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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Aug 08. 2024

(우화 3) 끊어지지 않는 실

181화. 대한민국 출산혁명


실이 발목에 걸렸어요. 풀려할수록 배배 꼬였어요. 처음 보는 실에 곰도, 여우도 어찌 할 바를 몰랐어요. 덩치 큰 코끼리는 손이 크고 뭉뚝해서 더 못했어요. 멧돼지. 냅다 앞으로 뛰었어요. 늘 그랬거든요. 까짓 실쯤이야 달리는 힘으로 쉽사리 끊겼거든요. 이번은 덜커덕 멈추어 섰어요. 실이 발목을 당겼어요. 발을 앞으로 디뎠어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어요. 몸을 비틀었어요. 실이 배에 감겼어요. 버둥대니까 목에도 걸렸어요. 멧돼지는 포기를 몰랐어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 했어요. 실은 앞에서 당기면 툭 끊어졌거든요. 목은 배와 달라서 피부가 얇았어요. 실이  파고들었어요. 목은 발목과 달라서 동맥이 지났어요. 굵은 핏줄. 심장이 한 번 쥐어짜면 고속으로 뇌로 피를 보내지요. 똑같은 핏줄이 좌우로 떨어져서 둘인 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은 살 속의 동맥에 닿았고 조였어요. 핏줄이 막혀 머리가 어질했어요. 그럴수록 멧돼지 앞으로 앞으로 힘주어 발악했어요. 싹둑. 동맥 혈관이 잘렸어요. 피가 솓구쳤어요. 콸콸 온몸 피떡칠. 돌아오지 않는 피. 멧돼지는 그렇게 심장이 멈추었어요. 그건 실이 아니었어요. 실처럼 가늘었고 처음 보아서 실로 착각했던 거예요. 0.3미리 강철 선. 피아노선이라고 했어요. 애초에 풀 일 아니었어요. 치로 뚝 뚝 끊어야 했어요. 그걸 멧돼지는 다리로 배로 목으로 당겼던 거지요. 피아노선은 당기는 힘에 강하다는 걸 몰랐던 거예요. 이를 지켜보던 곰과 여우와 코끼리는 피아노선을 끊기로 했어요. 숲에서 치는 구할 수 없었고 새로 만들어야 했지만요. 피아노선도 원래 숲에는 없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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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우화가 열 권 논문보다 낫다. 때로 비유가 직관보다 직관적이다. 복잡할수록 그러하다.


동일 주제로 여러 편인 건 글 재주보다 사안이 중대해서다. 이보다 앞서야 할 주제는 단언코 없다. 역사 이래로 없다. 민족이 다 살든가 다 죽든가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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