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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Oct 16. 2021

흥업 누님

환갑 예찬 - 3화

어제 간만에 귀래 친구 집 가서 셋이서 놀았다


1차 흥업 횟집서 소주 두 병

깔끔 실용 맛난다

2차. 길 건너 생삼겹살집. 경찰 지구대 뒤. 원래 이 집 오려고 차 몰고 멀리 흥업까지 왔는데 데 문 닫고 원주 중앙시장 장보러 가서 기다리는 시간에 계획에 없던 횟집 들른 거


쥔 누님이 여장부

나이가 댓살인가 위인데 친절 쾌활 화끈하다

야채는 맞은편 너른 텃밭에서 바로 뜯어온다

친구2가 같이 가서

언제부턴지 식탁서 귀한 쑥갓까지

전화로 식육점에 주문해 바로 도착한 생삼겹 1키로

묵은지 김치도 맛 일품

불판에 구우니 기름이 더해져 침 꿀꺽

쥔도 함께 자리해 웃고 떠들고

소주 병으로 셋

필수 코스. 누님이 잘 키운 소방관 외아들 이야기 경청


늘 그렇듯 얼큰하면 친구 전원주택 복귀

사각 대리석 식탁에 편의점서 미리 사 냉장고에 쟁여둔 수제 맥주 한 캔씩 돌리고

퇴근길, 인생에일은 몇 번 먹어본 거

곰표는 작년 신제품 출시하자마자 인기 폭발 품절이었는데 이제서야 캔 꼭지 따본다, 따라쟁이 말표는 곰표 옆에 있길래 집어든 거

곰표, 말표가 귀에 익숙하다면

당신도 노땅일 거

추억의 곰표 밀가루, 말표 구두약에서 따온 상품명

그래서 캔 컬러가 곰표 백색, 말표 흑색

  

먹다 남아 누님이 챙겨준 생삼겹살, 묵은지. 별도로 생두부, 간 맞추는데 쓰라고 새우젓까지. 이 넷만으로 누님 가르쳐준대로 냄비에 물 넉넉히 두르고 김치찌개 끓이고

당부. 두부는 맨마지막에 넣어야 한다고

감칠맛 소고기 다시다 못 넣어 아쉬웠는데 시원 칼칼한 게 외려 낫다

그래. 이게 바로 엄마표 김치찌개지


수제 맥주와 김치찌개가 전부.

낄낄거린다

별이 떨어지도록 웃고 떠든다


배 부른데다 화제마저 궁하면 정치

술은 목넘김이 부드러워야 하고 정치는 씹어야 제맛

여야 서로 조심스레 깨물다가 분위기 망치기전에 눈치껏 관둔다

중간 중간 아쉬워서 2차, 3차 소전 낑궈넣지만 쪼그라든 뇌에서 굳어버린 신념과 부작용, 후유증 익히 알기에 역시 터치뿐

언제나 정치는 가벼운 안주거리

38선을 넘지 않으니 나이든 자의 지혜


얘깃거리 다 떨어지면 친구2 특기 친구들에게 전화 돌리기

그러다보면 자정을 훌쩍 넘긴

산중턱 풀벌레 소리, 산짐승 경계해 콜리가 컹컹 짖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든다

아침 일찍 각자 출발


별거 없는데 가끔 이러면 뭔가 풀린다


10월 27일 수요일

치악산 상원사 가기로 했다

단풍 보러

아침 9시 집결

몸만 오면 된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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