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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의 쇼핑법

편의점 알바 에피소드

by 가매기삼거리에서

남학생이 들어온다. 도시락으로 직행. 뭐가 맛있을까 잠깐 내려다보고 결정. 30초. 음료 집어오고. 배고프면 컵라면 추가. 길어야 1분이면 쇼핑 끝.


여대생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는 경우는 드물다. 간식류를 이것저것 본다. 양이 안 찰 거 같다. 도시락쪽에 와서 잠깐. 먹고 싶다. 헌데 살찐다. 다시 간식거리로 간다. 컵라면, 과자, 떡볶이, 샌드위치, 삼각김밥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고민한다. 하나로는 양이 적으니 뭘 더 사나 또 고민. 일단 이렇게 식품 진열대를 한 바퀴 돌면서 찬찬히 훑는다. 눈으로 손으로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 비싸다, 아니다, 증정 있다, 없다도 따져보고. 그리고 한 바퀴 더 돌며 신중하게 결정. 빨라야 3분에서 5분 걸린다. 그리고 계산하려는데,


"잠깐만요. 하나 빼먹었어요." 마치 보물이라도 잊은 듯이 후다닥 뛰어가서 후식으로 초콜릿이나 빙과류를 챙기는 여대생도 꽤 있다.


남학생은 둘셋이 함께 와도 각자 알아서 금방 끝. 여학생은 서로 품평하며 수다 떨며 쇼핑 시간 플러스. 남학생은 오기 전에 먹을 걸 정했거나 보자마자 선택, 여학생은 보면서 생각 또 생각. 기다리는 친구 것도 남학생은 알아서 금방 결정. 여학생은 전화해서 물어보고 추천하고 조정하고. 헌데 여대생이 칼로리 생각해 고르고 고른 칼로리의 총합은 남학생의 그것보다 크다. 그들도 뻔히 안다. 주식이든 간식이든 살로 가는 칼로리인 것은. 배부르지 않게 나눠 먹는 데 위안을 가질 뿐. 안 그러는 여대생, 남학생이 있기는하지만 드물다.


남학생이 오면 일 하다가 얼른 카운터에 가서 대기한다. 여학생이 오면 카운터에 있다가도 기다리기 지루해서 다른 일 한다. 페이스업하거나 상품 채우거나 청소하면서 지켜보다가 쇼핑이 끝날 때쯤 카운터에 간다.


편의점에서 먹거리 쇼핑에 남학생은 30초, 여대생은 5분. 10배 차이다. 모든 법칙에 예외는 있다. 여학생이 김밥으로 직행해 한 줄 덜컥 잡을 때는 10초면 편의점 쇼핑 끝. 시험 기간이거나 바쁜 때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여대생은 왜 햄버거는 거의 안 사 먹는걸까? 역시나 고칼로리라서?


여기는 대학가 원룸아파트의 편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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