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 안내문을 드린다. 장애가 있거나 지병으로 약을 먹는다고 하면,
"저도 환자예요. 올해초 심근경색이 왔어요. 심장에 스텐드 세 개 박았습니다. 매일 약 열 알 먹어요."
동병상련. 어린 노인과 늙은 노인간 벽이 와르르 무너진다. 노인은 병을 껴안고 산다. 열이면 두셋 가량 혈압약, 당뇨약. 열에 한 명 정도 심장병.
"나도."
"언제, 몇 개요?"
"10년전에 하나"
엊그제 80세 노인 남이 그랬다. 헌데 단답형. 들릴락 말락. 되묻지도 않는다. 말문은 텄는데 영 무뚝뚝. 원래 말수가 적은지, 아내가 병이 깊다는데 길어져서 지쳐서 그런 건지, 둘 다인지 셋중 하나. 반말이야 작은 아버지뻘 되니까 뭐. 노인 입장에선 말 섞기는 싫은데 본인 병 얘기는 하고 싶으니까 절충해서 말미에 요 자 생략한 걸 거. 도발 의도는 아니다.
"우린 아이언 맨입니다. 심장에 스텐트 박았잖아요.ㅎㅎ"
멀뚱멀뚱. 소 닭 쳐다보듯. 난 뒹글뒹글. 재밌지 않나? 아, 80세. 아이언맨은 모르시겠구나. iron man. 영어가 약한 세대인데다 세탁소 가면 쓰긴 하는데 다림질을 일본식 영어로 아이롱이라고. 그러니 할아버지가 아이언을 모르는 거 당연지사. 같은 노인이라도 20여 년 세대 차이. 슈퍼맨, 육백만 불의 사나이로 가야겠군. 근데 슈퍼맨은 망토가 팔랑팔랑 천이지 쇠 아니다. G-케어 매니저 교육에서 돌봄 대상자와 눈 높이를 맞추라 했다. 서 있는 키야 나보다 크니 앉을 일 없고 정보의 높이를 맞춰 본다.
"심장에 쇠요. 스텐트가 쇠잖아요. 우리는 몸에 쇠 박은 육백만 불 사나이입니다.ㅎㅎ"
그제서야 짙게 드리운 낯빛을 걷어낸다. 그 사나이는 한쪽 팔을 육백만 불짜리짜리 기계 즉 쇠로 바꾸고 나서 정의의 쇠팔뚝이 되었고 불가능을 모른다. 쇠팔뚝이 냅다 지른 양 둘 사이를 가로막은 장벽이 와르르 무너진다. 농담을 받아들인다는 건 언 마음이 녹았다는 거. 병져 누운 아내와 둘. 노인은 농이란 건 잊은 지 오래일 게다. 팔순임에도 슈퍼맨 닮은 장신, 체구, 이목구비까지 여전히 장군감. 나처럼 심장 외에는 아직 사지 온전하고 인지 장애 아닌데도 웃음마저 잃었으니까. 독거 아니어도 둘이라서 외려 더 외롭고 삶의 의욕이 꺾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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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겉은 멀쩡하다. 혈관이 엉망. 올해 1월 외출했다가 갑자기 가슴이 바위로 짓누른 듯이 아팠다, 체한 거치곤 통증. 잠시 나았다, 도졌다 20여 분 반복. 심근경색은 가슴에 쥐어짜는 통증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긴가민가. 그러다 식은땀. 그러다 하마처럼 입이 찢어질 듯이 떡 벌어진다. 이상하군. 어제 잠 잘 잤는데 웬 떡벌 하품? 잠시 그치더니 두 번째 하품 퍼레이드. 이번엔 연실 쉴틈 없다. 얼마나 심한지 양눈가로 눈물이 찔끔해 손으로 훔쳐낸다. 이런 건 난생 처음. 가슴을 잡고 쭈그리고 앉아 특이한 증상의 의미 탐색 계속. 본래 하품이란 몸이 산소가 필요할 때 보내는 신호. 하품이 극심하면? 앗, 호흡 곤란이구나. 산소가 부족하니까 입으로라도 산소 밀어넣으려고 몸이 긴급 조치하는 거. 산소를 나르는 건 피. 그렇다면 혈관이 막히고 있는 거. 가슴 통증이니 심혈관!바로 119 전화한다. 구급차에 올라 누웠고 기독병원 응급실. 심근경색 진단. 스텐트 시술. 5일 후 퇴원. 그 직전, 직후로 뇌혈관 질환 진단, 하지혈관 질환 진단.
