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병원행정사무원이 되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족발 장사를 하셨다고 한다. 장사가 제법 잘 되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IMF를 맞으며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래서 내 어릴 적 기억에는 아버지는 언제나 집에 계시지 않았었고, 어머니께서는 돈을 벌기 위해 나가셨었기 때문에 언제나 내가 집을 지켰다. 아버지를 찾는 어떤 사람들의 전화도 항상 내가 받았었고 그래서 그런지 성인이 된 나는 전화 벨소리조차 싫어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나는 어려서부터 가난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아들에게 “돈 없다” 소리 한 번 하신 적 없었고 사랑으로 나를 키워 주셨다.
성인이 되고 나서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 않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크게 했었고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처음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내 나름대로 목표했었던 군장학생 선발에 최종 탈락하고 무언가를 정리할 시간도 없이 쫓기듯 군 입대를 했다. 군대 생활을 하면서 책도 많이 읽고 진로에 대한 고민과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군 생활을 잘 마친 뒤 나는 다니던 학교를 자퇴했다. 다니던 학교와 전공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생각을 했고 내가 잘하는 일을 해야겠다 싶었고 배고프고 싶지 않았다.
자퇴를 한 뒤, 배고프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전문직 중에 병원 근무 관련된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점점 더 고령화 사회로 들어설 것이고 그렇다면 병원에 전문직 인력으로 근무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관련 학과를 알아보던 중 영상의학과, 물리치료학과, 의무행정과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전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중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나는 컴퓨터 다루는 것을 잘했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많이 따놔서 군 복무도 행정병으로 했고, 몸 쓰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컴퓨터에는 24시간도 앉아 있을 수 있는 내게 제일 적합했던 것이 바로 보건 행정과 의무기록들을 다루는 전공이었다. 내게 맞는 전공을 찾고 학교에 진학했고 학과 생활뿐만 아니라 대외 활동도 많이 하며 열심히 대학 공부를 마치고 졸업했고, 첫 직장인 병원에 취업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배고프고 싶지 않아 병원행정사무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