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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Nov 15. 2023

유레카, 순수는 행복이다

행복론


ㅡㅡㅡㅡㅡㅡㅡ

순수는 행복이.

ㅡㅡㅡㅡㅡㅡㅡ


오늘 아침에야 이걸 깨닫다니!

7년차 되어서야


57세 은퇴인 되고서 과제 둘


1.나는 누구인가

2.행복이란 무엇인가



ㅡㅡㅡ



7년전


아이를 닮고 싶었다

순수를 되찾고 싶어서

생존경쟁의 찌든 때를 씻고 싶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이가 귀한 시대

아이는 우리 모두의 희망

우리 모두의 미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말을 지었고 수 천 번 외쳤다

진심으로

아이 데려온 젊은 부모에게

은퇴 후 부업 삼아 치킨집 할 때, 편의점 알바할 때, 지금 부업으로 무인 매장 시작하고 나서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말 또한 가슴에 담고 산다


아이 닮기는 거리가 멀다

아이들과 친구 하면 어떨까?

고심 끝에 액션

지금 반 년


오오, 드디어 나는 아이가 되었다

아이 닮기는 불가능했지만 아이 되는 건 오히려 쉬웠다

발상의 전환 아닌 전환의 발상


순수


그래 이거야. 이거였어

순수가 행복일 줄이야

행복이 순수일 줄이야

눈 앞에 두고서도 못 보다니

그걸 이 아침에서야 알아채다니

나 바보



ㅡㅡㅡ



7년전


웃음부터 되찾았다. / 나리는 비에서 나를 보았고, / 내 주검을 바라보았고, / 죽음을 친구 삼았다. / 인생이 갈래길 선택 아닌 동심원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 생로병사의 두려움을 떨쳤고, / 마음을 비웠다. 사념만으로 안 되는 건 행동하고  사념하면서 고쳐 나갔


지금 와 보니

순수의 관점으로 다시 보니

순수에 다가가는 과정이었어


유레카!



♤ 브런치 북



ㅡ삶과 죽음은 하나

ㅡ행복 학습서

ㅡ시균아 안녕


ㅡ나는야 위파 (연재 중)


한편 여전히 행복 걸림돌 하나. 초파리 모냥 성가신 거. 친한 친구가 정치 이야기. 슬슬 부아가 치민다. 억누른다. 이거때문에 안 만날 수 없다. 다른 건 너무 좋은데. 왜 정치 따위가 나를 엿먹이냐고. 어렵사리 행복이 찾아왔구만. 나도 우파라고 해본다. 좀 낫지만 뿌리가 깊다. 근래 위파 창시. 좌 우 위에 위파. 오잉, 훨 낫다. 아니, 이거다. 그래 60년 한 바퀴인데 이젠 내려다 볼 때도 되었지.이러니 그 친구도 위파 할 태세. 해서 위파 이론  중. PBTP 씨어리. politics beyond two-party theory. 기왕이면 즐거웁게 상상 곁들여서. 세상에 없는 정파이기도 하거니와






'삶과 죽음은 하나' 전문


시간 순

7년전 2017년




웃자



웃자

활짝 웃자

오늘이 가장 행복할 때 아니겠는가   

   

웃자

그냥 웃자

웃지 않는데 행복이 찾아오겠는가  

  

울자

실컷 울자

어제가 가장 슬플 때 아니었는가    


울자

그냥 울자

울지 않는데 슬픔이 가시겠는가   

 

참자

꾸욱 참자

화내본들 무엇이 나아지겠는가  

  

참자

그냥 참자

원망한들 누가 곁에 남아있겠는가  

  

돌아보면 잠깐이고

내다보면 한참인데

심각해서 무에 그리 좋겠는가    


그저 잠시 다녀가는 삶이지 않겠는가

그나마 숨이 있어 웃고 울고 참을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행복이지 않겠는가 






태곳적 내가 주거


흙이 되고 물이 되었다


뿌리 타고 올라 올라


빛을 보고 구름 되엇다


바람 타고 흘러 흘러


비 되어


오늘 나를 적시다




주검



내 주검의 얼굴은 평온할까

일그러져 있을까    


눈은 감고 있을까  

뜨고 있으면 무서울 텐데


입은 다물고 있을까

열려 있으면 실없어 보일 텐데   


손은 너무 움켜쥐지는 않았을까

곧게 펴려면 아플 텐데


마지막 순간


내 생애 단 한 번 남은 숨은 얼마나 길까    

그 순간 수십 년 살아준 고마운 너무나 고맙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못다 한 말이 얼마나 많을까    

