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보다 집이 더 좋은 퍼피
강아지 비바는 첫 순간부터 우리에게 폭 안겨서 집에 따라가게 해달라고 조르는 그런 강아지는 확실히 아니었다. 하지만 이 집에 온 지 4주차를 넘기면서부터,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집을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게 된 것 같았다.
산책을 나갔다가 집 근처에 다달으면 엄청나게 자신 있는 발걸음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집 앞 계단을 뛰어오른다. 그 확신에 찬 걸음걸이가 어이 없을 정도! 다만 우리 집과 닮은 다른 집 계단 앞에서 거기 올라가려고 애쓸 때도 있다. 어찌됐든 우리집을 자기가 돌아갈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보여서 신기하다.
낮에는 집 앞 공원에서 강아지가 방금 눈 똥을 치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1.2m짜리 얇은 목줄을 놓쳐버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줄 놓친 줄도 모르고 똥 주워 올리는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뒤처리를 하고서 굽혔던 허리를 폈을 때 뒤늦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왔다. 옆에 있을 줄 알았던 강아지가 시야에 안 보였던 것이다. 탁 트인 공원을 360도로 급히 둘러봤지만 하얀 털 뭉치는 보이지 않았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머리가 하얗게 된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었구나. '얘를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지?' 그러나 다음 순간 더 길게 생각할 틈도 없이 집을 향해 뛰는 내가 있었다. 생각할 시간은 없었지만 강아지가 왠지 집 쪽으로 갔을 것 같았다.
집으로 달리며 큰 소리로 강아지의 이름을 외치고 있으려니, 내 목소리에 반응해 집 쪽에서 다시 달려 나오는 비바가 보였다. 그때 그 안도감이란...! 정말이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었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집에서 멀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이 맘 때 퍼피에게 흔한 현상이라고 한다. 멀어질수록 뒤돌아보고 주저앉아 더 안 가겠다고 버티다가 집 쪽으로 돌아서면 신나서 뛰어가는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 말이다.
이 날 다른 데 안 가고 집으로 가준 것은 너무 다행스럽고 고마운데, 한편으론 내가 옆에 있어도 그저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의아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내가 여기 있는데 나를 떠난다는 건.., 물리적인 집은 강아지 마음에서 가까워진 반면, 우리 사이의 연대감은 아직 부족하다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