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병 진행 늦어

7화. 노년 건강 꿀팁

by 가매기삼거리에서

1974년 경. 중학 때 첫 수술은 비후성비염이었다. 콧속에 살 붕긋 돋아 통로를 막았다. 이비인후과 진료 의자에 앉아 국소 마취하고 가위와 메스로 서걱서걱 살 베는 소리. 호흡이 뻥 뚫린다. 문창모 박사님이셨다. 평생 봉사로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큰 존경 받는다.

1982년. 군 병원 입원 중 우연히 축농증 수술 목격. 사병 하나 진료 의자에. 윗입술 안쪽과 두개골의 접합 부위를 메스로 베었는가 둘 분리. 윗 입술 좌우로 각각 집게로 집었다. 끝에 줄이 달렸고 벌어지게 위쪽으로 팽팽하게 당겨 고정시켰다. 윗입술이 죽 늘어나 보자기처럼 팽팽하게 펼쳐졌다. 넓힌 공간으로 정을 찔러 넣고 망치로 두들겨 두개골에 구멍을 낸다. 한 방 칠 때마다 고통에 으아악, 으아악 비명. 병을 고치는 건가 생사람 잡는 건가. 소리로는 명백히 후자. 구멍을 내고 길다란 심지를 꼬깃꼬깃 박아 공간에 고인 고름을 빼내는 거. 축농증 수술이다.


1996년 경. 회사 과장 때. 과 회의를 주재하는데 코가 막혀 맹맹이 소리에 콧물 줄줄. 숨도 코로 못 쉬고 입으로만. 불편을 넘어 매일이 괴롭다. 군에서 본 수술 장면이 무서워 버텼건만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독하게 마음 먹고 기독병원. 의사가 콧속 들여다보더니 이러고 어떻게 살았냐며 놀란다. 축농증 너무 심해서 싹 들어내야 한다고. 후유증으로 후각 잃을 수 있다고. 전신 마취 두 시간 대수술. 깨어나니 끝. 정 대신 드릴로 작은 구멍을 내었다. 그 안으로 심지를 박는다. 윗입술 안쪽 절개도 최소. 수술법이 바뀐 걸 알고 병원을 찾았던 거. 수술 내내 의식 없으니 통증 무. 수술 후 조금만 아파도 죽겠다 엄살 떨어 진통제 미리 먹으니 붓고 불편할 뿐 아프지 않아. 심지 뽑는 날. 콧속으로 바람 슝슝. 아유, 시원해라. 진작할 걸. 냄새야 못 맡아도 코로 숨 쉬는 게 얼마나 복인가.


2018년 경. 축농증 또 도져 수술. 같은 병원 다른 의사. 수술법은 유사. 이번은 길다란 심지 대신 콧속에서 저절로 녹아 없어지는 사각 솜. 그리고 내시경. 퇴원 후 집에서 고개 숙여 얼굴 씼는데 하얀 세면대에 시커먼게 후두둑 떨어진다. 시커멓다. 피와 고름과 코로 찌들어 단단해. 솜이 녹지 않고 있다가 빠져나온 거. 진작 빼냈어야 하는 걸 남긴 거. 수술 후 뱃속에 가위를 두고 봉합하듯이. 그래서 급성 축농증 재발. 의료 사고였다. 항의, 수술비 환불 후 이웃 도시 대학병원서 재수술. 말끔했다.


이리하여 축농증 수술만 세 번. 10여년마다. 이번은 10년 가까이여도 콧바람 씽씽. 60세 넘어서일까. 콧속 살 돋는 거도, 뼛속에 고름 고이는 것도 늦는 듯. 나이들면 암 진행이 더딘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 2000년 이후 의료 기술, 약품, 특히 의료기기 고속 발전해 어지간한 병은 통증 없이 고친다. 축농증 잔뜩 키우면 콧속 박박 긁어내 후각 세포 잃는다. 겁 먹지 말고 제때 하시라. 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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