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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Sep 03. 2020

사무치게 그리운 친구

삶과 죽음은 하나


-- 그는 나에게서 생명의 기적을 보았고 삶의 이유를 찾았어 --




친구 여섯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동갑내기 셋과 나이 차이 셋  


곧 60세 한바퀴 돌면 다시 한 살인데

나이가 무에 그리 중요할까 


지금 나를 아는 사람들

내가 아는 사람들

100년이면 다 사라지고

다시 100년 지나면 다 잊혀질 거

같이 살며 사랑하며 서로 알아주면 

그게 다 친구지   

.

.

.


하나    




언제 처음 만났는지 기억은 없어  


어느날 난 그의 씨가 되었지

씨는 피를 받아 몸이 되고, 얼굴이 되고, 그리 열 달 되고

처음 만나는 날 

그는 나에게서 생명의 기적을 보았고 삶의 이유를 찾았어

그는 내게 주기만 했지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재워 주고, 가르쳐 주고

그리고 온전히 믿어 주고, 한결같이 사랑해 주고

평생 받지는 않고 주기만 했어

그러다 어느날 영영 날 떠났지

영원한 이별 후에야 뼈저리게 부재를 느꼈어    


아부지, 어무이 말일세    


내 나이 57세

아부지, 어무이도 57세 때가 있었어

내 나이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아부지, 어무이도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때가 있었지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시차만 있을 뿐 같은 나이를 살았던 게야

부모의 삶이 이해되고 공감되는 거야

그렇게 노년을 살아가것지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부모야말로 친구 중에 친구 아니것나  


내게 생명을 선물한

그리고도 바보같이 받지는 않고 주기만 한

심지어 목숨까지도 아까워 않는

나와 한두 세대 같이 살다가

나보다 한 세대 먼저 갔을 뿐인

그리운 사무치게 그리운 나의 친구    


사람들은 부모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친구라 부르려 하네   

.

.

.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같이 살며 사랑하며 나를 알아주고 내가 알아주는    


사무치게 그리운 친구

나의 반쪽인 친구

나의 분신인 친구

귀하디 귀한 친구

소중한 친구

껌딱지 친구  


이처럼 남들에게는 없을 법한 친구가 여섯이나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네                




'친구 여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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