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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Dec 04. 2022

생후 3개월 강아지가 있는 집의 아침루틴

매일 아침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에 일어난다. 귀가 밝고 배꼽시계가 정확한 편인 강아지는 우리가 일어나 부스럭거리는 것을 눈치 채는 순간부터 문 앞에서 찡찡거리기 시작한다. 소리만 내면 무시하겠는데 타다다닥 타다다닥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소리마저 들리기 시작하면 불안한 건 내 쪽이다. 저 아이가 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뭔가를 부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궁금함과 걱정을 못 이기고 내다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오늘도 그렇게 침대를 벗어났다. 



일단 화장실로 곧장 들어가 볼일 보고 세수와 양치를 한 다음 얼굴에 선크림을 발랐다. 일부러 소리를 내가면서 한다. 내가 소리를 내면 이게 뭐하는 소린가 하고 나름대로 귀를 기울이느라 그 동안은 그나마 조용하다. 반면 내가 너무 조용하면 얘가 다시 찡찡거리며 나에게 어필한다. 그래서 내가 선수치는 것이다. 



마침내 화장실에서 나왔고 아이를 들쳐 업고(?) 화단으로 나갔다. 내려놓자마자 길-게 쉬를 하더니 한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이내 응아를 잔뜩 누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집 안에다 쌀 뻔 했네. 침대에서 지체하지 않고 벌떡 일어났던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집에 들어와서는 군데군데 다니면서 밤새 실수한 흔적은 없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밤 동안은 세 개 나란히 연결해서 깔아둔 배변 패드 위에서만 볼일을 본 것 같았다. 



이어서 강아지의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밥그릇을 내려놓으며 “기다려”를 주문했는데 이제는 정말 꽤나 잘 기다린다. 기다리지 않으면 되려 오래 걸린다는 걸 확실히 인지한 것 같다. 내가 마음 속으로 10초를 꽉 채워 셀 동안 이 아기 강아지는 미동도 않고 기다렸다. 사람이라면 “드럽고 치사해서 안먹는다” 할 것 같지만 강아지에게는 나름 뿌듯한 순간이라고 한다. 그냥 주는 것보다 이런 미션을 주는게 ‘내가 잘 했고, 엄마를 만족시켰고 그래서 밥을 얻어냈어!’ 하는 기쁨이 된다고 한다.

 


강아지가 밥을 먹는 동안 나는 식탁 위에 있던 바나나를 하나 까먹었다. 밥그릇이 비워지는 순간 다시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료가 든 가방(길에 떨어진 휴지같은 걸 입에 물면 사료로 유인해서 스스로 내려놓게 해야 한다)과 함께 배변봉투도 챙겼다. 그렇게 다시 밖으로 나갔고 아침 6시 반의 조용한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집에 돌아오니 기상한지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아이패드에 뉴스를 켜두고서 마침내 내가 먹을 아침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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