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는 게임인가 스포츠인가.

2012년 스타를 봤던 나, 2022년 롤을 보는 내 모습

by 설규을

어렸을 때부터 내가 제일 싫어하던 것이 있다. 축구와 농구를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면 직접 플레이하는 것을 싫어했다. 내가 축구와 농구를 싫어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사람들과 땀 흘리면서 몸싸움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다. 과격한 몸싸움으로 인한 경쟁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경쟁 자체도 별로 안 좋아했다. 경쟁이라고 하면, 기록 경쟁을 더 좋아했다. 나름 절충안으로 한 게 쇼트트랙이었는데 경쟁이 적당히 있지만 땀 흘리는 몸싸움이 아니니 재밌게 운동했었다. 대부분 동계 스포츠가 이런 방식이었다(아이스하키는 제외한다면). 일반적으로 기록 경쟁이 많기에 내가 즐겨보는 스포츠는 거의 다 동계 스포츠이다. 하계 스포츠에서 본다면, 양궁과 배구를 제일 좋아한다. 나에게만 집중하면 되는 스포츠와 팀원들의 협동을 이끌어내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내 가치관에 잘 맞았다.

202107271417017384_d-2.jpg 내가 하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양궁. 출처: https://www.ytn.co.kr/_ln/0107_202107271417017384

그리고 이러한 내가 또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으니 바로 E-sports이다. 몸싸움 심한 경쟁을 싫어하지만 경쟁은 좋아하고, 때로는 팀원과 멋진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섞인 스포츠가 e-sports라고 생각한다.

Esports-768x480.png E-sports. 출처: https://estnn.com/the-narrowing-gap-traditional-sports-and-esports/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E-sports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처음 접한 e-sport는 스타크래프트였다. 내 나이 또래의 대부분의 남자애들은 온게임넷(ogn)에서 하는 스타크래프트를 TV로 봤을 것이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배웠다. 친구 집에 있는 컴퓨터 게임으로 배웠는데, 그 친구의 형이 깔아준 것이었다. 보통 이 나이대의 애들은 형이나 언니한테 문화를 배우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2 같은 게임을 즐겨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실시간 전략 게임은 생각보다 잘하진 않았다. 나는 과감하게 게임하지 않았고 친구들 사이에선 게임을 잘하는 편이라고는 못 들어봤다. 그건 요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보는 것은 그 누구보다 좋아했다. 전략을 분석해도 손이 안 따라줘서 하지 못 하거나 정찰을 통해서 빠른 판단을 하지 못 하는 나는 오히려 프로선수들이 하는 경기는 굉장히 잘 이해했고 분석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프로 선수들 경기를 보면서 빌드를 접하고, 나름대로의 상성도 생각했었다.

SSI_20161019090542_O2.jpg 스타크래프트 리그.https: //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019500013

스타크래프트를 보면서 나는 TV에 빠졌다. 이윤열이 나오던 때가 초기인 것 같다. 이윤열 같은 테란 천재부터 시작해서 마재윤 같은 저그 황제, 김택용의 프로토스의 날카로운 운영을 보면서 점점 스타크래프트 세상에 빠졌다.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는 친구들 간의 소재에도 많이 나왔다. 요즘 EPL에서 손흥민의 활약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스타크래프트도 어린아이들에게 재밌는 소재거리이자 취미였다. 물론 나는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을 하면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는 학생이었다. 당시 온게임넷, 곰TV, MBC GAME에서는 스타 리그도 중계하지만, 스타 예능이라고 해서 새로운 유즈맵(유즈맵이란 유저들이 만든 맵으로 다양한 재미요소를 넣었다. 예를 들어 혈압 마라톤, 7인용 입구 막기, 디펜스 등과 같은 기존 RTS의 프레임은 가져오되, RPG, AOS, 디펜스 게임을 만들었다.) 같은 것들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스타크래프트에 진심이던 어느 날 앞에 말한 마재윤이 연루된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이라는 어마 무시한 사건이 스타크래프트 판을 덮쳤다.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에 연루된 일명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많았다. 중개인에게 소개받은 그들은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에서 원하는 대로 특정 경기를 할 때는 패배를 했다. 그 결과로 승리에 돈을 건 사람들의 돈을 도박 사이트가 가져가고 그 일부의 수수료를 떼 가는 것처럼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에게도 줬다. 일부의 수수료의 범위는 몇 십만 원에서부터 천만 원 정도까지 다양했고, 이 와중에 마재윤이라는 스타플레이어도 연루되면서 스타크래프트의 e-sports 판에 악영향을 줬다. 어떤 이들은 사실상 내리막을 겪고 있던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가속화시켰다라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이 한방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통째로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어찌 됐든 아주 악영향을 준 사건이었다.


