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서 쥐가 죽어간다.
쥐약 먹은 거다.
허리를 굽히고 마지막 순간을 내려다 본다.
쥐에서 쌀알 반만한 갈색의 뭔가 튀어오른다.
무릎 위 높이까지 수직에 가까운 포물선을 그린다.
땅에 닿자마자 다시 튀고 또 튀고.
앗, 벼룩이다.
열댓 마리.
쥐 체온이 식으니까, 피가 굳으면 자기도 굶어 죽으니까 죽을 힘을 다해 탈출하는 거다.
주변에 체온이 있는 거면 뭐든 들러붙으려고.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해 피한다.
1968년 경 꼬맹이 때. 그땐 그랬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19가 창궐해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조류독감은 조류에 퍼지는 독감이다. 철새가 계절이 바뀔 때 새 따라 먼 지역으로 이동한다. 거기서 새끼리 옮는다. 그렇게 만 년, 억 년을 어울려 지들끼리 살았다.
산업혁명전까지는 인류도 자연의 일부였다. 그후 인구가 폭발하고 자연을 파괴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과 같이 조류도 멸종하거나 개체수가 급감한다.
조류가 비운 자리도 인간이 차지한다. 기댈 곳을 잃은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가장 가까이 있는 인간에게 들러붙는다. 필사적으로. 죽은 쥐를 탈출하는 벼룩처럼. 조류독감 바이러스도 본능으로 아는 거다. 숙주 죽음 곧 자기 죽음이란 걸. 숙주 멸종 즉 자기 멸종이란 걸.
이게 최초로 발견된 사건이 1918년 스페인 독감이다. 당시 지구 인구 약 16억 명 중 약 5억 명을 감염시켜 약 5,000만 명을 죽였다는. 그후 사스, 메르스를 거쳐서 작금에 신종 코로나19.
인류는 눈에 보이는 동물은 확실히 정복했다. 기생하는 기생충도 필요에 따라 박멸했다. 그런데 세균보다 작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변이가 실시간으로 일어나는데? 동물이나 기생충과 달리 내 몸 세포에서 사는데?
쥐벼룩은 주변에 쥐가 안 보이고 쥐를 잡아먹지도 않으니 접촉할 일이 없다. 하지만 조류는 여전히 주위에 날고 앉는다. 더구나 조류는 인류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라 애지중지 떼로 키우고 있다. 별미나 약으로 야생을 잡아먹기도 한다.
쥐벼룩은 뒤로 몇 걸음이면 피하지만 코로나19는 어떻게 막지?변종은 또 어떻고? 살아 남기 위해서, 종의 보존을 위해서 죽어라 달려드는데?
동물 숙주 바이러스도 무서운데 곤충이나 식물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는? 그나마 조류 바이러스는 같은 동물이라 면역 체계가 어느 정도는 작동하는 거 같은데, 곤충, 식물 바이러스는? 곤충, 식물도 인간 때문에 멸종 또는 개체수 급감은 조류와 마찬가지니 그런 게 인간에게 들러붙지 말라는 법은 없다.
화학에서 질량 보존의 법칙이나 물리에서 운동량 보존의 법칙처럼 생물에서 바이러스 총량의 법칙이 있는 건 아닐까?자연계 전체의 시각으로 바이러스를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대자연의 역습이다.
잊혀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1968년 전후 생활상을 서투나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국민학교 입학 전후 꼬맹이 눈으로, 가급적 그때 언어로. 저물어 가는 저와 새 시대를 살아가는 자식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한때는 이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2020. 0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