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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y 09. 2021

호텔식 부럽지 않은 소박한 조식

행복해지는 6,000원짜리 이성당조식... 남이해주는 밥이 젤 맛있어



 5월 5일 어린이날

난 어린이는 아니지만, 휴일을 즐길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새벽같이 눈을 떠서 운동 친구와 함께 월명산의 정기를 받으러 올라간다.

오늘은 주말이 아닌 수요일 평일 다른 날 같으면, 이불속에서 일어나기 싫어서 뒤척거리다 8시 다 되어서 이불 밖으로 나오는데, 쉬는 날에는 눈이 번쩍 떠진다.    

어제 무섭게 내리는 비 때문에 오늘 아침까지 비가 올까 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비가 멈춰줘서 살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우린 비가 어느 정도 와도 우산을 받고 산책을 나선다. 비가 올 때 산길을 걷는 것도 꽤 괜찮은 기분이다.    

부처님 오시는 날을 벌써 준비

빠른 걸음으로 걷는 날도 있지만, 오늘은 왠지 살살 천천히 걷기로 말하지 않았지만, 둘은 발걸음의 속도를 맞추고 있었다.

항상 수시 탑 까지만 갔다가 아래 한번 바라보고 내려왔는데~


“우리 저 계단 내려가 볼까~ 내려갔다가 저기로 올라와 보자”

“그래 가보자”    


정말 오랜만에 내려간 곳은 많이 변해 있었다. 

30년 전 친구들 두 명과 함께 그네를 탔던 장소가 완전 꿈에 정원처럼 변해 있었다. 

우리가 타던 놀이터 그네는 없어지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하트 그네 의자로 동화

같은 곳으로 변해 있었다. 그때 어린 세 소녀가 그네를 타고 있을 때 시커먼 소년들이 같이 놀자고 왔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콧대가 높았는지 그 소년들이 눈에 안 찼던 것 같다. 추억이 생각나는 장소가 이렇게 아름답게 변해 있었다.

아름다운 이 장소는 남자가 사랑할 때를 찍은 장소로 바뀌어있었다.   

 

예쁜 정원 같은 공원

늘 같은 곳만 갔다 오던 산책을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니 아름다운 장소들을 찾을 수 있었고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비둘기집에는 비둘기가 많이 없었다. 어릴 때 그 앞을 지나가면 비둘기 떼가 먹이를 달라고 눈을 번뜩이고 왔었는데, 사람들이 요즘은 먹이를 주지 않으니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섰는가 보다.

    

오래된 공원의 비둘기 집

그 옆에 공원 매점 반갑다.

정말 오래도 되었다. 30년 전에도 있었던, 공원 매점 주인장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결혼해서 공원 매점을 다시 찾게 된 것은 시어머니 때문이다. 시골 어르신들은 농사가 끝나거나 아니면 그때는 어버이날 동네 분 몇 분이 모여서 공원 매점에 모셔다 드렸다. 그 안에서 우리는 뭘 하는지 알고 싶지 않지만, 다 알고 있었다. 

서너 시간 후 어머니와 동네 분들을 모시러 갔을 때는 다들 고주망태가 되어있었다.

어버이날이라서 어르신들이 매점 안에서 신나게 놀았던 것이다. 

지금은 순수한 공원 매점으로 남아있었다.

    

월명산 공원 매점

공원 아랫마을을 바라보니 갑자기 이성당 조식이 생각났다.

동생에게 우리 아래로 내려가서 이성당 조식 먹자. 거기로 갔다가 언제 차 있는 곳으로 가려고 그렇다.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반대편. 택시 타고 가면 되지 나의 순수한 답에 웃는다

   

운동 후 밥을 먹게 되면 한식을 좋아하는 우리는 순댓국이나 백반집을 찾아 먹지만, 오늘은 조식을 먹자고 졸랐다. 동생은 빵을 싫어한다.    


산책을 마무리하면서 조식 먹으러 갈 생각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이성당 조식 이야기를 들어서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주말 아침 산책 후 아이들을 우르르 깨워서 정신없이 가서 세 아이와 함께 먹어보았다. 아이들에게도 한 번쯤 먹여주고 싶었다. 

“어땠어, 또 올 만하니”

“그냥 어쩌다 한 번~”    


그런데, 난 다시 생각이 났다.

특별히 맛으로 생각났다기보다도 왠지 이성당 조식 쟁반을 받아보니 침대에서 하얀 잠옷을 입고 누워있고 남편이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과 커피 향이 물씬 풍기는 아침 쟁반을 받는 기분, 대접받는 기분이다.  