승부조작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스타크래프트 e-sport화는 나름대로 순항 중이었다. 어린 남자 플레이어가 많은 e-sports 성격상 군 문제는 늘 걸림돌이었다. 여기서 e-sports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공군에서 e-sports로 병역을 해결하는 제도가 생겼다. 게임이 아닌 현실의 스포츠를 훈련한 사람들이 군대에서 군 복무 중에도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똑같았다. 경기를 몇 경기를 하고, 훈련시간이 있지만, 군 복무 후에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일부 방지할 수 있었다. 당시의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사회 문화도 영향을 줬고, 스타크래프트 e-sports는 노력과 열정이라는 젊은 에너지, 정정당당한 승부라는 스포츠의 성격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e-sports 승부조작은 노력이라는 키워드를 무시하면서 승부를 정정당당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스타크래프트는 2012년에 마침내 마지막 리그까지 끝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1인 미디어의 영향력으로 겨우 연명을 할 수 있었다.

스크린샷 2022-07-31 오후 3.31.21.png 마지막 스타리그의 모습. 출처:http://www.gamey.kr/news/articleView.html?idxno=3000368


그러나 세상은 진공을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빈 공간이 있으면 새롭게 채워지기 마련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종목, 게임은 없어졌지만 e-sports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대로 있었다. 기존의 장르와는 다른 서든어택 같은 FPS게임과 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가 유명해지고 더 커졌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하기에는 게임의 장르의 성격상 부족했다. 일명 "보는 맛"이 부족했다. 게임 공간을 한눈에 살피기에는 1인칭 시점(FP게임)과 빠른 게임상의 조작(레이싱 게임)이 한계였다. 대체제를 찾던 우리나라 e-sport 팬과 관계자들은 마침내 찾았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이었다.

스크린샷 2022-07-31 오후 3.57.23.png 리그 오브 레전드. 출처: https://www.infobae.com/kr/2022/04/07/guide-and-tips-to-start-playing-league-of-legen

롤은 MOBA장르로 "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라는 약자로 "다중 사용자 (여러 명이서) 온라인(다 같이 접속하여) 전투(스킬과 평타 등등을 섞어서) 아레나(전장)"이다. 여러 명이서 동시에 스킬과 레벨을 업그레이드하여 다 같이 싸워서 어떠한 목표를 이루는 게임을 통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AOS 장르라고 널리 알려졌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없어져도 스타를 좋아하던 많은 사람들은 유즈맵을 즐겼다. 이때 롤과 비슷한 유명한 유즈맵 중 하나가 Aeon of strife라는 게임이어서 이의 약자를 가져온 것이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의 스타크래프트와 파오캐(파이트 오브 캐릭터) 같은 게임보단 도타가 흥행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도타랑 비슷하다고 하여 도타-라이크 게임이라는 식으로 불렸다. 롤을 만든 라이엇 게임즈는 이러한 명칭을 정리하기 위해서 MOBA 장르라고 명명했다.


MOBA장르는 "보는 맛"도 뛰어났다. 보는 맛이 좋으니 점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인 곳에는 점차 돈도 모인다. 스타리그가 없어지던 2012년에 OGN에서 세계 최초의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를 연다. 이게 지금까지 이어진 LCK다. LCK는 2012년의 태동기부터 시작해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전 세계에서 롤을 가장 잘하는 팀들끼리 모여서 겨루는 롤드컵에서 우승을 했다. 이후에는 부침을 겪고 나서 2020년에 다시 롤드컵에서 우승하면서 현재는 중국리그인 LPL과 약 열세를 유지한 채로 흘러가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e-sports를 정말 좋아한다. 우리 가족은 5명이지만 누나들과의 터울이 있고 부모님이 맞벌이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 나를 가장 재밌게 했던 것이 바로 스타크래프트 리그였다. 잘하지는 못 하지만 늘 보면서 응원하고 아쉬워하고 행복했었다. 어렸을 때의 그런 기억은 나에게 추억이 되었다.


