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근하고 싶은 매장

매장 편

by 가매기삼거리에서


"늘 부지런하세요!"

"아닙니다. 부지런하다니요."


매장 청소를 거르지 않는 걸 보고 왼쪽 옆옆 정육점 사장님 하는 덕담. 그러고 보니 훨씬 부지런한 오른쪽 옆 김밥나라도 그러신다.


97년 첫 매장을 시작하고 출근하고 아침 청소를 거른 적은 없다. 직원들이 있었어도 바닥만큼은 내가 마대질. 지금은 무인이라 내가 다 한다. 그래봤자 10평이라 안팎 10분, 앞 인도 5분. 요즘은 가을 끝물이라 은행나뭇잎이 바닥에 달라붙어 기 뻗친 대나무가지 빗자루도 서너 번씩 쓸어대야. 때는 대중 없다. 무료하면 운동 삼아 가게 나간다.


청소 후 기분 상쾌하다. 내 몸 목욕한 거와 비슷. 매장이 쾌적하니 덩달아서. 혼자면 가끔 구두 벗고 맨발로 다니기도.


나름 소신이 있다.

내가 출근하고 싶은 매장.


돈 받고 상품 파는 매장이 지저분한 데 흔하다. 대기업 편의점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작은 데가 그렇다. 청소야 하지만 표시가 안 난다. 진열이 사방 빼곡한데다 높이 쌓아 시야를 가리니 창고 비스름. 쇼핑의 즐거움이란 없다. 생활 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사는 집도 인테리어다 리모델링이다 투자하는 시대. 돈 쓰러 오는 매장이 이럴 수는 없다. 내가 가고 싶지 않은 매장에서 손님 오기를 기다리다니...


나 요즘 기실 부지런하지 않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라 하루 한 번 출근. 한 시간 여 일 본다. 우선 진열 페이스업. 빠진 상품은 앞으로 당기고 정면이 보이도록. 주문은 이틀에 한 번. 키오스크에서 돈 빼고 잔돈 넣고. 다 해서 한 시간여. 상품 도착하는 날은 검수, 등록, 진열에 한 시간 가량 플러스. 이러니 부지런 떨 일 없다. 쉬엄쉬엄 소일 삼아. 이 글도 청소하고 나서 산뜻한 마음으로 잠깐.


내게 무인 매장이란?

용돈 벌이 겸 소일거리 겸 쉼터.


세상은 무인으로 바삐 달린다.

인간 대신 기계가.

키오스크=셀프 계산대.

터미네이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결정해야 사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