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엽 May 10. 2023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지니

5월 초 늦은 봄 햇살이 참으로 포근합니다. 아파트 현관 밖으로 걸어 주차장으로 나오니 햇살이 온몸에 가득 가득 내립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이 순간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햇살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니 반갑기만 합니다. 멀리 바닷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청량합니다. 세상의 행복을 모두 머금고 있는 듯한 푸른 바다입니다. 벤치 곁 푸른 잎이 솟아나오는 나무 곁에 기대어 서서 봄바람을 느끼며 바다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모두들 출근하여 바쁘게 일하고 있을 시간에 저는 이렇게 자연 속에서 여유로움을 한껏 누립니다. 어쩌면 지금껏 열심히 살았던 이유가 지금 이 여유를 누리기 위함인지요. 숲속을 가만히 바라보니 온갖 풀벌레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제 곁으로 다가옵니다. 풀잎들도 참으로 다양하게 앉았네요. 세상 만물상이 이곳에 가득 모여 우리네 인간 사회처럼 다양성을 보여 줍니다. 


누가 그랬지요. 한 평만 있으면 충분히 누울 자리가 된다고요. 물론 단 한 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각자에게 적절한 넓이를 가리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수십 평, 수백 평 아니 끝없는 욕심을 부리다가 그렇게 비참하게 이 세상을 하직하는 불쌍한 존재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세상 만물 중에 욕심에 한계가 없는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라고도 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정말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아파트 시가가 어느 정도인가요. 그렇게 수십 억 하는 아파트가 반드시 필요한가요. 물론 비싼 아파트가 값어치를 하겠지요. 하지만 그곳에 들어간다고 모두 행복할 것이라 보장할 수 있을까요. 

남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내 가족이 모여 저녁 밥을 맛있게 먹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집안이라면 그것이 최고의 행복입니다. 괜히 우리집보더 더 넓은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무작정 부러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옛날부터 말이 있습니다. 처가에 갔을 때 1남 6녀이니 가족이 오죽 많겠습니까. 게다가 혼인을 줄줄이 하던 시기였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떠들썩하니 어울릴 때 장모님은 그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 하셨지요. 



매년 12월 마지막 토요일은 딸과 사위들이 모두 처가에 모이기로 약속해서 몇 년 그렇게 했지요. 그렇게 모이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막내 아들에게 누나들 여섯이 노고를 치하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어린 올케에게 감사의 의미로 딸네들이 모은 돈을 흰 봉투에 담아 전합니다. 가장 위 처형이 나이 어린 올케에게 전하면 우리 모두 박수를 쳐서 환호했지요. 그러면 그간 고생이 많았을 처남댁이 감사 인사를 하다가 울컥 눈물을 쏟아버립니다. 너무 고맙다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몇 년 모임을 지속하다 장인 장모님께서 차례로 돌아가시면서 이젠 뜸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처남 부부와 조카들만 살고 있으니 딸 사위들이 처가 방문이 예전만큼 안 되더군요. 그래서 작년 2월에 저 혼자 차 안에 생선회를 두 박스를 가득 넣어 처가로 간 적이 있습니다. 상주 처가와 문경 셋째 동서 집까지 하루에 돌았습니다. 장인이 남겨놓은 전답이 꽤 많은 덕에 처남이 대형 양계장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를 크게 반겨주는 처남과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습니다. 하는 일이 잘 풀려 시골에서도 생활을 잘 하고 있노라고 너털웃음을 웃는 처남이 듬직했지요. 정말 열심히 생활하는 처남댁도 고맙기만 하였습니다. 


장인 장모님께서 유난히 저를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도 주고받습니다. 혼사나 장례식 같은 큰일이 있을 때 저에게 도장과 통장을 맡기면서 일처리를 하게 했고, 저 또한 그분들의 믿음에 부응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열심히 했지만 지금도 좀더 잘 해드릴 걸 하는 아쉬움도 분명 있습니다. 처가 형제들 중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아내를 가장 먼저 챙기는 처남이라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이지요. 처남과 처남댁이 불쑥 차를 타고 제 집까지 내려와 아내를 돌아보고 집에 갈 때는 병원비에 보태라고 저 몰래 아내에게 돈을 주었다는 것도 뒤에 알았지요. 처남이 매형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어디 그게 숨길 일인가요. 

이 세상에서 우리 가족에게 병원비하라고 돈을 주는 사람은 처남 딱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도 쉽지 않은 일을 처남이 해주었기에 저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이지만 그 마음씀에 정말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처가와 처남 이야기로 들어갔네요. 어차피 인생이 그런 거 아닙니까. 순조롭게 한 길로 죽 가던가요. 계회대로 가는 듯하다가 갑자기 샛길로 들어가서 도중에 돌아나옵니다. 어떨 때는 그 샛길로 계속 가서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기도 하지요. ㅎㅎ. 


아내의 건강 상태가 어떠냐는 것이 처남 전화의 일성이지요. 조금이라도 좋아졌다하면 정말 좋아합니다 .그렇게 처남이 좋아하면 저도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실제로 아내의 건강 상태가 2년 전보다 확실히 좋아지긴 했습니다. 완전히 예전처럼 돌아가진 못 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도 제 누나를 걱정해주는 처남을 보면서 진정한 형제애가 무엇인가를 실감합니다. 정초에 안부 인사를 하던 처남, 정말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로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처남의 첫 인사가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누나 어때요?"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처남 고맙네. 근데 고생은 내가 하는데 내 고생은 안 알아주고 누나 건강부터 챙기네. ㅎㅎ"


싱거운 소리고 통화를 계속합니다. 시골 농사의 근황, 양계장 사정 등등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약속을 합니다. 


"가끔 내가 안부 전화하몀 행여 처남이 놀랄까 봐 이렇게 하자. 누나에게 심각한 일이 생기면 문자로 하고, 전화가 오면 아하 안부 전화구나하고 여기게."

이런 삶들이 그냥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멀리 떨어진 부자들의 삶을 추구하다 지쳐 행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소소한 담소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좁은 평수의 집안에서 가족들과 맛있게 밥 먹고 차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진정 행복이 아닐까요. '엄친아'로 대변되는 남과의 비교는 불행의 시작입니다. 우리집 아이와 남의 집 아이를 비교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내 삶을 남의 삶과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나의 삶이 어제보다 오늘 나아지면 행복한 것이지요. 아이 공부도 스스로 판단하건대 어제보다 오늘 나아지면 됩니다. 그저 남을 따라가려고 어린 초등학생에게 하루 학원을 8개나 돌리는 엄마의 어리석은 행동은 아이나 엄마나 가족 모두에게 불행으로 다가옵니다. 그건 모두 남과 비교해서 그렇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여유롭게 누리는 것 자체가 행복이지요. 

작가의 이전글 참으로 고맙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