롤은 현재 스타크래프트처럼 국내에서만 흥행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고, 작년 롤드컵 결승전 동시 시청자 수만 7386만 명이다.(https://sports.donga.com/sports/article/all/20211215/110801865/2). 거의 한 나라의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결승전 경기를 보려고 했던 것이다. 글로벌적인 위상이 아주 대단한 게임이다. 2018년에는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으로 몇 가지 게임과 같이 들어갔고, 이번 2022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종목까지 채택되었다. 여기서 우승해서 금메달을 따면 아시안게임의 다른 종목들처럼 군면제 혜택까지 있는 것이다. 이제 주류로 넘어가려는 모습인 것 같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롤만 예시를 들자면, 2022년 LCK는 유난히도 사건사고가 많다. 원인이 심판진의 미숙한 운영과 롤 자체의 버그가 원인이다. 현재 LCK심판진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어진 규정대로 처리하려고 하지만, 선수들과 팬들에 대한 정확한 상황설명이 부족하다. 선수들이 퍼즈를 요청함에도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았고(2022년 2월 23일 T1-DK전), 버그가 발생해서 이전 시점으로 게임을 돌리는 일명 "크로노 브레이크" 진행 (2022년 7월 13일 T1-한화생명 전), 버그가 발생했지만 크로노 브레이크로 돌리기엔 치명적이라 결국 재경기(2022년 7월 20일 NS-DK전)가 발생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롤이 e-"sports"가 되기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첫 번째 사건의 경우는 사운드 이슈로 인해서 LCK 심판진들이 선수의 정당한 퍼즈(게임을 일시 정지하는 것. 주로 헤드셋 같은 하드웨어 이슈로 발생한다.)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중요한 타이밍이 지난 후에야 갑자기 퍼즈를 건 사건이다. 이로 인해서 게임 자체가 딜레이가 많이 되었으며, LCK 운영의 미숙함이 보였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는 심판진이 문제가 발생하거나 몰수패(심판진의 협의에 인해서 경기의 패자를 정하는 것. 경기를 진행해도 무승부에 가까운 게임 안의 상황이나 정전 등의 외부 이슈로 인해서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때 실시함)의 상황에서는 실명을 다 공개하면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선택을 내렸다고 설명해준다. 그 당시 관중들에 의해서는 경기에 몰입한 상황이니 반발이 있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심판진의 적극적인 대처가 없었고 소극적이면서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대처만 있었다. 롤이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아마추어리즘은 e-sports에 악영향을 주는 것 같다. 대회에 참가하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프로 의식과 팬들의 응원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의 축은 경기를 관리하고 진행하는 심판진을 비롯한 제작진들이다. 이들이 좀 더 프로의식을 가져야 e-"sports" 답게 변할 것이다. 한 푼 두 푼짜리 애들 장난도 아니고 엄연한 스포츠의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건과 세 번째 사건은 롤을 e-"sports"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e-sports와 일반 스포츠와의 차이점은 e-"sports"는 사기업의 전유물이다. 축구나 농구는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롤이나 스타크래프트는 해당 게임사의 것이다. 심지어 이용하는 데 무료라도 프로그램은 해당 게임사의 것이고, 패치나 업데이트가 빈번히 일어난다.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들도 룰에 대한 변경이 일어나서 누군가가 웃고, 누군가는 불리한 상황이 된다. 그러나 양궁으로 따지면 e-sports의 업데이트 내용은 화살에 무언가를 넣었다가 빼거나, 실내에서만 양궁을 해야 한다는 등의 큰 흐름이다. 이러한 업데이트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변화이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다.

스크린샷 2022-07-31 오후 6.10.45.png 7월 13일 사건에 대한 LCK의 사과문. https://www.xportsnews.com/article/1603873

그러나 스포츠의 관점에서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어떤 이들의 의견처럼 이러한 잦은 패치나 업데이트는 e-sports만의 활발함과 다이내믹함으로 볼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패치나 업데이트의 완벽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명 버그(프로그램의 오류) 이슈이다. 롤이 처음부터 글로벌 게임을 겨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발 초기는 스파게티 코드일 것이지만 현재는 위상이 전혀 다르다.


게임 자체 내의 버그로 인해서 진행되던 게임을 다시 되돌리고, 있던 경기를 없던 일로 하고 재경기를 하는 것은 e-sports의 신뢰성과 승부의 무거움이 줄어든다. 당연히 라이엇 게임사의 안일한 버그 수정이 1차 문제이다. 만약 롤드컵같이 중요한 대회에서 혹은 7400만 명이 지켜보는 결승전에서 이러한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서 재경기를 한다고 하면 나 같아도 이건 그냥 스포츠가 아니라 돈을 걸고 하는 게임 대회 같다고 생각할 것 같다. 월드컵에서 재경기한다고 생각하면 우스꽝스러운 것처럼 말이다. 라이엇이 지금 전 세계적인 e스포츠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맞으나 게임 자체의 완벽성과 운영의 미숙함을 반복한다면 언제든지 사람들이 다른 게임을 e스포츠로 즐길지도 모른다.


나의 10대는 스타크래프트고, 나의 20대는 리그 오브 레전드다. 나의 30대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닐 수도 있다. 게임은 문화며 산업이며 개인에게는 추억이나 이야깃거리이다. 2012년 스타리그가 끝나면서 우리나라 e스포츠의 레전드인 전용준 캐스터님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아무것도 없던 온게임넷(우리나라 e스포츠 발전을 이끈 방송국)으로 이직했다고 했다.

스크린샷 2022-07-31 오후 6.08.02.png 마지막 스타리그의 전용준 캐스터.http://www.gamey.kr/news/articleView.html?idxno=3000368
언제가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가 있다.
게임이 전 세계 젊은이들을 하나로 만들 것이라고.


게임이 스포츠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의 훌륭한 만듦새, 게임을 대회나 리그로 바꾸는 운영진, 대회에 참여하는 성숙한 프로의식을 가진 선수들, 그리고 이들을 모두 사랑하고 쓴소리도 하는 팬들이 필요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카이스트의 다양한 시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