그  순간 사랑하는 한없이 사랑하는 아들 둘에게

다 못 준 사랑이 얼마나 후회될까    

그 순간 그리운 꿈에도 그리운 엄마 아부지가 보일까

보면 무어라 하실까 무어라 할까    


아내는 얼마나 울까 나만큼 영원한 이별이 슬플까

아들은 얼마나 울까 나만큼 영원한 이별이 슬플까


주것는가 살앗는가   


내 주검이 목욕할 때

발가벗긴 모습이 추하지는 않을까  

손 대면 차가워서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수염 깎는다고 생채기 내지는 않을까


벌레 파고들까 귀, 코, 입 솜 틀어막으면 숨 막히지는 않을까   

먼길 떠난다 춥지 말라고 삼베 새 옷 겹겹이 입히면서

꽁꽁 묶어 갑갑하진 않을까


머리마저 동여매면 영영 다시는 못 볼 얼굴인데

엄마 아부지 묶을 때처럼 뺨이라도 맞대고

키워준 손 부여잡고 목 놓아 울어줄까    


주것는가 살앗는가    


내 주검의 송별회에서

영정 사진은 어떤 걸 써줄까

젊어서 낡은 걸까 늙어서 새 것일까

웃는 얼굴일까 근엄한 표정일까


친척 친구 한꺼번에 다 보는 건 좋다마는

더는 볼 수 없는 거 아닌가

친구에게 처음 받는 절 어색하진 않을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쑥스럽지는 않을까


모르는 사람이면 누군지 물어볼 수도 없고 어떡하나    

절 하면서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안타까워할까

돌아서서 손가락질하지는 않을까  


주것는가 살앗는가 


나 태어나 3남 3녀 형제자매 같이 자라고

아내 만나 아들 둘 낳고 기르고

엄마 아부지 같이 살다 따로 가신

평생 정 박힌 가매기 삼거리 집

정녕 떠나야 하나

어찌 발길이 떼일래나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영영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건만

엄마 아부지 보낼 때처럼 관 따르며 가지 말라 피눈물을 흘리고

가시는 길 막을 수 없어 잘 가시라 소리쳐 울어줄까  


주것는가 살앗는가    


엄마 아부지 행복하게 함께 살라고 앞산에 합장해 드렸는데

바로 아래쪽에 오순도순 묻어줄까

땅 파고 흙 덮으면 살은 썩고 뼈만 남는데

엄마 아부지 묻을 때처럼 관 내리지 말라 끌어안고

넋을 잃어 울어줄까    


새 집 내 집 흙무덤 다지면서

오~호 다~리 오~호 다~리 구성진 달구질소리는 들을 수 있으려나

장마에 안 쓸리게 멧돼지 못 파먹게 굳게 굳게 밟아 주려나

막걸리 석 잔 받고 절 세 번 다 받으면 다 떠나가고

난생 처음 죽어 처음 적막 산중 홀로인데

시각마다 나누어서 쉬엄쉬엄 따라주면 아니 될까   


이리 삼 일이 지나면 주검이 익숙해질까

다시 칠 일이 일곱 번 지나면 익숙해질까


일 년 지나면 보고 싶어 할까

십 년 지나면 보고 싶어 할까  


그렇게 잊혀져 가겠지

그렇게 내 주검은 썩어 흙이 되고 물이 되겠지




친구 여섯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동갑내기 셋과 나이 차이 셋  


곧 60세 한 바퀴 돌면 다시 한 살인데

나이가 무에 그리 중요할까


지금 나를 아는 사람들

내가 아는 사람들

100년이면 다 사라지고

다시 100년 지나면 다 잊혀질 거

같이 살며 사랑하며 서로 알아주면

그게 다 친구지   




하나    




언제 처음 만났는지 기억은 없어  


어느 날 난 그의 씨가 되었지

씨는 피를 받아 몸이 되고, 얼굴이 되고, 그리 열 달 되고

처음 만나는 날

그는 나에게서 생명의 기적을 보았고 삶의 이유를 찾았어

그는 내게 주기만 했지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재워 주고, 가르쳐 주고

그리고 온전히 믿어 주고, 한결같이 사랑해 주고

평생 받지는 않고 주기만 했어

그러다 어느 날 영영 날 떠났지

영원한 이별 후에야 뼈저리게 부재를 느꼈어    


아부지, 어무이 말일세    


내 나이 57세

아부지, 어무이도 57세 때가 있었어

내 나이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아부지, 어무이도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때가 있었지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시차만 있을 뿐 같은 나이를 살았던 게야