      

오늘은 아이들 챙기느냐고 정신없이 먹었는지 말았는지 모르는 조식이 아니라, 완전히 나만 위한 조식 쟁반을 받아서 커피 향과 바싹 구운 빵에 버터와 크림을 발라 먹는 여유로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에 동생은 먹기는 먹어도 표정이 행복해하지 않는다. 빵을 싫어하는 취향이라서 ~

그러든지 말든지 난 나만의 행복한 여유를 즐겼다.    


작년 가을에 친구의 회사에서 가는 여행에 낀 겨서 간 호화 제주여행에서 호텔 조식은 정말 최고였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그리 어렵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외국 여행 한번 가지 못하고 호화 제주여행도 즐기지는 않았다. 국내 여행을 많이 가족여행으로 다녔지만, 아이들이 함께하니 호텔보다 펜션으로 가게 되었고 음식을 해서 먹어야 했다.    


제주여행에서 남이 해주는 조식의 즐거움. 집에서 안 먹는 여러 음식들이 즐비하게 있다. 조식은 간단히 먹어야 한다는 소리는 하지도 마라, 자주 안 먹는 호텔 음식인데 있을 때 많이 먹어보고 여러 음식을 맛보는 게 즐거웠다. 조식은 우아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쯤은 아는데, 안 먹어본 것 하나씩 맛보다 보니 저녁만큼 양을 먹게 되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2019년 겨울 나의 첫 외국 여행을 가게 되었다. 다녀와서 바로 코로나 19로 세계가 시끄러워졌다.

딸이 친구들과 여행 가려고 여행경비를 모으려고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엄마를 먼저 베트남 여행을 시켜주었다. 딸은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과의 여행은 무산되고 말았다.

“아빠가 안 해 준 것 네가 해 준다 고마워”

이상하게 외국 여행 한 번 가려고 하면 아이가 어려서 못 가고 시어머니가 애를 봐준다고 했다가 못 봐주고 나에게는 외국 여행은 없는가 보다 했는데, 딸이 크니 데리고 가주었다. 딸과 여행 마무리를 하면서 1년에 한 번씩 나갔다 오자고 했는데, 코로나가 발목을 잡는다.       

 

여행이 즐거운 것은 나의 몸만 예쁘게 꾸미면 되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새벽 산책 한번 다녀와서 샤워하고 예쁘게 나만 꾸미면 되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눈곱만 띠고 설거지통에 손 담그고 아침밥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딸과의 여행에서도 난 마음껏 즐겼다. 

더운 나라 여행이니 한국에서는 잘못 입는 가슴 푹 파인 홈드레스를 입고 조식을 먹으러 나간다. 실내가 아닌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우아한 척 아침 조식을 즐겼다. 잘 먹지도 않았던 커피도 마시고 평소 안 먹던 음식들을 하나하나 맛을 본다.

여행 오기 전에 “엄마 향 있는 음식 잘 못 먹는데 어쩌지”

웬걸 도착하자마자 나의 식욕은 멈추지 않았다.    


그 즐거움을 오늘 즐기고 있다.

산책 후 바로 와서 드레스 코디가 체육복 차림이지만, 나의 포만감과 행복감은 너무 만족해하고 있다.    

6,000원의 조식이 내가 꼭 대접받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난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라도 한 번씩 즐기고 싶다. 

감성이 풍부한 난 혼자만의 여유도 한 번씩 누려보고 싶어서 안 가본 곳도 찾아가 보고 좋은 공연이 있으면, 혼자라도 즐기는 삶을 많이 해봤다고 하고 싶지만, 주부로 산다는 것은 그런 여유는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제 제2막을 준비하는 나는 변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고 멋지게 살았지만, 더 멋지게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살고 여유롭게 살 것이다. 돈이 많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것은 많은 것 같다. 오늘만 해도 단돈 6,000원짜리 조식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것을 봐~

오늘은 대접받는 아침상을 받았다.    


어린이날 나만 즐긴 것은 아니다.

애들 삼촌이 영화표 예매해서 보내줘서 아이들과 영화도 완전 오랜만에 보았다.

코로나 때문에 극장은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하였다.

영화 보는 동안 큰딸과 나의 눈물샘은 터졌다.

친구가 보내준 피자로 아이들 어린이날은 지나갔다. 영화와 피자~    


오늘 아침부터 행복한 날~ 소박한 밥상에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어린이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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