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에서 살아남기 - [5] 12/23/2022

by 설규을
살기 좋은 도시 대전,그리고 콜로라도 볼더

오늘은 아주 재밌는 날이다. 바로 친구들이 우리 집으로 놀러오기 때문이다. 같은 연구실에 콜로라도 볼더로 다 같이 파견나왔는데, 그 인원이 5명이다. 물론 시기가 다들 다르다. 제일 먼저 온 친구는 9월에 와서 2월에 가고, 다른 친구는 10월말에 와서 4월에 가고, 이런식으로 다르다. 나도 12월에 6월에 가는 것처럼 다들 일정이 다르지만, 이렇게 겹칠 때 한번 모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기념 파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날을 위해서 해보고싶던 요리를 해보려고 한다. 바로 베이컨 잼과 로스트 치킨이다. 로스트 치킨은 오븐이 필요했는데 미국 가정집에 온 김에 요리를 할 생각이고, 베이컨 잼은 예전에 내 친구가 했었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 보여서 언젠가는 해야지 했다가 이렇게 미국에서 하게됐다. 재료들은 이미 다 사놓은 상태이다. 2시부터 친구들이 오기 때문에, 아침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베이컨잼을 만드는 과정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베이컨 1kg를 쉽게 말해서 기름에 끓이다가 거품까지 낸 정도여야한다. 그렇게 베이컨을 끓이고 나면 스테인리스 팬에 눌러붙는게 있다 이걸 버터로 녹이고 양파와 마늘을 볶기 시작한다. 이게 정말 너무 고됐다. 냄새도 엄청 매울 뿐더러 캬라멜라이즈하는 과정 자체가 오래 걸린다. 약불로 계속 저어야하기 때문에 한참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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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리가 끝난 내 방과 베이컨을 끓이고 있는 모습, 그리고 1시간 십분의 여정이 시작된 캬라멜라이즈 양파

그렇게 한시간 넘게 저으면 양파가 정말 이쁜 캬라멜 색깔이 된다. 여기에 베이컨을 섞고 여러가지 향과 맛을 추가한다. 메이플시럽 4T과 흑설탕4T은 단 맛을 준다. 그리고 애플 사이다 비네거와 쉐리 비네거는 신 맛을 그리고 버번 위스키 8T을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후추,타임, 그리고 케이엔 페퍼를 넣었다. 그렇게 만들고 나니 12시 반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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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에서 물이 나오고, 그게 결국 캬라멜라이즈가 됐다. 그리고 완성된 모습.

맛은 정말 맛있었다. 밥도둑이라는게 있는 것처럼 빵도둑이었다. 맛 자체는 잼이다. 달았다. 그리고 고기도 있으니 야채호빵맛과 비슷한데, 맵고 신맛과 버번의 쌉싸릅한 맛이 같이 있으니 정말 맛이 좋았다. 양이 좀 적은 것 같았지만 다시 만들고 싶은 맛이었다. 베이컨 잼은 호평이었다. 다들 맛있었다고 해서 참 다행이었다. 그리고 예전에 어머니가 요리하고 나면 자기는 별로 먹기 싫다고 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과정이 고되고 조리 이전 모습도 아니까 식욕이 좀 떨어진다. 대신 그냥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성공이라고 받아들였다. 나한테도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로스트 치킨을 위해서 닭을 샀는데, 2.2kg에 육박하는 거대한 닭을 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닭은 내장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심장처럼 못 먹는 부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래주머니 등등이 있어서 최대한 정성스럽게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그렇게 다 정리하고 샤워 한번 하고 나니 한 친구가 먼저 왔다. 다들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술을 가져와서 집에 술이 많았다. 버번 위스키 두 병에 와인 2병과 샴페인이 있었다.


그렇게 오자마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한 잔 마시고 파티스마트라는 미국식 상쾌한을 먹었는데 나중에 보면 이게 안 좋은 점이었다. 술을 마시고 모노폴리라는 게임을 하다가 이제 로스트 치킨을 했다. 안에는 스터핑이라는 속을 만들었는데 이것 또한 육식맨의 레시피를 보고 "초리죠 스터핑"을 직접 만들었다. 그리고 그걸 로스트치킨 안에 넣고, 오븐으로 조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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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잼과 로컬 콜로라도 맥주 그리고 로스트 치킨

오븐에 넣고 나서 술이 부족해서 친구랑 나랑 둘이 주위에 있는 liquor shop에 갔다. 거기서 콜로라도 로컬맥주와 피노 누아 와인을 샀다. 치킨 같은 가금류를 먹는데 레드 와인이 빠지면 섭섭하기 때문이다. 와인을 사오고 로스트 치킨을 먹었는데 가슴살이 너무 맛있게 익었다. 이렇게 촉촉하게 익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아까 말한 것처럼 나는 별로 못 먹었지만 사람들이 잘 먹으니 나도 신났다. 그리고 다리살이 조금 안 익어서 다시 오븐에 돌리고 술을 좀 마시다가 다리살을 먹었다. 아까 보단 촉촉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잘 익은 다리살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다리 살까지 먹고 라면도 끓인다음에 나는 기억이 없었다. 갑자기 눈을 뜨니 이미 집은 정리돼있었고, 시각은 새벽3시쯤이었다. 거실에 나가보니 친구 한명은 거실 소파에서 자고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서 두리번 거리다가 속이 너무 안 좋아서 토한다음에 다시 잤다. 다시 아침에 눈을 뜨니 8시쯤이었다. 친구들에게 어제 일을 물어보니 내가 화장실 다녀올게 하고 10분째 안 나오니까 사람들이 걱정돼서 내 방에 들어왔더니 내가 옷까지 갈아입고 자고있었다고 했다. 생각보다 곤히 잠들었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울렁거리는 속을 붙잡고 물과 차를 천천히 마셨다.


어제 파티 스마트를 먼저 먹지 않았던 점과 술을 하도 섞어 마셔서 숙취가 심한 것 같았다. 맥주에 버번 위스키에 각종 와인들에 속이 참 안 좋았다. 어쨌든 즐거운 크리스마스 기념 파티가 끝났다. 모두 안전하고 음식도 완벽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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