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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Jul 06. 2024

강아지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하는 것

비바는 하루에 서너차례 낮잠을 잔다. 비바가 잠에서 깨면 즉시 배변을 유도하기 위해 밖에 데리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일을 하는 중간중간 비바가 깨지는 않았는지 살피게 된다. 나도 이제는 비바의 수면 패턴에 적응이 되었는지 이쯤 되면 깰 때가 됐는데 싶은 느낌이 있다. 그 때 비바를 돌아보면 일어나서 멍한 얼굴로 남은 잠을 털어내는 비바가 보이곤 한다. 그 때 화단으로 데리고 나가면 비바는 긴 오줌을 눈다.  



잠에서 방금 깬 비바는 갓난아기처럼 사랑스럽다. 우리가 다가오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울타리를 열어 비바 있는 곳으로 들어서는 그 때부터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며 점프를 하고 기쁨을 표현 한다. 그 다음 동작은 등을 바닥에 깔고 뒤집어지듯 눕는 것. 배를 쓰다듬어달라고 아무데나 급한대로 눕기 때문에 물 그릇에 머리를 박기도 하고 울타리 벽에 몸을 찧기도 하는데, 그래도 좋은지 매번 그렇게 흥분된 세리모니를 보여 준다. 



우리집 부엌은 한 가운데 놓인 식탁을 기준으로 싱크대쪽과 그 반대쪽으로 나눌 수 있다. 내가 싱크대 앞에 서서 뭔가를 하고 있으면 비바는 싱크대 쪽으로 등을 보이는 의자 밑에 자리를 잡고서 눈을 감고 엎드린다. 그러다 싱크대에서 일을 마친 내가 반대편 노트북 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비바도 어느새 두 눈을 번쩍 뜨고 나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내가 더 잘 보이는 반대쪽 의자 밑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또 아무일 없었다는 듯 엎드려서 눈을 감는다. 



중간에 내가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비바 역시 또 한 번 벌떡 일어나고, 내가 부엌에서 리빙룸으로 연결되는 미닫이 문을 통해 거실쪽으로 나가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 문 앞에 앉는다. 아침에 나보다 늦게 일어나는 파트너가 침실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나면, 부엌에서 나와 함께 먼저 일어나 있던 비바는 또 얼른 부엌으로 이어지는 미닫이 문 앞으로 이동, 두 손을 살포시 포개고 앉아 파트너의 입실을 기다린다. 그 뒷모습이 사랑스러운 나는 혹시 파트너가 키친을 들르지 않고 화장실로 먼저 향하는 날이면 얼른 귀띔해 준다.



“비바가 여기서 너 기다리고 있어.”



그럼 파트너도 서둘러 볼일을 마치고 부엌에 들어와 그를 기다리던 비바의 펄쩍거림을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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