌은 "악어는 사람을 잡아먹은 후 슬퍼하며 운다"고 기록했다. 이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등장하면서 '거짓 슬픔'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과학적 진실은 전혀 달랐다.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감정과는 무관한 순수한 생리현상이다. 악어는 입안에 침샘이 발달하지 않아 먹이를 삼키기 위해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수분에 의존한다. 또한 큰 먹이를 삼킬 때 턱을 크게 벌리면서 눈물샘이 압박받아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나온다. 악어에게는 아무런 악의도, 위선도 없었던 것이다.



의학이 밝혀낸 또 다른 악어의 눈물


흥미롭게도 의학계에는 '악어 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이라는 실제 질환이 존재한다. 정식 명칭은 '보고라드 증후군(Bogorad's Syndrome)'으로, 1926년 러시아 신경학자 보고라드가 처음 보고했다. 이 증후군은 안면신경 마비, 특히 벨 마비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데,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증상이 특징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침샘과 눈물샘이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안면신경이 손상된 후 재생 과정에서 신경 섬유가 잘못 연결되면, 침샘으로 가야 할 신경 신호가 눈물샘으로 전달되는 '신경 교차 현상'이 발생한다. 그 결과 음식을 씹거나 맛있는 음식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오게 된다. 환자들은 식사 때마다 손수건을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지만, 이 눈물 역시 감정과는 무관한 생리적 반응일 뿐이다.



동물도 감정의 눈물을 흘릴까


그렇다면 동물은 정말 감정적인 이유로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감정에 의한 눈물은 인간만의 특권이라고 믿었다. 대부분의 동물이 눈을 보호하기 위한 기초 눈물과 자극에 대한 반사 눈물은 분비하지만, 슬픔이나 기쁨 같은 감정 때문에 우는 것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찰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인도 코끼리가 새끼를 잃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관찰했다고 기록했다. 실제로 코끼리는 동료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애도 행동을 보인다. 죽은 동료의 뼈를 만지고, 코로 쓰다듬으며, 때로는 눈가가 젖어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태국의 한 코끼리 보호소에서는 학대받던 코끼리가 구조된 후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침팬지와 고릴라 같은 영장류도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유명한 고릴라 코코는 자신이 아끼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 수화로 "슬프다" "울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 비록 실제로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감정적 슬픔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인간 눈물의 복잡한 스펙트럼


인간의 눈물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우리는 신체적 고통, 정서적 슬픔, 벅찬 기쁨, 깊은 감동, 분노, 좌절 등 실로 다양한 이유로 눈물을 흘린다. 심지어 하품을 하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눈물이 난다.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는 『정념론』에서 독특한 눈물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인체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하는 증기가 굵은 시신경을 통해 눈으로 가장 많이 배출되며, 이것이 눈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피부로 나오면 땀이 되고, 눈으로 나오면 눈물이 되는 '증기의 배출' 이론이었다.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는 틀린 설명이지만, 눈물을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닌 신체 전체의 생리 현상으로 본 통찰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 과학은 눈물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기초 눈물로,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먼지를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둘째는 반사 눈물로, 양파를 썰거나 연기에 노출될 때처럼 외부 자극에 대한 방어 반응이다. 셋째가 바로 감정 눈물이다.


감정 눈물의 화학적 성분은 다른 눈물과 확연히 다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프로락틴이 높은 농도로 포함되어 있고, 천연 진통제인 엔케팔린도 들어 있다. 이는 울음이 단순한 감정 표출을 넘어 실제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적 치유를 돕는 생물학적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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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사회적 기능


눈물은 개인의 감정 표현을 넘어 중요한 사회적 기능도 수행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눈물이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기여한 적응 메커니즘이라고 본다. 아기의 울음은 보호자의 관심과 돌봄을 이끌어내고, 성인의 눈물은 공감과 연대를 불러일으킨다.


네덜란드 틸부르흐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얼굴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진실하고 신뢰할 만하며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된다. 눈물은 일종의 '정직 신호'로 작용하여,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냄으로써 타인의 공감과 지원을 얻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 특히 직장 환경에서 눈물은 종종 약함과 무능력의 표시로 여겨진다. 특히 남성의 눈물은 더욱 터부시되는데,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사회적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 이러한 억압은 정서적 건강에 해롭다.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거짓 눈물의 아이러니


'악어의 눈물'이 거짓의 상징이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악어는 그저 본능과 생리적 필요에 충실할 뿐인데, 정작 복잡한 감정과 고도의 인지 능력을 가진 인간이 의도적으로 거짓 눈물을 흘린다.


거짓 눈물은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처벌을 피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조작 수단으로 사용된다. 어린아이들도 일찍부터 이러한 '도구적 울음'을 학습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그것은 미성숙함의 표시이자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 형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정서적 전염' 현상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는 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경험을 한다. 영화를 보며 우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거울 뉴런의 작용으로,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공감 능력의 신경학적 기반이다.



눈물, 인간다움의 증표


눈물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고유한 특징 중 하나다. 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 공감의 눈물과 후회의 눈물, 그리움의 눈물과 안도의 눈물. 이 모든 눈물이 우리 삶의 깊이와 의미를 더한다.


일본의 '루이카츠(涙活)' 문화는 눈물의 긍정적 가치를 재발견한 흥미로운 사례다. '눈물 활동'이라는 뜻의 이 신조어는 의도적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영화나 책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바쁜 현대인들이 억눌렀던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눈물의 진정성이다. 악어가 흘리는 생리적 눈물이 오히려 더 순수하고 정직할 수 있다. 인간의 눈물이 때로는 계산되고 조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흘리는 이 눈물은 진심인가, 아니면 또 다른 '악어의 눈물'인가?


눈물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진정한 감정의 표현이라면, 눈물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고귀한 능력이다. 다만 그 눈물이 타인을 조종하거나 기만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악어는 아무 죄가 없다. 정직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인간의 눈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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