심근경색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혈관병 가족력. 난 그나마 행운아. 아버지 52세에 풍, 당뇨로 7년만에 가셨다. 내가 군 일등병이었으니까 21살 때다. 그후 큰누나, 여동생, 작은누나, 막내, 남동생이 픽픽 쓰러지거나 전조증상. 셋은 풍과 당뇨, 하나는 풍, 하나는 심근경색과 당뇨. 모두의 공통점은 혈관 질환이라는 거, 아버지만 50대, 나머지는 마흔 넘어서 일찍 왔다는 거. 그중 둘은 조치가 늦어 지금껏 침대 생활. 아버지와 3남 3녀 6형제 중 다섯이 그러니 난 20대부터 평생 이 병을 지켜봤다. 50세 지나면서 공포. 내 차례인데 아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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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건강하셨다. 풍, 당뇨 없었고 활기차게 다니셨다. 지병도 없었으니 약 드신 거 없다. 말년에 저장강박증이 심하긴 했지만 정신적인 문제. 하지만 가벼이 볼 질환이 결코 아니다. 저장강박증은 미국도, 한국도, 정신과의사도 전문가 없다. 해서 미국 심리학자가 그 증상을 장기간에 걸쳐 심도 있게 관찰하고 연구한 번역책 '잡동시니의 역습'을 구해서 학습했다. 정신 질환은 보호자가 병을 알아야 케어하니까. 중증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병이었다. 위생에 안 좋다고, 쓰레기라고 저장강박증 환자가 모아둔 물건, 식품 들어내면 사달 난다.
책에서 대표 사례 셋. 미국의 두 개 주에서 각각 주민의 신고를 받고 법과 공권력을 동원해서 집주인을 구금한 후 인력과 차량을 동원해 말끔히 치웠다. 집주인 귀가. 헌데 둘 다 자살. 쓰레기로 보이는 게 그들에겐 목숨만큼 소중한 거였다. 치우더라도 본인은 알면 절대 안 된다. 손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야. 그렇다고 저장을 방치하니 그 질환의 변호사 노인은 대저택 마당은 물론 열 개 방마다 천정까지 책, 인쇄물, 종이 더미를 빽빽히 쌓아 올린다. 혼자 간신히 지나는 아주 비좁은 통로만 남기고. 더미는 무너졌고 노인은 깔려서 죽었다. 거동을 못 해 침대에 누워 그에게서 음식을 받아먹어야 했던 형은 굶어 죽었다. 한동안 변호사가 보이지 않자 경찰이 저택을 수색했고 시신 둘 발견. 수 십 대 대형 트럭을 동원해 정리. 한 여인은 주로 음식물을 모았다. 남들이 버린 걸 봉지째나 담아서 가져 오는 거. 어린 자식 셋을 데리고 산다. 심리학자가 문을 당기며 들어서자 바퀴벌레가 천정에서 우수수 떨어진다. 바닥은 물론 벽에도 커다란 바퀴가 우글우글. 넷이서 음식물을 온통 바닥에 깔고서 거주했던 거. 이 정도면 상한 음식도 버리지 못 하고 먹는다. 전화번호를 써놓은 메모지 한 장. 오래되어 변색. 학자가 그녀에게 물으니 그 번호가 누구인지, 언제인지 기억을 못 한다. 글자체는 본인. 왜 버리지 않냐니까 언제 필요할 지 모른다고. 학자는 이거라도 치워보려고 수차례 설득 또 설득했고 그녀도 수긍했지만 결국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버릴 수 없다면서. 저장강박증 이 정도다. 쪽지가 이럴진대, 사람이 만든 물품 중에 필요치 않은 건 없으니 그들 눈에 띄어 집에 가져다 둔 것이라면 죽기전에는 반드시 자신이 놓아둔 자리에 있어야 한다. 수집하는 종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한편, 어머니는 할머니 되면서 조울증도 중증이 된다. 증상 중에 '과도한 쇼핑 욕구'라는 게 있다. 강박증과 달리 이건 돈 엄청 든다. 남편이, 자식들이 풍으로 쓰러지니 얼마나 두려웠으랴. 노인 상대 홍보관 가서 서비스 받고 300만 원짜리 의료기 하나 사면 괜찮다. 아버지, 자식 여섯 합쳐서 7개 구입. 2,100만 원. 아직 풍 안 맞은 자식은 예방한다고.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몇 번인지 세지를 못 한다. 한마디 뭐라 안 했다. 거기 가면 여왕 대접 받으니까. 당신께서 번 돈 쓰시는 거니까. 사랑했고 사랑해 주던 남편 잃고 얼마나 외로웠을까. 억 대를 훌쩍 넘겼고 빚도 졌다는 걸 안 건 세월이 지나서였다. 두부 한 모를 사도 100원 싼 데를 찾아 다니고, 여섯 자식 키우느라 평생 사치라곤 모르는 분이셨지만 유독 홍보관에서는 의료기에는 거액을 펑펑 썼다.
