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 윤고은

책을 리뷰해보자.

by 설규을

1. 나는 작품들 중에서 상을 받은 것을 좋아한다. 비단 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를때 가장 많이 보는 기준은 어워드의 찬사를 받은 영화들이다. 많이 본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춘 것들이라면 더 기대가 되고, 가능한 접하려고 한다. 평론가들의 의견이 자기들 만의 버블에 갇혀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평론가는 높게 점수를 주고, 대중들의 점수는 낮을 때 그런 일이 늘 생긴다. 일명 '비평가 무용론'이다. 말도 어렵게 쓴다는 것인데, 나는 기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말의 맛이라는 것도 있는데, 평론가가 단순하게 '이 영화 매우 재밌었다. 연기 미쳤다!'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2. 이런 나에게 영국 대표 추리문학상 '대거상'을 받은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작품은 충분히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을 가서 검색해보니 도서가 없었다. 아쉬워했지만, 그 길로 도서를 예약해서 주문했다. 수요일은 나의 랩 세미나와 친구의 생일을 축하했고, 토요일까진 자율 스쿠터 과제를 하느라 실험과 공부를 했다. 그렇게 일요일에 겨우 쉬게 됐는데, 재밌게 책을 읽으려고 스타벅스로 왔다. 3시간만에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


3. 줄거리는 이렇다. '고요나' 라는 주인공이 있다. 요나는 직장에서 10년정도 일했는데, 직장은 재난이 발생한 곳에 대한 여행을 보내는 회사이다. 재난이 발생한 곳에 대한 여행이라는 것은 일명 재난 관광인데, 재난, 산사태, 활화산, 쓰나미, 등등의 재난이 발생한 곳에 방문하는 것이다. 그렇게 방문한 여행객들은 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충격을 처음에 느끼고, 자신과는 다르다는 점을 깨닫고, 값싼 우월감을 느낀다. 그런 상품을 파는 곳이다. 상당히 잔인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회사 내에서의 '고요나'를 대하는 태도도 잔인하다. 마치 군대에서 관심병사라는 명찰을 단 것 처럼 '고요나'는 옐로우 카드를 받은 상태인데, 회사 동료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나, 일명 퇴물 딱지가 붙은 '고요나'가 상사한테 받는 취급이나 잔인하다. 그리고 회사이름도 "정글"이라는 여행사인 게 다 연관된 것 같다. 이런 '고요나'는 상사한테 퇴직을 한다고 했지만, 상사는 말리면서 '무이'라는 섬으로 가보라고 한다. 직접 고객의 입장이 돼서 여행을 해보라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이랑 다른 여행에서 '고요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에 어떠한 일을 겪어서 혼자가 된다. 그리고 '무이'라는 섬 안에서 바라보는 재해와 재난에 대한 다른 시선 속에서 '고요나'는 선택을 한다. 아니, 큰 선택이 쪼개지면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선택을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사건이 발생하고 책은 끝난다. 인간들 사이의 일은 무시하는 듯한 자연의 무섭도록 잔잔한 힘을 보여주면서.


4.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이 작품은 허무하기도 하다". 이는 맥이 빠지는 허무함이 아니다. '고요나'의 상사는 아주 지독한 인물이다. 그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유능한 부하이고, 아래 있는 부하들에게는 아주 지독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도 그렇게 충성하던 회사에서 짤렸다. 그냥 해고 당했다. '고요나'도 '무이'라는 섬에서 여러가지를 고려한다. 나름대로 자기가 생각하는 회사,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녀도 사라진다. 자연의 무차별적인 힘앞에. 자연의 폭력은 무차별적이다. 돈이 많건, 잘생기건, 이전까지 불행했든, 행복했든, 그저 우연성을 유지하며 사람을 죽이고, 어떤 사소한 선택으로 생사가 나뉜다. 그러한 우연, 무차별앞에 '고요나'를 비롯한 '무이'섬 사람들은 필연, 계획을 했다. 성공할 뻔했으나 자연이 본색을 내보이며 실패한 것이다.


문명의 위대한 점은 자연의 이러한 우연성과 폭력성으로부터 사람들을 분리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도 강의 범람을 다스리는 사람이 왕이 되었고, 이집트에서도 왕은 결국 자연환경에 대해서 다스릴줄 안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도축과 같은 작업은 도시로부터 분리됐고, 오물도 상수도,하수도를 통해서 도시에서 눈에 띄지 않게 됐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정제는 사망률을, 특히 영아 사망률을 낮추면서,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명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자연의 우연한 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죽음, 생명, 더러움과 같은 것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면 마음에 충격이 온다. 자연의 민낯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다.

자연의 민낯을 마주했다. 밤의 여행자들도 이러한 작품이다. 마치 인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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