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작년 하반기에 유학 준비를 했다. 꿈은 높고 현실은 아래였던 나에게, 유학을 지원해야하는 조건들 마저 벅찼다. 토플 영어성적 따기, SOP 쓰기, 추천서 받기 위한 작업, 석사 학위 디펜스 등등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았다.
각각의 내용들에 집중을 충분히 못하고 끝내기만 급급해서 끝냈다. 성적들도 많이 희생했고, 어떤 논문은 아예 이름도 빼달라고 했다. 12월 1일 혹은 15일 기한에 맞춰서 전부 잘 제출했다. 그런 후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에는 나는 다짐했다. 다이어트, 글 쓰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석사 학위논문을 많이 디벨롭해서 저널로 바꾸는 것이다. 세 가지 중 이룬 것이 없다. 물론 한 달밖에 안 지났다. 그러나 충분히 밀도 있게 살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제목처럼, 삶이 가벼워짐으로 인해서 힘들다. 마음이 계속 붕붕 뜬다. 마치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처럼 신이 났다. 1월에는 결과가 안 나온다는 추측을 믿고 잘 놀았다.
그러다가 1월의 마지막 화요일날 우연히도 해커스 대학원진학 게시판을 봤다. 게시판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이미 결과들이 쭉쭉 나오고 있었다. 내 학과는 조금 느려서 안 나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지원한 학교들의 다른 학과들은 인터뷰, 합격 메일 등등 1라운드가 돌고, 2라운드, 3라운드까지 바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그걸 오늘로부터 며칠전에 알았다.
처음 든 감정은 "부끄러웠다."
내가 가장 절박해야하는데, 뭘 믿고 저렇게 상향지원하고 희희낙락 했는지 부끄러웠다.
박사과정으로 원래 연구실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것도 조금 힘들어보인다. 성적, 실적 등 모든 걸 끌어모아서 유학 지원시점에 했는데, 이게 어그러지면 내 인생 플랜이 꼬이는 것 같아보인다.
마지막학기를 조졌고, 실적이라고 썼던 논문들은 두개 다 리젝을 먹었다. 부끄러웠다. 학부가 끝나고 나서 다신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했다. 석사기간 2년도 다시 부끄러워질까봐 두렵다.
유학에 실패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유학을 무리하게 준비하느라 놓친 것들이 아쉽다.
유학에 붙든 떨어지든 인생은 흘러가겠지만, 내 인생을 이끄는 힘은 다를 것이다. 이미 고꾸라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