어머니의 육신은 말년에 퇴행성 척추협착증이 통증을 동반했고 그때부터 진통제 복용. 약효가 좋았고 몇 년 잘 다니시다가 걷던 중 척추가 주저앉았다. 병원에서 몇 달 침대 신세지다가 영영 가셨다. 이처럼 노인은 육체의 질병뿐만 아니고, 정신 질환은 치매만이 아니어서 가족의 고충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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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으로 돌아가자. 여하튼 엄마 피를 받아서 나만 풍 없이 멀쩡?엄마 닮아 80대까지 건강하게 사는 거?헌데 외할머니가 풍으로 가셨다고 들었다. 그러니 안심 못 한다. 대를 건너뛰는격세유전이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환갑을 맞았다. 이때껏 사지 온전한 거만으로도 홍복이란 걸 안다. 그러다 심근경색. 마침내 올 게 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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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이야기 내친 김에 심근경색에 대해서 풀어보련다. 모르는 이에게 장기 기증하는 청춘도 많구만 까짓 노구의 병력 제공쯤이야 뭐. 게다가 옛부터 병은 알려야 낫는다 하지 않는가. 이병상련지정도 나누면서. 다를 이 자를 쓴 건 나이들면 병명이 다를 뿐 종국엔 어느 병이건 생명을 저당 잡는다는 점에선 다 같은 병이기에.
■ 심근 경색 ■
● 위험 인자
하나라도 있다면 협심증, 심근 경색 위험 인자.
흡연, 남성, 당뇨, 고혈압, 고지혈, 비만, 가족력. 특히 고지혈.
하나 있다면 나머지 둘 의심해야.
심혈관, 뇌혈관, 하지 혈관 협착.
하나 없어도 안심하면 안 돼.
노화가 위험 인자 1순위.
● 관상동맥 중재술
올해 2022년 1월 29일 심근경색으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관상동맥 중재술. 관상동맥 셋 중 곁가지격인 하나는 진작에 기능 잃어 포기. 그 몫까지 대행하느라 더욱 커지고 원래 가장 커다래서 맏이격인 관상동맥 하나에 스텐트 두 개, 나머지 관상동맥 하나에 스텐트 한 개. 합 스텐트 세 개. 스텐트란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 내부에 넣어 넓혀주는 둥글고 긴 스텐 재질의 그물망. 중재술 또는 시술이라함은 약물 치료 아닌 수술 치료도 아닌 그 중간. 약처럼 안 아프고 수술처럼 즉각 효과.
한편, 그 전후 분당서울병원 건강검진 뇌 정밀검사와 뇌혈관 조영술 결과 추골동맥, 경동맥 폐쇄, 협착 진단. 하지에 장골동맥 협착은 스텐트 시술 날 잡기로.
한 줄로 요약하면 심ㆍ뇌ㆍ하지 동맥 혈관 질환 중증.
