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은퇴인지 반퇴인지 한 난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
가능한 사람을 더 사귀지 말자.
우리 반창 밴드 하나로 만족하자.
왜냐고?
번거로와서.
만나고, 인사하고, 누군지 알아야 하고.
단체면 참석해야 하고,
알면 갈등 생기고, 풀어야 하고...
관계를 확대하면 재밌기는 하지만
얽히고 섥히고 빠져 들고.
시간 들고 돈도 들고.
아예 모르면 다 안 해도 되는 거.
이젠 내가 하고픈 걸 하며 시간을 쓰고 싶어. 돈도 아끼고.
건강하게 살 날이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으니까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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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밴드가 내겐 딱인 듯.
만 3년 되니까 이제 누가 누군지 알 거 같고,
친구들도 내가 누군지 알 거고.
돈, 권력, 명예 이런 거 신경 안 써도 되고,
다 잘난 녀석들이지만 도토리 키재기 도낀개낀 만만하고,
그런 친구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마음 통하면 깊이 사귀어도 되고.
나만큼 머리 까진 녀석도 있고,
숱 많아봤자 염색해야 하니 암것도 안 하는 내가 더 편하고,
몸 고장난 거 얘기해도 되고,
가끔 자지 얘기해도 상스럽지 않고,
아이처럼 엄마, 아부지라 해도 안 창피하고.
운명이라 혹시 실수하거나 틀어져도 회복할 기회가 있고.....
세상에 이리 좋은 모임이 어딨나.
반창이라 인원이 많지도 적지도 않아 집중 충실하기도 좋고.
내게 단 하나뿐인 밴드!
난 여서 너희들과 행복하게 살다 죽을랜다. ㅎㅎㅎ
2020. 0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