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학교에 있던 평범한 나의 경험
0. 나의 석사 첫 봄학기가 끝났다. 학점도 괜찮게 받았는데, 이번에 특이한 시험을 봤었다. True/False 를 고르는 문제가 124개가 나와서 이걸 맞추는 시험이었다. 문제는 평이했으나 틀릴 경우에는 -1점, 맞추는 1점이어서 기댓값을 0점에 맞춘 정책이었다. 결국 A+가 나왔고, 이런 특이한 시험은 오랜만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카이스트라는 일명 천재들의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인 내가 겪은 특이한 과목들이 많았다. 이것에 대해서 글을 써보면 좋을 것 같아서 블로그챌린지에 참여할 겸 쓰기로 했다. 6개의 유형을 구분하여 과목을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는 현재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석사과정이고, 학부는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과와 물리학과를 복수전공했습니다. 학부동안(5년졸업) 167학점을 수강했습니다.)
1. 기본형 ( Closed book, Closed time )
첫 번째는 유형은 일명 "기본형"으로, 모든 학교에서 있을 형태이다. 일반적인 카이스트 전공과목의 모습이다. 숙제는 적당히 내시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두 치룬다. 일반적인 비율은 출석 10%, 숙제 30%,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각각 30%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일반적으로 3시간이며, 긴 A3종이(답안지)에 답안을 제출한다. 이때 공학용 계산기는 필수이고, 다 같이 보기때문에 closed book이다. 시간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closed time이다. 예전에 시간표를 안일하게 짜서 3개의 시험을 하루에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지친다. 3시간동안 연속적으로 집중하기 힘들어서 마지막에 보는 시험은 시험보기전에 과방에서 잠깐 자고 나서 시험 봤었다. 교양과목은 여기서 시간만 조정하면 된다. 보는 시기는 7주차, 15주차에 보고, 시험시간은 약 2시간정도였다. (대상: 대부분의 전공과목, 기초과목들, 교양과목들)
2. 과제형 ( Term project, or a series of projects )
기본형의 과목들이 조금 변이하면 과제형으로 변한다. 중간고사는 일반적으로 보는 과목이 많고, 기말고사를 변형한다. 기본형이 아닌 대부분의 전공과목은 이러한 형태이다. 중간고사 이후에 배우는 부분이 시험으로 내기 적절하지 않고 텀 프로젝트로 하기에 적절한 경우 이렇게 많이 한다. 보통 설계 과목이나 대학원 과목이 이런 경우가 많다. 이런 과목들은 직접 해보면서 얻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기말고사 시험기간에는 시험을 안 보기 때문에 좋다가도 시험보고 나서 엄청 힘든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텀 프로젝트 듀는 기말고사 이후에서 성적 마감일 며칠전까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들었던 설계 과목의 경우는 기말고사 전에 발표가 있고 포스터 세션이 있어서 시험만 없지 굉장히 고생했었다. 이때 보통 데자와나 커피로 밤을 자주 새곤 한다.
혹은 실험과목 처럼 매번 실험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그걸 합산해서 성적을 받을 때도 있다. 보통 실험과목의 경우는 10개에서 12개의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매주 열심히 꾸준히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런 유형을 선호한다.
3. 혼합형 ( Hybrid Type )
3.1. CS101 프로그래밍 기초
카이스트 학생이면 무조건 들어야하는 프로그래밍 기초 수업이다. 일명 CS101이다. 초반에는 hubo라는 눈에 보이는 객체(Object)를 가지고 다양한 task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이다. 휴보가 길을 찾아가게 하거나, 휴보가 동전을 줍고, 동전을 다시 뿌려서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과제를 한다. 모든 카이스트 학생이면 이 휴보를 가지고 공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과목은 특이한 grading policy를 가지는데, 이론점수와 practice 점수를 구분한다. 이론 점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합친 점수이고 이를 바탕으로 성적을 매긴다. 근데 이때 제약조건이 하나 들어가는데 practice 점수를 일정 점수를 넘겨야지만 이론점수를 가지고 성적을 받을 수 있다. 만약 practice 점수가 특정 점수를 넘기지 못했는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만점을 받아도 이 사람은 F를 받는다. 그리고 이 허들이 재밌는 것은 숙제가 5개가 나오는데 이전 것들을 다 만점 받으면 마지막 과제를 안 해도 되기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노력하게 만드는 과목이다.
