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1억 더 벌겠다

시균아 안녕

by 가매기삼거리에서


● 남아 초5쯤 둘 중 하나



시균아, 너 이거 1년 하면 1억 더 벌겠다

무슨. 내 인건비, 내 품값. 어, 어, 내가 일하는 만큼 벌어가는 거야


그래?

응. 난 조금만 벌어도 돼


왜? 많이 벌면 좋잖아

나 은퇴했잖아. 부모님 다 돌아가셨어. 이제 돈 안 들어가. 자식 둘도 다 컸거든. 나 아들 둘인데 몇 살이게?


어, 어, 서른 살?

큰아들 스물 아홉, 둘째 스물 일곱. 다 컸어. 이제 돈 안 들어가. 그러니까. 이제 나만 챙기면 돼. 조금만 벌어도 돼


알겠어. 시균아 안녕

응, 안녕


학원 갈 시간인지 급히 뛰어간다



● 초4쯤 여아 둘



시균아, 여기는 종류가 많아

맞아. 천 가지도 넘어


그래. 다른 데 없는 거도 많아

그러니까. 천 가지 넘으니까


이거 돈 얼마 들어?

그건 영업 비밀이야. 많이 들어


얼마?

(다른 아이) 그건 비밀이라잖아


100만 원도 더 들겠다

훨씬 더 들지. 종류가 천 가지 넘으니까



● 초2 남아 한 명



욘석은 내가 잘 안다. 포켓몬카드에 돈을 거의 다 쓴다. 사행성 비스므리. 그래서 용돈 늘 부족. 선물 달라 조르기도. 가끔 고르라 하면 역시나 포켓몬카드. 오늘도 어슬렁 어슬렁 구경만


안녕. 우리 귀염둥이 왔구나


용돈이 늘 부족하지?


다들 그래. 부족해. 아껴서 쓰는 거야

끄덕끄덕


어른 되면 돈 많이 버는 거 알지? 대학생 되면 알바해서 벌어도 되고

알아


알바하면 100만 원도 벌고 200만 원도 벌고. 어른 되면 한 달에 300만 원 500만 원, 천만 원도 벌어. 진짜 많이 버는 사람은 1억. 한 달에. 그러려고 공부하는 거 알지?

응. 알아


(난 일 보느라, 친구는 구경하느라 대화 끝. 돈, 공부얘기만. 출발이 용돈 부족이니까 별 무리는 아닐 터.

어떤 30대 초반 남. 어릴때 돈 없어서 못 먹은 거 많다며 아이들 과자 종류별로 왕창 왕창 사가는 이도. 세대 지나 보복 소비ㅎㅎㅎ)




세 팀 다 어제 오후였다




ㅡㅡㅡ




이처럼 영업에 대해 궁금해 하는 아이들 제법 된다. 예민한 거 빼곤 알아듣기 쉽게 알려준다. 숫자 개념이 없는 게 아니라 이런 질문 자체가 초1, 2에 비해 훌쩍 컸다는 거다. 영업 기밀이고 뭐고 솔직히 다 말해주고 싶지만 참는다. 너무 세부적이면 교육 같아 싫어하고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영업 정보 유출은 여파 크기도 하거니와


중1이면 확연히 달라서 이런 질문 하면 안 된다는 걸 안다. 그전에 말 놓으라고 해도 해도 해도 못 한다. 머리에 위계가 콱 박혀서다. 위 아래 개념 자리 잡으면 죽을 때까지 못 깬다


말 놓기 즉 서로 반말이어야 진짜 친구다. 친구 사이에 못 물을 게 무엇이랴. 존대가 문화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존대 하대가 자유로운 의사 소통을 방해하는 건 이거 보면 틀림 없다. 지나친 존대 문화는 위압적이기까지 하여서 더욱 그러하다. 결과적으로 자연스레 알게된 거지, 그냥 아이가 되고 싶어서 아이들과 친구하는 거


부업 무인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전업은 은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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