● 원인
60세 넘어서 혈관 노화+위험 인자 골고루. 흡연, 남성, 당뇨, 고혈압, 고지혈. 가족력.
흡연 44년여ㅡ정상은 금연
공복혈당 145ㅡ정상은 100 이하
당화혈색소 7.2ㅡ정상은 5.7 이하
혈압 140~90ㅡ정상은 120~80
고지혈 LDL 콜레스테롤 158ㅡ정상은 130 이하
흡연 외에 대개 경계보다 조금 높아서 심한 건 아니다. 10여 년전부터 이 정도 수치였지만 증상 없고, 일찍부터 약 먹기 싫고, 운동, 식이요법으로 완화한다고 약 하나도 안 먹었다. 비만은 아니어서 BMI 체질량지수 23으로 정상.
● 그리하여
1. 여생 약 복용해야
처음이다.
약 끊으면 심혈관 다시 막힌다.
2. 심근경색 날부터 금연 금주
44년 실컷 피웠다. 그만하면 됐다.
헌데 4개월 후부터 흡연 재개...
술은 원래 체질 아니다.
3. 재발 대비해 의사 물색 중
시술은 하기도 받기도 수월하다. 통증도 없다시피.
수술은 차원이 다르다.
● 관상동맥 우회술
재발 & 스텐트 더 이상 못 넣을 시 관상동맥 우회술 해야. 헌데 이게 전기톱으로 가슴 한가운데 흉골을 가로로 25cm 가량 절개하여 가슴을 열고 하는 대수술. 뼈 아물기까지 반 년여. 특히 누워 움직이면 강한 통증에 매우 힘겹다고. 겁 집어먹고 다른 방법 없나 찾아보니 다행히 최소 침습 관상동맥 우회술 두 가지.
1. 최소 절개ㅡ전기톱으로 흉골을 가로로 6cm만 절개하고 수술. 우회도관으로 쓸 내흉동맥은 내시경을 써서 떼어낸 후 관상동맥에 연결.
2. 로봇 수술ㅡ갈비뼈 사이에 세로로 조금 째고 로봇으로 수술. 즉 흉골을 톱으로 자르지 않아. 내흉동맥은 가슴에 구멍 두 개 뚫고 거기로 로봇 팔 넣어 떼어낸 후 관상동맥에 연결은 손으로.
대강 이런 거 같은데 이 수술 의사가 희귀. 정확 상세는 명의 둘 직접 만나서 상담 추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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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예고는 했었다. 몇 년전 글로 쓴 할배 약방. 도입부 귀래 귀복식당서 삼겹살 먹다가 가슴 부위 아프고 식은땀 나서 급체인 줄 알고 약방 약 지어먹었다. 이번에 돌이켜보니 의학 용어로 불안정형 협심증이었던 거. 그 무렵 치악산행 하산시 허리 아래로 하체 쥐어짜는 통증으로 절절매며 기다시피 내려왔는 바 장골동맥 협착으로 인한 간헐적 파행이었던 거.
이번에 그나마 다행인 건 덜 치명적인 심근경색이었다. 저녁 무렵 불안정형 협심증 증상으로 시작해서 밤새 시간 끌면서 NSTEMI로 악화. Non ST 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비ST분절상승 심근경색. 그야말로 분초를 다투는 STEMI=ST분절상승 심근경색은 아니었다. 불운은 설 5일 연휴 전날인 금요일 저녁 5시경 병원 도착해 시술할 전문의가 없어 다음날 아침에야 시술했다는 거. 다음번은 어찌될지 모른다. 언제든 발병할 수 있듯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정체 파악 위해 심근경색 공부해 보니 암과 달라서 시술 또는 수술이 끝 아니라 시작인 병.
4분이면 휙 저세상 가는 병.
그게 위험이자 매력인 병.
삶과 죽음은 하나임을 미리 깨쳤기에 때가 온 걸까 의문이 앞섰지 죽음이 그리 낯설고 두렵지는 않았다. 입관 체험식으로 내 주검을 선험하고 깊이 사념한 덕. 허나 하시라도 심정지 상태로 빠질 수 있기에 차제에 미리 유언했다. 응급 해제 후 유서 한 장 써두고. 연명치료 거부 의향서 건보공단 가서 등록한다.
