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밥 한번 먹어요.
지나가는 말로 하지 마세요~^^
밥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밥은 정이다.
얼마 전에 명심보감 필사를 마무리하고 5명의 필사팀은 모여서 간단히 팥죽으로 식사하고 마무리를 하였다.
필사팀 선생님 중에 우리 차를 오랫동안 연구하신 선생님께서 차를 준비해 오셔서 한길 문고에서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명심보감 한자 때문에 엄청 힘들게 필사를 하고 마무리를 하다 보니 뭔가 허전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우리는 다시 뭉치기로 하였다. 선착순 7명이 모여서 시 필사를 하기로 하였다.
5월 가정의 달을 주제로 시 필사를 시작하면서 시집을 뒤적거리다가 ‘밥’이라는 시를 보게 되었다.
난 밥의 중요성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권태로워서 밥을 많이 먹고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고 슬퍼서 운다던 너 나는 쓴다.
나는 쓴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글 같지 않은 글을 나는 쓴다.
쓰레기 같은 글을 쓴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을 쓴다.
작가 강연에서 작가님이 그랬다.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많이 쓰라고, 쓰레기도 많이 쓰다 보면 추릴 게 있고 그 안에서 키워드를 찾아 책이 될 수 있다고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 희망을 품어 본다.
우연히 길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난다. 우연히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을 만난다.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다.
아~ 그래요. 난 휴대전화 달력을 펼쳐봐서 시간을 체크한다. 밥 먹자 했으면 바로 날짜를 잡아야지.
“목요일 저녁 6시 반 괜찮은데요”
‘뭐지 저 표정, 그냥 해보는 소리였어’
무의미하게 하는 말인가? 그냥 헤어질 때 서로 어색하지 않고 기분 좋게 헤어지려는 것쯤은 나도 안다.
왜 사람들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
물론 사람이 살면서 지키지 못하는 약속도 많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꽉 막힌 타입은 아니다. 유독 밥 약속은 그냥 하는 말이 싫다.
난 어릴 때부터 밥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6.25 피난살이를 하지는 않았지만, 없이 사는 것이 무엇인 줄 알기 때문에 밥의 중요함을 안다.
그래서 그런지 밥 약속은 쉽게 하지 않는 편이다. 밥 한번 먹게요. 그거 싫어한다.
“몇 월 며칟날 식사할까요? 아니면 언제 시간 되세요.” 이렇게 딱 부러지는 게 좋다. 가끔 사람들이 날 오해하기도 한다. 피곤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렇다 바뀌고 싶지는 않다.
밥은 편한 사람과 먹는 게 제일 좋다.
불편한 사람과 먹으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이고 먹게 된다. 좋은 사람과 웃으면서 먹는 밥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요 며칠 나의 글이 많이 올라가서 여러 사람이 보고 댓글에서 날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올려있다. 난 태연하게 그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올린다.
나와 딸의 관계가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졌나 보다. 심각성을 깨닫고 딸에게 글을 읽어보게 하고 나와의 일을 하심 탄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너무 심각하지 않은 일 나의 학대가 아주 악랄한 계모나 방임하는 아빠 같지는 않고 그 당시 나의 히스테리가 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어서 적으면서 한 번 더 반성하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다. 댓글 달아주시고 날 질책하는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한 동안 글을 못 쓸 것 같았는데, 그 질책도 나에게 약이 되리라 생각하고 나는 쓴다. 소화는 나의 몫이다.
나는 쓴다.
오늘은 밥 먹자는 사람이 없어서 퇴근 후 아이들과 소시지 야채 볶음을 해서 맛있게 너무 많이 먹어서 배 두드리면서 글을 쓴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밥 한번 먹게 하지 말게요.
난 밥은 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은 소중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무한테나 주는 게 아니라 끈끈한 끈으로 엮어져 있으면 생기는 게 정이다.
정은 들기도 힘들지만, 끊어내기도 힘들다. 서로 아껴서 사용해야겠다.
“우리 언제 밥 한번 먹게요”
잉~지나가는 말로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