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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n 01. 2020

말이란

말이란


-- 나이 들어서 말 가지고 노는 거만큼 돈 안들고 시간 잘 가는 건 흔하지 않다. --




하는 것이다.

안 하면 말이 아니다.

침묵은 잠시 쉬어 가는 말이고, 길어지면 말이 아니다.


소통이다.

보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 처럼 말을 안 해도 멀어진다.

묵언, 독백이 잦으면 말할 상대를 찾아야 한다.


마음이다.

말에는 마음이 실리게 마련이다.


놀이다.

입으로 하는.


홀짝이다.

열기 전에는 모른다.


딱지치기다.

세게 받아치면 뒤집어진다.


음식이다.

좋은 말은 몸에 좋지만 나쁜 말은 해롭다.

과식하면 체한다.


냄새다.

향기롭기도 하고 악취가 나기도 한다.


약이다.

치료제가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병이다.

안 하면 병된다.


10


불치병이다.

결코 낫지 않는다.


소식이다.

말을 안 하면 사연, 근황을 모른다. 모르면 멀어진다.


폭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혼자서 외치면 직성이 풀린다.

둘이 하면 신난다.

여럿 앞에서 하면 책잡힌다.


거래다.

주고 받는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아끼면 남고 퍼주면 밎진다. 까딱하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면 가장 남는 거래다.


돈이다.

공들이면 돈이 되고, 낭비하면 돈이 든다.


경제다.

사람들이 생활하며 필요해서 만들고 나누고 쓰니까


경영이다

이익되는 말은 하고 손해보는 말은 피하니까


희열이다.

멋진 말은 오르가즘 같아서 자꾸 하고 싶다.

해야 느끼지 안 하면 느낄 수 없다.


혼돈이다.

어떤 말이 적합한지는 모른다. 골라서 써야 한다.


정신이다.

맨정신에 바른 말 나오고, 술에 얼콰하면 말도 취한다.

맨정신에 바른 말만 해도 사람이 고이지 않는다.


20


사고다.

아는 만큼 넓어진다. 아는 만큼 한정된다.


창조다. 새로운 것에 새로운 말이 따른다. 새로운 말에 새로운 것이 따른다.


얼굴이다.

말하는 대로 얼굴이 된다.


독심술이다.

말하는대로 마음이 읽힌다.


공기다.

말 없이는 살 수 없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잉크다.

컵 물에 한 방울만 떨구어도 물 전부를 물들인다.


훈련이다.

많이 하면 스킬이 좋아지고 안 하면 나빠진다.


용불용설이다.

안 쓰면 퇴화한다. 귀가 먹으면 말도 못한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한 자리에서 쏟아지는 말의 총량은 같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양면이다.

같은 말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달리 들린다.

많다고, 적다고 좋은 것 아니다. 나쁜 것도 아니다. 다 제 몫이 있다.


30


습관이다.

한번 한 말은 자꾸 하게 된다.


변한다.

뒷간 갔다 오면 다른 말 한다. 돌면 말이 달라진다.


새꼬락지다.

비비 꼬인다.


꼬리다.

꼬리에 꼬리를 문다. 허튼 말은 꼬리가 잡힌다.

그렇다고 허튼 말이 영 필요없는 건 아니다. 유머, 코미디는 활력


매미다.

같은 말을 반복하면 시끄럽다.


지렁이다.

밟으면 꿈틀한다.


소다.

태어나 처음 배우는 말은 음머다. 발음법은 다르다.


개똥이다.

흔하다. 때로 약으로 쓰인다.


숨이다.

숨을 쉬어야 말을 한다. 숨이 멎으면 말도 멎는다.


물이다.

흐른다. 투명하다.


40


구름이다.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교감이다.

말로 감정을 주고 받는다.


중량이다.

말의 무게는 다 다르다.


선이다.

선한 말을 하면 선해진다. 선한 이는 선한 말을 한다.


악이다.

악한 말을 하면 악해진다. 악인은 악한 말을 한다.


스승이다.

좋은 말은 따라 하면 이롭다.


제자다.

좋은 말은 남기면 따라한다.


친구다.

평생을 함께 한다. 숨과 함께 태어나,

숨과 함께 살다가 숨과 함께 죽는다.


어깨동무다.

어깨 높이에서 같이 산다.


기회다.

한꺼번에 다 말하기는 어렵다.


50


사랑이다.

사랑이 고갈되면 말도 메마른다.

말이 고갈되면 사랑도 메마른다.


웃음이다.

지상 최고의 말은 웃음이다.


울음이다.

슬픈 말이 커지면 울음이다. 태어나 첫 말도 울음이다.


폭발이다.

화력은 증오의 뇌관과 분노의 폭약에서 나온다.


메아리다.

마음을 울리는 말은 메아리친다.


배려다.

양보하는 것이다. 나만 챙기는 말은 배척 당한다.


친절이다.

공손하면 돌려 받는다. 오만하면 따따블로 받는다.


샘이다.

끊임없이 솟는다. 고이면 퍼내어 쓸 일이다. 넘치면 절로 흐른다.


정력이다.

에너지가 필요하다. 말하다가 지치기도 한다.


에너지다.

말을 하면 없던 힘이 생긴다.


60


글이다.

쓰다 보면 정리된다. 정제된 마음의 말은 시가 된다.

그런 면에서는 말보다 글이 낫다.


글이다.

손으로 하는 말이 글이다.

지금 쓰고 있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위와 아래 모든 구절에서 말을 글로 대체하면 대개 말이 된다.


십만, 백만의 얼굴이다.


첫 구절처럼 역시 말이란 해야 제맛이고

네 번째처럼 말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하긴 한데

마지막 구절처럼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아쉽지만 오늘은 맛보기로 63개만 하고 줄이련다.

나이 들어서 말 가지고 노는 거만큼 돈 안들고 시간 잘 가는 건 흔하지 않다.



2018.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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