3.2. AE 491 - Understandings of UAV.
작년에 수업을 들은 회전익 수직비행의 이해라는 과목이다. 조천식 녹색 교통 대학원이라는 건물 안에 있는 헬기 시뮬레이터인데, 이걸 가지고 매주 미션을 해야했었다. 비행미션이어서 특정 고도와 특정 속도, 특정 방향을 만족하는 비행을 하고 난 후에 그걸 촬영해서 제출해야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반에는 힘들었다. 3명이 팀원을 이루면서 비행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코로나가 더 심해지고 나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예약해서 연습하는 것을 바뀌었다. 나는 이게 더 좋았다. 혼자서 묵묵히 연습하니 더 잘 날았고 한학기동안 굉장히 재밌게 했다. 그러고 난 후에는 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UAV,UAM의 미래와 한계에 대해서 텀 페이퍼를 작성하면 끝이었다. 성적도 A+를 받고 추천하는 과목이다.
3.3. IE 551 - DP and RL ( 동적계획법과 강화학습 )
이번학기에 본 시험으로 T/F 문제가 124개가 나왔다. 참 거짓을 판별하는 문제인데, 맞추면 +1점이지만 틀리면 -1점이다. 그래서 함부러 찍을 수도 없고, 만약 random하게 찍을 때의 기댓값은 0점이다. 일주일동안 배웠던 Lecture를 11개에서 3개 사이의 문제를 7분안에 푸는 것을 매주 했다. Lecture는 총 13개였고 기말고사는 대략 한 10개씩 나온 것이다. 매주 있었던 퀴즈에서 한 80개정도 나오고 나머지 사십 몇개는 내가 알고있는 것을 응용하고 깊이 생각해서 풀었어야 했다. 그래서 성적도 잘 받고 재밌는 과목이었다.
4. 시험이 특이한 경우 - 스튜어트 교수님의 수업 ( PH 471. 상대성이론과 우주론, PH. 211 수리물리학 1 )
" What is the tensor?"로 시작하시는 교수님의 수업.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시험이 바로 카이스트 물리학과에 계신 스튜어트 교수님의 수업이다. 스튜어트 교수님은 영국에서 공부하셨으며 일본에도 잠시 계셨고 이후에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우주론을 다루시는 대단한 교수님이시다. 교수님께서는 항상 질문과 discussion을 중요시한다. 숙제가 나오긴 하지만, 제출만 하면 만점이다. 중간고사는 없고 기말고사만 있다. 그럼 변별력을 주는 부분이 수업 출석 점수와 기말고사이다. 그런데 출석만 하면 출석 점수를 주는게 아니라 수업을 들으러 가서 질문이나 대답을 해야지만 점수를 받는다. 솔직히 교수님이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수업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질문이나 대답을 안 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기를 쓰고 안하려고 하면 안 할 수 있긴하다. 가만히 있으면 출석을 안 한 것과 같다. 그리고 기말고사가 백미였다. 기말고사는 오픈 타임(시간 무제한)에 오픈 material(자료 무제한)이었다. 마치 교수님이 풀어볼테면 풀어봐라 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노트북, 렉쳐노트, 아이패드 다 들고 갔다. 그리고 오픈 타임이기 때문에 중간에 먹을 샌드위치도 싸갔다. 대략 4,5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하나 둘씩 나가고, 나도 상대성이론과 우주론 수업은 한 7시간정도 보고, 다른 스튜어트 교수님 수업은 한 6시간 정도 봤다. 보통 일요일 한시나 두시부터 시작해서 저녁쯤에 끝나는데 이러한 수업을 보고 나면 정말 진이 다 빠진다.
카이스트에는 다양한 수업 방식이 많은 것 같다. 특이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수업, 평범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수업, 정말 특이하게 시험을 보는 수업까지 다양하고 교수님들께서도 다양한 철학을 가지고 계신듯 하다. 일명 천재들의 학교에서 평범한 내가 버티게 된 까닭은 그래도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나 선후배 덕분인 것 같다. 좋은 동료와 공부 얘기를 하는 것 만큼 재밌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