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향의 취향,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티팝에 대하여
[0]번 글을 읽은 여러분은 알 수 있듯이, 나는 산만하고 다양한 것을 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넓고 얕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나의 취향은 일명
취향의 취향(trend)이 넓고 얕은 편이다.
산만한 공대생의 넓고 얕은 취향들의 첫 번째 주제는 바로
시티팝(City POP)
"일본의 땅값을 합치면 미국 땅값의 4배이다.", "도쿄만 팔아도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라고 불리던 일본의 전성기, 버블경제 시대가 시티팝의 유래이다. 버블 경제라는 엄청난 경제 호황은 사람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일본인은 아시아의 문명인이라는 자부심과 경제적인, 사회적인 자신감과 낙관을 가졌다. 지금 K-POP이 유행하듯이 영미권의 라이프스타일 문화가 일본을 적시던 때였다. 힙하다, 쿨한 것은 얼마나 영미 문화를 특히 캘리포니아를 필두로 한 미국 서부의 평화롭고 따뜻하면서 낙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소화하는지 였다고 한다. 이때 대학생이던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사람도 재즈에 빠졌다라고 하니 그때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짐작될 것이다.
경제 호황은 영미 라이프스타일에 눈 뜨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음악에 대해서도 쉽게 접하게 해줬다. 호화로운 음악세션과 고급 레코드 장비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즉, 경제 호황은 외국의 문화에 눈 뜨게 했고, 외국 음악의 여러장르(AOR, 소프트 록, 재즈, Funk, 디스코 등등)를 받아들이고 섞어서 수준 높은 레코딩 장비와 많은 음악세션으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변형하게 된 것이다. 이때 탄생하던 음악을 후대의 사람들이 나중에 "시티팝"이라고 명명하게 된 것이다.
시티팝의 특징은 여유롭고, 도시적이며, 마냥 낙관적이지도 않고, 마냥 비관적이지도 않다. 나의 표현을 붙이자면 "85% 낙관적인데, 15%는 슬픈 음악 혹은 85% 슬픈데, 15%는 낙관적인 음악"이다. 군중 속의 고독 같은 느낌이다. 여름밤, 도시의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야경, 바람인데 산들바람같이 선선한 느낌이 물씬든다. 그래서 여름에 들으면 잘 어울린다. 즉 나는 도시의 여름의 낮과 밤을 상징하는 노래가 시티팝이라고 생각한다.
여름날의 색은 푸른 색, 여름밤의 색은 보라 색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블루 시티팝Blue CityPop), 퍼플 시티팝(Purple CityPop)으로 구분한다.
나같은 경우는 시티팝을 처음 듣었던 경우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유키카의 "네온"이라는 노래다. 정말 우연히도 군대 가기 전에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 이후에 군대에서 다시 유키카의 "서울여자"라는 앨범을 계속 들으면서, 시티팝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그러다 시티팝의 대표곡인 "Plastic Love"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마리야 타케우치(Mariya Takeuchi)라는 전설적인 일본 여가수가 부른 노래이다. 우리나라의 이선희 같은 포지션인데,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이 노래가 엄청난 Hype을 만들어서 현재 약 489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노래를 커버한 "달마발" 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고, 그 채널이 커버한 다른 시티팝 노래들에 빠지면서 점점 시티팝에 스며든 사람이 됐다.
시티팝의 대표작인 "Plastic love"의 가사를 보면 쓸쓸하지만 쓸쓸함에 잠겨있지 않은 즉, 쓸쓸함이라는 감정을 음미하는 노래가사이다.
나를 결코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 //사랑 따위 게임으로 즐겨도 괜찮아 // 닫혀버린 마음을 위로하는 드레스도 신발도 고독한 친구 // 한반 중 잠결에 // 할로겐 라이트만 요염하게 빛나도//얼음처럼 차가운 여자라고 //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도 I'm sorry!
유키카의 "네온"의 가사도 한번 보자.
