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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는 자유 의지

7화. 자연사는 권리다

by 가매기삼거리에서


● 합법




노인이 자연사 하려면 중병 수술을 거부해야 한다. 투약, 시술은 가볍다. 장기를 들어내는 등 수술 아니라 통증 없고 후유증 훨씬 덜하다. 삶의 질 해치지 않아. 중병 수술은 다르다. 암이면 살 가르고 부위나 장기를 잘라낸다. 아물면 항암 치료 반 년이나 일 년. 극심한 고통이다. 심근경색이면 가슴 연다. 갈비뼈 자른다. 심장 혈관에 막힌 부위를 잘라내고 잇거나 다른 혈관에 연결. 수술 후 수술 부위 아파서 옴쭉달싹 못 하고 수 개월. 뇌졸중은 두개골 구멍 뚫거나 열어서 막힌 부위 처치. 출혈이면 피 제거, 혈관 수술. 뇌는 통증 못 느껴. 노구라 한 번 아니다. 돌아가며 병.


입원하면 병원은 어떻게든 살린다. 수술 거부하면 퇴원 시킨다. 허니 입원하면 자연사 못 한다. 입원 거부하고 집에서 지내야. 통증은 약으로 완화. 마약마저 안 들으면 갈 때 임박.


입원 하고 안 하고는 선택. 권리이고 합법이다.




● 자유




나. 60세 넘자 중병.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 심혈관 내부에 스텐트 넣어 넓힌다. 시술로 통증 없다. 뇌혈관 여러 곳 폐색. 뇌졸중 증상은 없어 관찰만. 하지 장골동맥 폐색. 증상 없어 관찰만. 셋 다 혈관병.


그 다음 위 내시경 검진 받다 위암 발견. 정밀 검사 후 최종 진단까지 2주. 심각한 고민. 위 절제 해, 말아 선택의 기로. 위암을 노화 자연으로 받아들이고 치료 않기로 결심.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수명대로 살다가 죽기로. 노인이라 암 진행 늦으니 몇 년 더 살지도. 운 좋으면 10년, 20년도.


결과 위암 1기 a. 초기암. 위 잘라내지 않는다. 위 내시경으로 암 부위만 벗겨내는 시술. 그거야 받는다. 1기 b도 같은 초기지만 크게 다르다. 위 절제 2/3 가량 대수술. 수술 후 항암치료 6개월~1년. 먹는 거 크게 제한. 그렇다고 완치 보장 없다. 약 달고 살아도 불안 공포 초조의 연속.


중병 대수술 입원 않는다고 나 의사, 경찰 붙잡아 가지 않는다. 대신 내 발로 들어가면 내 몸은 의사 맘대로. 어디든 얼마든 칼로 가르고 잘라내고 방사선 쏘이고 항암 극약 먹이고.


수술 싫어. 나 먹고픈 거 먹고 가고픈 데 가고 하고픈 거 할 거야. 이르러 하늘이 부르면 기꺼이 응할 거야.




당부




나 자유인. 자유 의지로 살았어. 병이라 하여 내게서 자유를 앗아가지 마. 마지막 한 번 숨까지 자유인으로 살 거야.


나 의식 잃거든 병원으로 옮기지 마라. 의식 있으면 내가 판단할 거고. 통증만 완화해 다오. 64년이나 건강하게 산 거로 만족한다. 그 이상은 덤. 억지 장수는 잉여. 자식, 후대까지 부담은 싫어. 그건 나 아니야. 못 다 쓰고 남은 유산 제법일 터. 남은 자가 쓰거라. 내 부모도 그리하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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