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현대판 고려장

G-케어 매니저-12화

by 가매기삼거리에서


1989년.


아버지 57세에 돌아가셨다. 어머니 연락 받고 급거 서울서 야간 열차 고향행. 집에서 가족이 함께 임종을 지켜봤다. 아버지는 52세에 풍이 왔다. 구옥이 너무 불편해 어머니를 조르다 조르다 억지 부려서 84년 여름에 슬라브 신축. 화장실과 욕실을 실내에 두려고. 변소는 쪼그려 앉는데다 깊어서 위험, 목욕은 겨울이면 건너뛰어야 했었기에. 어머니가 동거하셨다. 자식들은 결혼, 직장 때문에 나가 살았다.


나는 장남. 미혼. 서울서 신입사원. 홀로 된 어머니가 걱정된다. 아버지보다 두 살 위. 내년이면 환갑. 아버지 57세에 가셨는데 그럼 어머니는? 환갑 잔치 치루면 복 받은 시절. 불안하다.


그때쯤이었으리라. 신문 대서특필, 테레비 톱뉴스. 노인 시신이 구더기가 끓는 채 발견됐다고. 고독사 첫 번째 만천하에 드러난 사례. 겁 더럭. 명절 두 번, 제사마다 어머니를 설득. 서울로 모시려고. 3년을 그러다가 포기.


1992년.


이번엔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부탁. 5년만 원주 지점 보내달라고. 3개월을 기다리다 어쩔 수 없이 사표. 원주서 직장 구할 작정으로. 그리 심각하냐고 묻는다. 장남인데 효도 한 번 못 하고 아버지를 보냈다, 어머니 육순에 독거다. 이러다 혹여 집에서 급사라도 하면 나는 평생 죄인된다. 게다가 금방 발견 못 하는 환경이다. 언론에 구더기 상태로 보도되면 난 죽음이나 다름 없다. 회사 사장 목표고 뭐고 일단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원주로 자리를 옮긴다. 어머니와 동거하며 결혼하고 아들 둘 낳고. 그 사이 어머니 의사로 아파트 입주하고.


2008년.


아들 교육 때문에 원주 반대편으로 이사를 가야했다. 어머니 함께 안 가신다고. 동생한테 이 아파트 줄 거면 그게 비니까 그리로 가시겠다고. 어머니 뜻이 강경했고 따른다. 건강하시고 동생이 같은 아파트며 나도 원주니 별일이야 있으랴.


2012년.


어머니는 저장강박증이 있었다. 동거할 땐 수시로 치우고 주의를 주어 통제가 되었지만 독거라 무방비. 어머니는 자유를 얻었고 4년만에 23평 아파트가 주워들인 갖은 물건으로 꽉 들어찬다. 발 디딜 틈 없으니 그 위에서 주무신다. 음식은 아깝다고 썩은 거도 드셔서 배탈나 인진쑥물 다려서 자가 처방하시고. 다시 악몽이 떠오른다. 이러다 갑자기 돌아가시면? 구더기가 문제 아니라 백골로 발견될 터. 그때쯤 그런 기사로 전국이 난리나기도 했다.


처음 정신과 의사 진료. 중증이라고 당장 입원 시키라고. 이렇게 늙어가시나 눈물을 머금고 의사 시킨대로. 달만에 퇴원 시켜 내 집으로 모신다. 병 도지면 다시 입원 시키고. 그러기를 여러번. 입원은 매번 한 달을 넘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86세 노환으로 척추가 주저앉아 몇 달 병원 침대 계시다 영원한 이별. 2015년이다. 생각보다 많이 오래 사셨다. 60대 지나서 저장감박증, 조울증이 악화된 것, 몆 달전 입원한 것 외에 평생 약 한 번 안 드시고 건강하게 활보하셨다.


모든 건 독거사 우려 때문이었다. 헌데 지금 하는 일이 독거사 우려, 고립된 이 찾는 일. 30여 년만에 사회가 이런 거까지 신경 쓰다니 감회가 남다르다. 그때 G-케어 매니저가 있었다면 내 인생은 크게 달랐을 거다. 서울서 굵직한 자리 하나는 꿰찼을 거. 후회는 없다. 내 고향 나 태어난 곳에서 여즉 잘 살고 있으니까. 어머니 덕이라고나 할까. 이 시대에 이건 복이다.


고독사는 90년대 시신이 구더기 상태로 발견되어 전국이 떠들석 하면서 처음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80년대만 해도 아파트가 없었다. 동네 사람들은 서로 형편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대가족에 효 불효를 따지던 시대라 노인 독거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2010년대 백골로 발견 되어 다시 논란의 불을 지핀다. 백골이라니 사람들은 한결같이 시대를 개탄했다. 경제 발전ㅡ>가족 해체ㅡ>독거ㅡ>고독사 수순. 특히 아파트 거주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심각성이 더해간다. 작금에 이르러 이중창 등 완벽에 가까운 방음, 방풍으로 부패 냄새마저 차단돼 혼자 급사면 옆집조차 알 길이 없다. 관심도 없거니와. 2020년대 요즘엔 백골 몇 개월은 뉴스거리도 안 된다. 그만큼 고독사 흔하다는 방증일 수도. 앞으로는 몇 년 백골쯤 돼야 뉴스 한 번 탈 거 같다.


고독사. 잘 살려다 이리 된 거고 이제 여가를 즐길 정도 되었으니 챙겨야 한다.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국가,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런 면에서 G-케어 매니저 육성 시범사업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본사업으로 시행, 확대되어야 마땅하다.


고독사는 미리 버린 고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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