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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니 Apr 19. 2024

아이돌과 함께한 시절

 40살이 넘어서 이렇게 추억 속을 뒤져보게 되니 재미있고 새롭다. 중. 고등학생 때의 나는 아이돌에 홀딱 빠져 있었다. 음악도 좋았지만 그들이 주는 꿈과 희망, 그리고 친구들과 나누던 이야기와 감정들까지 모두가 소중했던 기억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만나 가장 먼저 어제 방송된 음악 프로그램에 나온 우리가 좋아하는 그룹의 멋진 무대에 대해 얘기했다. 당시 인기 최고의 음악 프로그램은 아나운서 손범수 님이 진행하던 가요톱 10. 우리가 응원하는 가수가 출연할 때, 종종 방송국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각자 좋아하는 멤버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들의 모습을 따라 하며 웃음을 나누기도 했다. 심지어 가끔은 같은 옷을 사서 입거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웃음으로 가득 찼었다. 그러고 보니 시작은 내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연예인이 입는 옷을 처음 따라 입어보았다. 당시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모자 달린 티셔츠와 조끼가 세트였던 옷을 입은 사람들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른, 당시 우리 친구들 중에서는 가끔은 경쟁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결국은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게 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친구가 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의 우정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공식 팬클럽 회원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즐거웠다. 나는 HOT 찐 팬이었다. 요즘 아이들도 모두 아는 ‘캔디’를 부른 원조 가수 HOT 말이다. 팬 미팅 참석부터 앨범 구매, 응원 봉 구매 등 엄청난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당시에 공연 표를 구하기 위한 우리의 열정은 우주 최강이었다. 온라인 표 예매 전쟁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야 했던 점이 요즘과 완전히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때로는 슬픔도 있었다. 특히 HOT가 해체 소식을 전했을 때에는 많은 또래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럴 때마다 10대의 어린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극복해 나갔다. 그런 과정과 순간들이 모여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돌에 대한 열정도 조금씩 변해갔다. 하지만 당시의 추억과 감정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 가끔 그 시절 나의 아이돌이 TV에 얼굴을 비추기라도 하면 그 시절 설레는 기분 좋은 감정이 일렁인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웃음과 추억을 나누곤 한다.     


 아이돌 이야기 이외에도 우리는 다양한 주제에서 이렇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고등학생 시절은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아지는 시기였으므로 서로의 관심사와 경험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사건들, 선생님의 행동, 수업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이나 뷰티 제품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도 했다.


 인기 있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각자의 관점과 감상을 나누고 추천작을 소개하는 등 즐거운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돌 이외에도 다양한 음악 장르와 가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추천 곡을 소개하고 함께 음악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방학 때 계획하는 여행지나 취미활동에 관해 상상하고 계획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더욱 돈독한 우정을 쌓아갔다. 서로가 좋아하는 작가나 독서 목록, 추천 도서 등 문학적인 주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곤 했다. 당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슈와 문제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들과 의견 차이를 겪으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10대의 어린 우리는 아이돌 외에도 다양한 주제에서 호기심과 열정으로 함께 이야기하며 성장해 갔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돌을 좋아했던 것만큼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다. 팬 미팅에서 서로 응원하는 모습, 앨범 사인회에서 설렘으로 가득 찬 기다림, 끝이 어딘지 모를 줄 서기에서도 웃음으로 가득 찼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은 친구들과 연락해서 고등학생 때 함께한 추억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우리가 어느새 40대 중반이 되었다 해도 아직도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도 한 것이 신기할 뿐이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에서 40대 주부가 된 지금까지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경험하고 도전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현재도 그렇다.

 그 시절 아이돌을 좋아했던 추억과 함께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친구와 함께 나눈 그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현실 앞에 조금은 무뎌진 모습이지만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추억 속의 아이돌과 함께하고 싶다. 그 모든 것들이 내 삶의 가장 큰 보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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