부모의 삶이 이해되고 공감되는 거야

그렇게 노년을 살아가것지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부모야말로 친구 중에 친구 아니것나  


내게 생명을 선물한

그리고도 바보같이 받지는 않고 주기만 한

심지어 목숨까지도 아까워 않는

나와 한두 세대 같이 살다가

나보다 한 세대 먼저 갔을 뿐인

그리운 사무치게 그리운 나의 친구    


사람들은 부모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친구라 부르려 하네    




두울    




30살에 처음 만났어    


이듬해 어무이, 형제, 지인들 모신 앞에서 굳게 약속을 했지

서로 사랑하며 자손 낳아 기르고

어무이 모시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아내 말일세 


내 나이 57세

아내는 51세

내 나이 첫돌, 10세, 20세

아내도 첫돌, 10세, 20세 때가 있었지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공간만 다를 뿐 같은 나이를 살았던 게야

그리고 살 섞고 부대끼며 같이 산 지 25년

아내의 삶이 이해되고 공감되는 거야

그렇게 함께 늙어가것지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아내야말로 친구 중에 친구 아니것나    


내게 자식을 둘이나 선물한

바보같이 자신보다도 나와 아들 둘이 전부인

어무이를 나보다 더 잘 모셔준

나와 한 세대 가까이 살 붙이고 살고 있는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그녀의 부재를 상상조차 하기 어렵고

나 없는 그녀가 걱정되어서

내가 딱 하루 먼저 세상을 뜨길 바라는

사랑하고 고마운 너무나 고마운

나의 반쪽인 나의 친구    


사람들은 아내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친구라 부르려 하네




세엣    




32살, 34살에 각각 처음 만났어   


어느 날 녀석은 나의 씨가 되었어

씨는 내 피의 반과 아내 피의 반을 받았고

몸이 되고 얼굴이 되고 그리 열 달 되고

드디어 서로 처음 만나는 날

녀석의 첫 울음소리에

나는 생명의 기적을 보았고 삶의 이유를 찾았지

내 눈을 마주 보고 처음 압빠 라 하며 날 부르고

처음 뒤집고, 처음 기고, 첫걸음 떼고, 첫 학교 가고...

하나하나가 기적과 같아서

고단한 삶에 희망의 횃불이 되었지    


자식 말일세  


내 나이 57세

자식은 20대 청년

내 나이 첫돌, 10세, 20세

자식도 첫돌, 10세, 20세 때가 있었지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시차만 있을 뿐 같은 나이를 사는 게야

20대 청년 되니 아부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나처럼 삶을 살아가것지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자식이야말로 친구 중에 친구 아니것나   


내게 삶의 이유와 환희와 희망을 선물한

내 목숨 하나쯤 바쳐도 아깝지 않은

나와 두어 세대를 함께 살다가

내가 한 세대 먼저 갈 뿐인

사랑하는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분신인 나의 친구  


사람들은 자식이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친구라 부르려 하네    




네엣    




알수록 알 수 없는 녀석이 있어    


녀석은 지킬과 하이드처럼 두 얼굴을 가졌지

정신과 육신, 선과 악, 감정과 이성, 사랑과 증오, 신뢰와 배신,

배려와 이기심, 긍정과 부정...

둘은 툭하면 다투지

오죽하면 녀석 때문에 철학이라는 학문까지 생길 정도지만

그래 본들 종잡을 수 없다네


나도 모를 나라네    


내 나이 57세

녀석 나이도 57세

내 나이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녀석도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나와 똑같이 나이를 먹었지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잊고 지냈던 녀석이 보였고

녀석의 삶이 이해되고 공감이 되는 거야

그렇게 함께 살아가것지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나야말로 친구 중에 친구 아니것나


내게 나를 선물한

녀석이 있기에 세상이 존재의 의미가 있는

하나의 몸뚱이로 태어나

둘로 살다가

한날한시에 이승을 떠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귀하디 귀한 나의 친구    


사람들은 나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친구라 부르려 하네    




다섯    




철들기 전에 만난 녀석들이 있어


녀석들과는 10대 청소년 때 추억이 있지

결혼하고 사회로 나가고는 가족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사느라 뜸했어

녀석들에겐 의무가 없지. 권리도 없고

비교는 쉽지만 배려는 꺼리지

그래서 멀어지는 건 한순간이고, 다시 가까워지는 건 어렵지

성격도 가지가지, 생긴 거도 각양각색

녀석들은 참 다양하지

착하거나 못되거나, 정이 넘치거나 까칠하거나,

영리하거나 어리숙하거나, 용감하거나 신중하거나, 잘 생기거나 아니거나.....