그러고 나서 계획을 바꾸어 조기연금 신청하고 다음달 4월에 첫달 국민연금 받았다. 공돈 같아 기분 째진다. 우겨넣은 김밥에 메인 목이 사이다에 뚫리듯 가슴이 뻥. 달마다 한 번 꼬박 연금복권 당첨금 받는 거 같아서 매달 25일이면 야!호! 300번 이상 붓고도 심근경색이 또 와서 한 번도 못 타먹는다면? 몇 번밖에 못 받는다면?더욱이 유족연금으로 전환되면 40%씩이나 뭉텅 깎인다. 그게 억울해서 구천을 떠돌 거 같다. 원래는 내년 2월이 국민연금 수급 개시일이다.
써둔 글 400여 편을 주제별로 묶으니 얼추 책의 얼굴을 갖춘다. 브런치북 14권 중 후대에 남을 건 셋. 가장 애착 가는 '삶과 죽음은 하나', 기록으로서 가치가 있는 '응답하라 1968', '살어리오'. 셋을 한 권 종이 책으로 출판했으면. 마지막 노잣돈은 동전 두 닢이면 넉넉하니 남는 재정은 산 자에게 기본 대책은 되어 안심이다. 이리 마무리 지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룬 건 없으나 형뻘 늙은이 둘이 막하막하 막장막장 히틀러, 모택동 짓거리 일삼는 거 보니 훨 낫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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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닌 노인 없고 60세 지나면 누구나 시한부 인생. 드러내거나 나지 않을 뿐, 기한을 정함이 없을 뿐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는 30대 축농증 수술로 후각 장애, 50대 중반 세 번이나 요로 결석이니 또 생길 거고, 작금에 혈관 장애. 점점 세고 잦고 급해진다.
힘 넘치는 치매만큼이나 무서운 건 심근경색이든 뇌졸중이든 의식 있든 없든 기약이 없는 것. 똥기저귀 채워진 채 반 평 침대 위가 온 세상. 이건 판결문 없는 종신형 고문이다. 먹을 건 목에 구멍 뚫어 삽관해 깔때기로 흘려 넣어주면 말 못 하니 꺼억 꺼억 소리로 거부 반응, 누운 채 똥오줌 기저귀에 다다르면 간병인 지 편한 시간에 벗겨내고 닦아주고. 링거로는 갖은 약물. 1년, 3년, 5년. 막바지엔 몰핀 1만 배 극극초강력 합성 마약 진통제인 펜타닐. 존엄은커녕 인격의 최소나마 지키기 위한 안락사는 언제 허용할 것인가? 막판에 급상승하는 국가적, 사회적, 개인적 비용은? 결국 젊은이들 짐 아닌가.
그러하니 잘 먹고 잘 싸고 잘 걷고 잘 자다가 꿈인가 생시인가 이승인가 저승인가 잠결에 먼길 떠나는 게 버킷 리스트 첫 번째. 내 뼛가루 묻을 봉산의 참나무 숲길에서 STEMI를 조우하면 두 번째. 허나 삶이 그렇듯 죽음도 바라는 게 생기면 노력만으론 어렵고 운이 따라야 한다.
어무이는 딸 셋 낳고 제발 아들 하나 달라고 앞산 봉산 육판바위 아래 촛불 켜고 신령님께 100일을 빌었다. 그렇게 나 내어주고 앞으로 거두어줄 봉산에서 산보 한 땀 한 땀이 근래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다. 7월부터는 G-케어 매니저로서 앞산 대신 걸어서 동네 노인들 찾아 다니며 대화를 나눈다. 산이 주는 즐거움 대신 잡은 내게 보람을 한아름 안긴다.
♡ 우라아아!
끝냈다. 내가 봐도 길다. '저도 환자예요' 제목 여섯 자에 낚여 끝까지 오신 분 수고 많으셨어용~^^ 석 달전에 중간 심근경색 부분 써 둔 거 분류를 못 해 처박아 두었다. 앞 뒤를 붙여 완성한 건 필요로 하는 독자층이 있어서다. 요긴하게 용도가 있을 줄이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