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가 동하다

응답하라 1968 - 동물 편

by 가매기삼거리에서

어른들이 회가 동한다고 한다.

음식을 보고 먹고 싶을 때 그런다.

뭔가 있어 보인다.

애들은 그냥 맛있겠다고 한다.

회가 회충인지 몰랐다.


어떤 어른은 회충이 똥구멍에서 나오는 걸 보고 거위가 보인다고 한다.

회충을 거위라 하는 건 어쩌다 듣는다.

애들은 그냥 회충이라 한다.

거위가 회충인지는 알았다.


1968년경 꼬맹이때. 그땐 그랬다.






지금은



백과사전을 검색하니,

회가 동하다.

다른 표기 언어 蛔가 動하다

본 뜻

뱃속에 있는 회충이 먼저 알고 요동을 칠 정도로 입맛이 당긴다는 뜻이다.

바뀐 뜻

어떤 음식이나 일을 앞에 두었을 때 썩 입맛이 당기거나 즐거운 호기심이 일어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 회 蛔를 검색하니,

蛔 회 거위


회충에 대한 숙어가 있을 정도니 오래 전 부터 회충은 온 나라의 공공의 적이었다.

한자가 있을 정도니 회충은 적어도 한자가 생길 때부터 인류의 공공의 적이었던 거다.


당기는 음식을 보면 회가 동한다고 말하지만 회충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회충이 움직인다고 하면 밥맛 떨어지니까 회가 동한다고 둘러 표현한 선조의 지혜다.





잊혀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1968년 전후 생활상을 서투나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국민학교 입학 전후 꼬맹이 눈으로, 가급적 그때 언어로. 저물어 가는 저와 새 시대를 살아가는 자식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한때는 이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연) 이 봄에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