그래서 녀석들은 글쟁이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지  


친구 말일세    


내 나이 57세

녀석들도 비슷한 나이

내 나이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녀석들도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나와 같이 나이를 먹었지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녀석들 삶에 공감이 가고, 어떤 녀석은 내 삶에 공감도 해 주더라고

그렇게 길지 않은 삶을 함께 늙어가것지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 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녀석들이야말로 그야말로 친구 아니것나    


내게 추억을 선물한

많은 거 같지만 막상 세어보면 얼마 되지 않는

없어도 될 거 같지만 막상 없으면 아쉽고 외로운

만나서 웃고 떠들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고

늘어나는 주름살을 보면 혼자만 늙어 가는 게 아니라는 위안을 주는

이래저래 필요한 꼭 필요한

같은 나이로 살다가 다른 나이로 떠나갈

소중한 나의 친구    


사람들은 친구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소중한 친구라 부르려 하네    




그리고 마지막    




언제나 내 곁을 지키는 녀석이 있어


내가 생명의 씨로 잉태되는 그 순간에 녀석은 홀연히 나타났지

특이한 녀석이야

얼굴을 본 적도 말도 없지만 마음의 눈으로 뻔히 다 보이지

어둠의 그림자

그러기에 삶의 빛을 돋보이게 하지

때로 희망에 가득 차면 화들짝 놀라 등 뒤로 숨기도 하고

때로 삶이 허망하면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아는 척하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언제든 반드시 한 번은 마주쳐야만 하지   


죽음 말일세    


내 나이 57세

녀석 나이도 57세

내 나이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녀석도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나와 똑같이

녀석은 껌딱지처럼 늘 들러붙어 다녔지 매일 매 시각 매 순간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죽음은 삶의 종착역이 아니어서

삶과 함께 태어난 쌍둥이고

매 순간 삶과 함께 한 동반자였지

그리고 삶의 마지막 파수꾼이 되것지

그러고 보니 녀석이 이해되고 공감되는 거야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 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죽음이야말로 친구 중에 친구 아니것나  


내게 삶의 빛을 선물한

나와 같이 태어나

언제나 내 곁에 머물며

마지막 단 한 번의 숨까지 나를 기다려 주는

껌딱지 같은 나의 친구    


사람들은 죽음이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친구라 부르려 하네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같이 살며 사랑하며 나를 알아주고 내가 알아주는    


사무치게 그리운 친구

나의 반쪽인 친구

나의 분신인 친구

귀하디 귀한 친구

소중한 친구

껌딱지 친구  


이처럼 남들에게는 없을 법한 친구가 여섯이나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네                





후기  





친구와는 공감하고 배려하려 노력하고

때마다 고맙다고 말하면서

왜 부모, 아내, 자식, 나, 죽음에게는 함부로 하는 것일까

친구 중에 친구니까 더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친구에게는 무례하면 안 되는데

때마다 미안하다 말하면서

왜 부모, 아내, 자식, 나, 죽음에게는 함부로 하는 것일까

친구 중에 친구니까 더 삼가야 하는 것 아닌가  





죽음의 나이     



죽음은 삶의 종착역이 아니어서
삶과 함께 태어난 쌍둥이이고
매 순간 삶과 함께 한 동반자이고
삶의 마지막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삶과 죽음은 선과 후가 아니어서
같이 태어나 같이 살다가 같이 죽는다.
죽음은 삶의 곁을 항상 지키니
삶과 죽음은 한 몸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삶을 두려워 말고 죽음을 낭비 말라.
죽음을 두려워 말고 삶을 낭비 말라.    