새벽 공기 속에 흔들리는 네온//여기에 혼자 서있네요//차가운 도시에 일렁이는 네온//나 혼자 있는 것도 괜찮은걸 이대로//Can't take my eyes off you//기나긴 밤속에 네온//Can't take my eyes off you//느린 시간 속에 네온
공통적으로 야경의 불빛, 사랑, 고독하지만 고독에 잠겨있지 않은 모습이 보인다. 나는 이 정서와 느낌이 시티팝의 느낌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도시에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의 모습이 가사에도 투영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참 잘난 사람이 주위에 많다. 같은 나이에 더 많은 돈을 번 친구도 보고, 누군가는 자신이 가고 싶어하는 대학에 자기 대신 친구나 경쟁자가 붙는 모습을 보곤 한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상황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딛고 그 상황을 자양분 삼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도시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나아가면서도 늘 불안하다. 이런 절대적인 슬픔과 절대적인 기쁨이 아닌 회색지대의 정서가 퍼플 시티팝의 본질이라고 느낀다. 고민많은 여름 밤의 노래가 퍼플 시티팝인 것이다.
물론 시티팝이라는 게 이런 쓸쓸한 야경이 생각나는 노래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시티팝의 다른 축은 해변, 바람 그리고 싱그러운 여름햇살이다. 실제로 이런 감성을 담고 나왔던 노래들도 많고 요즘 들어 나오는 노래도 많다. ANRI-"Last Summer Whisper"이나 타츠로 야마시타의 전설적인 앨범 - "For you" 앨범이 이런 분위기를 가져간다. 요즘 나온 노래로는 윤종신의 "Summer man", 김아름의 "Aqua"이란 노래가 푸른 시티팝의 특징을 가져간다. 일본과 잘 어울리는 여름, 바다, 선선함까지 왜 일본의 버블경제에서 낙관적인 푸른 시티팝의 노래들이 나오는지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I'm summer man 날 어딘가 데려가 줘요//I'm summer man 날 놓치면 후회할 거야//
Oh summer night 난 아주 요긴할 걸//What a beautiful night//
Oh summer man 어디선가 누군가에게//Oh 그 여름밤 무슨 일이 생긴다면은//
나타난 거야 Mr Summer man
윤종신의 "Summer man"의 가사와 타츠로 야마시타의 "Sparkle"의 가사이다.
펼쳐지는 세계는 불가사의한 빛을 내비치며 가슴속으로 스며들어//높아 닿지 않는 사랑의 행방도//밤을 짊어진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면//멋진 고동을 마음에 던지고//그리울 뿐인 추억으로 바꿔
가사만 보면 항해하는 배가 생각나지 않는가? 그래서 블루 시티팝은 희망차고 여유로운 느낌이 더 강하다.
내가 사랑하는 시티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듣다보니 나누게 된 기준이다. 블루 시티팝, 퍼플 시티팝은 검색해보면 내가 처음으로 쓴 말인데, 아마 글을 읽는 여러분이 시티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도시의 낮과 밤의 모습을 둘 다 담은 시티팝이라는 장르, 산만한 공대생의 넓고 얕은 취향 첫번째 취향인 시티팝, 여러분들도 많이 사랑해줬으면 한다. 노래를 3곡씩 추천하고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희망찬 블루 시티팝(Blue Citypop): 윤종신의 "Summer man", 김아름의 "Aqua", 타츠로 야마시타의 "For you"앨범 전체
세련된 퍼플 시티팝(Purple Citypop):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유키카의 "네온","서울여자"
이미지 출처:
https://namu.wiki/w/FOR%20YOU(야마시타%20타츠로)
https://visla.kr/news/art/71108/
참고자료: http://the-edit.co.kr/23153
다음 편은 필름 사진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시티팝과 더불어서 나의 취향 중 메이저한 부분입니다.. 필름 사진은 두 편으로 나눠서 내가 왜 필름 사진에 빠지게 되었는지로 1편을 하고, 좋은 사진과 내가 찍었던 사진들을 소개하는 편으로 2편을 하려고 합니다. 항상 귀한 시간 내주어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