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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Jul 25. 2020

(자아) 타나유ㅡ내 인생의 명장면

더불어 행복 실전 - 행복은 지금 이 순간


-- 그래, 어릴 때 이런 적 있어. 수면에 펼쳐지는 별들의 향연. 알몸으로 빗속에 수영했드랬지 --




기대는 안 했다
그래 봐야 온천 

가보니 옥상 노천탕
벌거벗고 실내탕 

유리벽을 뒤로하고 실외로 나선다
가랑비 머리와 어깨를 감싼
부드럽다 실크 촉감

 단 탕
너르다
철벅철벅 무릎 깊이로 맨 앞 끝단
엎드린다
양팔을 접고 그 위로 턱을 괸다
탁 트인다

어스름 해 질 녘
아래로 벳부 시가지
멀리 잿빛 구름 가득한 바다
평화롭다 

후드득 후드득 빗방울이 굵어진다
바람은 없다
상쾌하다


그래, 어릴 때 이런 적 있어
수면에 펼쳐지는 별들의 향연
알몸으 빗속에 수영했드랬지

세로줄 턱에 걸터앉아 합장
가족, 형제 하나 하나를 위해
간절히 빈다
건강, 안전, 그리고 안녕을
그리고 조카들 위해

참을 수 없다
벅찬 이 느낌, 타오르는 이 기운

우뚝 선다
양팔을 한껏 벌려 하늘을 안는다
고개 제끼고 지긋이 눈을 감는다
빗물이 얼굴을 때린다
줄줄줄 온몸을 타고 흐른다

내가
비 되고
구름 되고
하늘 되고




타나유 : 일본 스기노이호텔 옥상의 온천탕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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