동심원



인생은 가없이 뻗은 직선 같지만

다다르면 끝이 시작인 동그라미라네  


제자리 맴도는 쳇바퀴 아니어서

중심이 반짝이는 동심원이라네   


바위에 부딪히고 가시에 할퀴어도 헤쳐 가면 끝이 보이지

방황의 원 하나를 그린 걸세   


힘내어 다시 나아가면 향기로운 꽃길이 반길 걸세

성취의 원을 한 바퀴 그린 거라네  


욕심내지 말게나

크게 그리면 멀리 돌아 힘겹다네

조그만 게 좋은 것도 아니어서 곧 다시 출발해야 한다네

그러니 그저 넉넉히 그려 나가게나  


조급하지 말게나

서둘러 그리면 벗어나기 쉽다네

느린 게 좋은 것도 아니어서 금새 지루해진다네

그러니 그저 꾸준히 그려 나가게나   


근심 말게나

동그라미가 찌그러지면 어떠하고 이 빠지면 대수인가

다음에 옆을 지나다 손보면 그만일세

그러니 덧칠 말고 그려 나가게나  


젊어서 사랑이란

어느 날 갑자기 두 개의 동심원이 뜨겁게 겹치는 것이어서

한순간 모든 걸 삼킬 듯 타오르다

이내 재가 되어 지나는 바람에 흩날린다네    


우정이란

서로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 가는 것이라네  


배려란 

다른 이가 그리고 있는 동심원을 존중하는 것이어서

잠시 비켜주는 마음의 여유라네


행복이란 

동심원을 다 그리고 난 후에 찾아오는 것 아니고

그리는 순간 순간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네  


그렇게 세월을 그려 나가다 보면 

언젠가 갖게 될 걸세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동심원을  


그렇게 평생을 그리고 나면

스스로 그러하니 깨닫게 될 걸세

중심점에서 삶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을




후기          



누군들 알겠는가    

마침내 삶이 다하는 순간이 오면

동심원은 홀연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오직 중심점 하나만 남게 되고  


그 점은 한 발만 떼어도

사방이 천 길 낭떠러지에 칠흑 같은 어둠에 싸여 있어

그 위에 홀로 서서 겁에 질려 떨고 있지 않겠는가


마지막 단 한 번 남은 숨을 거두는 그때

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맞이하지 않겠는가

어린 시절 젊고 고운 어머니가 아니겠나     




두려움



삶이 두려운가

그럼 가족을 생각하게   


늙는 게 두려운가

그럼 친구를 둘러보게


병이 두려운가

그럼 어제 일을 돌아보게   


죽는 게 두려운가

그럼 오늘 행복을 찾아보게


두려움은 마음에서 움트고

몸을 쓰면 떨치나니




비워가는 마음



세상사 무언들 완벽한 게 있으리오

좀 부족해도 흠 좀 있어도

누군들 아니 그렇겠소


돈 보고 달리니 사람 잃고 명예는 언감생심

가족 책임지다 보니 청춘이 간 데 없고

모두 가진들 건강 하나만 못 하고

이제 건강마저 나이 앞에 당해낼 재간이 없지 않소  


그래도 평생 할 만큼 해봤고

이제도 부족하나 없는 것보다는 많이 지녔고

어차피 때 되면 공수래 공수거  


나이들어서

채우려는 욕심 좀 내리고

대신 조금씩 비워 가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것소

그래야 좁은 자리나마 여유가 찾아오고 행복이 둥지 틀지 않것소  


돈 좀 부족하면 어떻소

의식주 따스하고 남한테 손 안 벌릴 정도면 되지 않것소

가질수록 부족한 게 돈 아니것소   

 

명예가 별거겠소

얼굴 안 망가지고 모르는 이가 날 몰라본들 그게 더 편치 않것소

아는 이가 알아주면 족하지 않것소    


가족은 잘해 온 거 앞으로도 잘할 것 아니것소

몸은 돌아가며 고장나서 걱정이지만

치매 아니어서 생각 온전하고

사지 멀쩡해 걸을 수 있으니 감사해야 하지 않것소  


쉴 만하면 쉬면 되지만

노동의 즐거움이 아쉬우면 쉬엄쉬엄 일하면 되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촉박한 지금은

곧 60세 한 바퀴 돌아 새로이 한 살이 시작되는 지금은

왜 사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짚어 가며 살아야 하지 않것소 


그래야 어느 순간 병들어 자리에 누워 찾는 이가 끊겨도

언젠가 죽음의 문턱에 홀로 서더라도

지난 삶을 돌이켜 반추하면

그저 열심히 살았노라는 거 하나 말고

의미 있는 삶,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절로 입가에 미소가 살포시 번지지 않것소

누군가에게 행복했던 기억을 남겨주지 않것소


채우려는 욕심보다 비워 가는 마음이 필요할 때 아니것소

왜 사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짚어봐야 하지 않것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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