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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l 25. 2023

아저씨가 훔쳐간 거 같아

스마트폰 벨

모르는 번호지만 얼른 받는다

무인 매장이라 긴급 상황일 지 모르기에


저 전도사예요

, 그래


아저씨가 훔쳐간 거 같아

그래? 지금?

첫 통화라 존대하고 나인걸 확인하고 나선 바로 말 놓기


5분전에

알았어. CCTV 확인해 보고 전화해 줄께


10분 후


시균이야. 훔쳐간 거 맞는 거 같아

그렇지


옷차림새 보니 근처 사는 거 같은데

아파트야

뒤를 았던 거


알았어. 고마워. 나중에 보자


20호 절도범이다



ㅡㅡㅡ



이 아이는 평소 적극적이다

한 달여전 매장 앞 쓰레기 주웠다 해서 잘했다 칭찬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선물

일주일전 시균아 안녕 잘해서 고마워서 아이스크림 선물

이번은 큰 선물 준비해야지

둘이서 제보한  거니까 둘 다



ㅡㅡㅡ



K-쇼핑 전도사


1.무인 매장은 K-쇼핑. 이 자랑스런  우리만 지 말고 전파하자 권한

사진 찍어서 페북, 인스타 등 SNS로 알리는 아이들


2.나아가


매장 안팎 쓰레기 주워 분리수거통에 넣는 아이들

1명이 주우면 100명이 쾌적하니까

무인 매장이라 하루 한 번 내가 올 때까지 치울 이 없는 걸 아이들이 안다

이건 부탁


3.더 나아가


절도범 내게 제보하는 아이들

그게 공정이고 안전한 매장 되니까

도둑 많으면 무인 매장 불가능하다는 건 교육했지만 이런 활약은 예상 못 함



ㅡㅡㅡ



오픈 6개월

절도 20건


그중 이처럼 초등생 제보가 3건

영리해서 다들 날자, 시간을 특정해 준다 아이들이 잡은 거나 진배 없다

아이 엄마 자수가 5건

8건 40%가 제보와 자수로 절도범 색출


나머지 12건 60%도 일부러 CCTV 뒤진 적 없다. 냉난방중 도어가 개폐 되었나, 매장이 지저분하지 않나 CCTV 확인하다가 수상하면 지켜보다가 잡았다

즉 절도 20건 잡는데 시간, 품  안 든다


무인 쇼핑 매장 관리에 이점 의미 크다

일일이 뒤져서 잡아야 한다면 말만 무인이지 유인인 셈. CCTV 늘  지켜보고 녹화 돌려봐야 하니까



ㅡㅡㅡ



시균아 안녕  또한 크다

인사뿐 아니라 대화도 말 놓는 아이들 점점 는다

나이 벽 허물고 친구로 지내니 편하게 제보하는 거


전도사, 시균아 안녕, 'CCTV 안 보고 절도 근절' 프로그램

창작품끼리 의도치 않게 셋이 어우러져 에스컬레이트 

재미 오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음날


둘 만나 경과 보고

도난 목록표 보며 이야기 나누다

어랏, 58호 절도범과 나이 비슷 60대

이 건 형사가 동선 쫓다가 놓쳐 미제 사건으로 분류한 건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택시 타서 다른 동네거나 외지인인 줄 알았는데

어디서든 재범하면 그때 잡는다고 한 건데


시간대도 같아요

어, 그러네


두 건 동영상 얼굴 대조하니 맞다!

아이는 굵게 꺾인 눈썹, 난처친 눈매에 주목 딱이다

그때는 마스크, 이번은 맨얼굴이라 놓쳤던 거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두 달 사이 훌쩍 대범해졌다

마스크 / 맨얼굴

범행 순식간 / 쇼핑하듯

사람 없을 때/사람 있어도

도주 멀리/집으로 직행


20호와 8호 절도범 동일인

전도사 덕에 형사도 못 한 미제 사건까지 해결!

