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결말

<봄이 오나 봄>

by 설규을

내가 열린 결말을 싫어하게 된 계기는 명확히 있다.

"기억전달자"라는 소설이다.

소설을 재밌게 읽다가 결말이 무슨 썰매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끝난다.

결말 부분을 읽다가보니 허무해져서 그동안 읽은 시간까지 부정했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읽은지 거의 15년이 지난 지금은 굳이 부정했었어야 했나 싶다.

마음이 여유로워진건지 아니면 모난 부분만 둥글둥글해졌는진 모르겠다.

오히려 그때의 열린 결말때문에, 비록 분노했었지만, 지금까지 "기억전달자"라는 소설을

기억하게 된 것이지 않은가.


너가 생각난다. 닫힌 결말을 내가 아직 안 닫아서 열린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열린 결말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해본 이별 중 가장 열렸다.

그냥 이렇게 두고싶다. 연극이 끝난 무대의 관객석에 앉아있는 것은 아니다.

연극은 끝났고 분명 극장 무대를 나섰다. 그러나 아직 그 일대를 떠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극장 근처 카페에 앉아서 기다린다. 이젠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호하다.

너를 기다리는 것인지

너가 없어도 되는 나를 기다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열린 결말의 끝을 기다린다. 여름과 겨울 지나 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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