그때도 다른 아이 둘에게 걸리더니 이번도

것도 60대가 11아이들에게 두 번이나

현대판 칠종칠금

횟수는 5번 적으나 50년 어리니 못지 않다


감사의 선물은 각 5천 원 아이스크림이든 뭐든

먹고 싶을 때 아무때나

불편한지 돈으로 주면 어떻겠냐고

현금은 아닌 거 같다니까 수긍

계산대 수납장에 셋만의 장부 마련

오늘은 각 6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씩 골라서

덤. 데려온 초2 여동생 아이스크림 600원짜리

내게 고맙습니다 하길래 아니, 자랑스런 오빠 덕이니까 오빠에게 하라니 냉큼 오빠, 고마워


나보다 형사보다 낫다

초4가 이리 민하다니

그런 이를 친구로, 전도사로 둔 나는 인복 터진 거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 다음날


친구 둘 모셔서 감사 및 칭찬의 포상


옆 파리바게뜨서 망고 빙수, 빵 고 싶은 거 대접. 합 2만 원


잠깐 교육

범죄 신고는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

단, 주의

범인과 직접 접촉 마라. 절도 등 형사 범죄자는 긴장 상태. 특히 강도는 무기 소지.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잡는다. 검사 2천 명ㅡ이 대목에서 깜짝 놀라는 녀석ㅡ, 판사 3천 명 가량. 나라에서 알아서 처리한다. 직접 처리하다 흔히 사건이 커진다. 단순 절도, 강도가 상해, 살인으로 격화. 치료비 건강보험 처리 안 되고 내가 다 부담하고 범인은 훨씬 한 처벌. 양쪽 다 불행. 그리고 너희 둘 신고한 건 비밀 지켜준다. 혹시 보복 범죄 방지 위해서


그리곤 수학, 영어 공부의 근본에 대해 다음에 알려주기로 약속. 이거 알면 공부에 관심 쑥 성적 쑥쑥 오른다. 다른 전도사들도 짬짬이 알려주는데 녀석 둘이야 당연히




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 다음날


한낮 33도 태양 작렬

집 앞 커피숍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피서

스맛폰 벨


시균아. 사이다볼 누가 빼 먹고 두었어

어, 그거 알고 있어


알았어. 그리고 나 5,000원에서 2,800원 남았는데 지금 먹으면 안 될까


그럼 그만큼 골라서 사진 찍어서 문자나 카톡 보내고 먹어. 내일 매장 가서 내가 계산해 놓을께. 너희 둘은 스페셜 특별하니까 이렇게 해도 돼. 원래는 내가 계산한 후에 주는 거지만

야호! 역시 시균이야. 시균아...사랑해

그래. 나도 사랑해


녀석들 방학

수시로 매장 순찰 도는 거

사이다볼은 500원. 손바닥만한 직사각 판형에 수십 개를 알약처럼 은박으로 박았는데 그중 몇 개를 누가 빼먹은 거. 상품이 훼손됐다고 알려준 거. 도둑 잡는 재미 들린 거. 그건 나도 마찬가지. 1.한 번 도둑은 잡힐 때까지 계속한다. 2.바늘 도둑 소 도둑. 그러면서 점점 대담ㆍ방심. 결국 잡힌다. 시간은 내 편. 그러니 CCTV 샅샅이 뒤지는 대신 사냥하듯 즐기면서. 게다가 제보+순찰까지 도우미. 녀석 둘도 사냥의 맛을 알아챈 거. 여름방학에 이만한 놀이 있으랴


녀석들이 잡은 절도범 할배. 20호이자 8호 상습. CCTV 동일 시간대 추가 범행 훑다가 할배 한 건 더 적발. 이로써 최소 3회 상습. 범인, 시간 특정되면 일도 아니다. 게다가 잔챙이 절도 2명 덤으로 색출. 300원과 1,200원. 중딩ㆍ초딩이라 경찰 신고보다 범인ㆍ부모 찾기로. 녀석 둘 덕에 절도 총 5건 아주 손쉽게 잡아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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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현대판 구멍가게겸 동네 놀이터

고객과 함께 관리하는

그러면서 시민 신고 정신을 실천하며 공정을 배우고

그러면서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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