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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Nov 23. 2021

혼자 떠난 남해 여행

남해 이야기~

남해 이야기~

혼자 떠난 남해 여행~    


 보리암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남해 하면 금산 보리암이지. 갔다 온 사람마다 다들 좋다고 극찬하는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그 어떤 경치보다 좋다고들 칭찬을 한다.    

남해 여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 번째로 떠나는 남해 여행. 처음에는 친구와 떠났다. 그때는 남해 옆의 사천 바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느냐고 보리암에 올라가는 것을 챙길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아이들과 함께한 남해 여행은 큰딸의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떠났다가 번잡스럽게 다니다가 보리암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경이라서 너무 늦어서 올라갈 수 없다는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했다. 겨울철이라서 해가 지는 시간이 빨라졌기 때문에 올라가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와야 했다.        



이번 여행은 보리암만 가기로 계획하고 떠났기 때문에 너무 일찍 출발하지 않고 아침에 군산 월명산 산책을 다녀온 후 여행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혼자 먹어야 하는 것이 제일 용기가 필요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다. 아침 겸 점심은 휴게소에서 핫바와 커피로 간단히 해결하고 여행을 즐겼다. 요즘은 고속도로도 빠르게 달리 수 없다. 구간단속구역이 많아서 천천히 달려야 하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안전 운전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예전에 남해 여행을 왔을 때는 통영 간 도로로 와서 사천을 지나서 왔는데, 이번에는 비에 딱 보리암을 쳤기 때문에 다른 방향을 알려주는 똑똑한 내비게이션 남해대교 옆을 지나서 보리암에 도착하였다. 다른 방향으로 오다 보니 그때와 다른 느낌을 받고 조금은 불안감이 있었다. 혼자 여행은 편안함도 있지만, 불안감도 함께 세트로 따라온다. 혼자만의 여행의 첫 단추를 끼여봤으니 나의 혼자만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보리암에 도착하기 전부터 우와~ 감탄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단풍나무가 아닌 색이 바랜 색인데 가을의 단풍나무보다 더 아름다운 조화였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주차장 주차 금액 오천을 내고 주차를 하고 보리암 아래 주차장까지 가는 마을버스 왕복 이천오백 원을 주차장 입구에서 문화재 구역 입장료를 또 천 원을 내야 했다. 문화재 금액이 그나마 적게 냈기 때문에 화가 덜 났다. 마을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계속하니, 나도 조금은 주차비도 아깝고 마을버스비도 아깝고 그냥 조금 기다렸다가 차 가지고 올라갈 걸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들의 계속된 투덜거림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기다리지 않고 차를 놓고 온 것도 우리 선택이었고, 마을버스를 타고 온 것도 우리의 선택이었다. 물론 매표소 아저씨가 밀리고 주차할 공간이 없다는 식으로 유도하기는 했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 몫이었기 때문에 투덜거릴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리암 올라가는 길에 경치는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다리가 많이 아팠지만, 올라갈 때 올려다보는 하늘, 산과 나무는 화를 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살 달콤하게 달래주고 있었다.

보리암에 도착한 암자의 풍경은 많은 등이 있었고, 사람들이 들어가서 기도하고 들여오는 스님의 불경 외우는 소리는 조금은 소란스러웠지만, 높은 암자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우와~ 절로 감탄의 소리가 계속 새어 나왔다.

이래서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다는 소리를 하는구나~. 역시 오기 잘했다.

휴대폰에 아름다운 경치를 계속 담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수의 항일암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아서 멍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고 사색한 공간이 있었지만, 보리암은 사람들이 많고 앉아서 쉴 공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혼자서 멍하니 있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었는데, 나만의 사색할 공간이 없었다.    


    


    

해수 관음 성지 보리암

한국의 해수 관음 성지는 예로부터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항일암을 꼽는다고 한다. 관음 성지는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란 뜻으로 이곳에서 기도 발원을 하게 되면 그 어느 곳 보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잘 받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경치를 보고 구경만 하다가 기도를 하고 오지 않은 게 조금 아쉽지만, 괜찮다 우선 마음이 편안해져서 돌아왔으니 어떤 기도보다 좋은 것이다.    


        

남해바다를 바라본 전망에는 목도, 승치도, 삼여도, 삼불암, 삼불암산, 소치도, 천황산이 내려다보였다. 우리 같은 사람은 다 그 산이 그 산이고, 그 섬이 그 섬이다. 그냥 이쁘다 멋있다. 감탄만 할 줄 알지 안내판에 적어있는 것을 보고 바라보면서 아 저기가 저기구나 찾는 재미도 있다.   

         

아침부터 운동까지 하고 왔기 때문에 다리가 많이 아파서 지쳐있었고, 휴게소에서 먹은 핫바와 커피가 다였기 때문에 몹시 배가 고팠다. 블로그 등에 금산 산장에서 먹는 컵라면 맛이 일품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다리가 많이 아파서 올라갈까 말까 망설이다 올라간 금산 산장에서의 컵라면과 구운 계란은 나의 배고픈 식욕을 달래주었다. 높은 곳에서 먹는 컵라면의 금액은 내 기준으로는 비쌌고 그닥 맛이 일품은 아니었지만, 나를 반겨주는 금산산장의 얼룩 고양이는 천천히 나의 곁으로 와서 음식을 기다렸다. 조금 일찍 오지 다 먹고 난 다음에 와서 라면 한 가닥밖에 주지 못하여 고양이에게 미안하였다. 허기를 달래고 바라보는 경치 또한 아름다웠다.

금산산장에서 라면 먹는 이쁜 커플을 만났다. 인사를 잘하고 자리까지 함께 앉게 해 준 부산 커플을 만났고, 라면 먹고 있는 너무 이쁜 커플을 봐서 몰래 나의 핸드폰 안에 사진을 담아왔다. 나도 저렇게 이쁠 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 그 커플을 정상에 올라갈 때 또 내 앞에서 걷고 있었다. 그 커플이 내 앞에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따라가는 걸까? 금산의 정경은 컵라면 먹을 때도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주었다.     


       

금산의 정산에 오르면서 줄사철나무를 보았다. 바위에 줄기가 붙어서 자라고 있는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상록성 덩굴나무로 사철나무와 닮은 모양이지만, 덩굴처럼 자라기 때문에 줄사철나무라고 한다고 하는 신기한 나무를 발견하였다. 정상에는 망대, 봉수대가 있었다. 봉수대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 또한 정말 아름다웠다. 오기 잘했다. 오기 잘했다를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산을 내려와서 다랭이마을을 향하면서 이쁜 카페를 발견하였다. 화려한 신식 건물의 카페가 아닌 지붕 낮은 집을 개량하여 카페를 차려 놓은 곳을 차를 타고 지나가다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카페와 책방을 하는 것 또한 나의 꿈이다. 그래서 그런 허름한 공간을 멋진 공간으로 만든 곳을 눈여겨보려고 한다. 이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만들었을 것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 펼쳐진 남해의 잔잔함이 너무 좋았다. 예전에 거제도의 섬마을 옆과 해안도로를 달릴 때의 그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이 먹으면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리암을 지나 미국마을을 지나 다랭이마을로 향하는 길은 사천 쪽으로 해서 독일마을을 지날 때 보다 더 잔잔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로망 시골에 작은 집을 구해서 편안하게 책 읽고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이 아름다운 길을 달리면서 더 생각이 들고 시골집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저 시골집은 금액이 얼마나 갈까? 저 시골집을 수리하는 데는 얼마나 돈이 들어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눈호강을 하면서 혼자만의 여행을 즐겼다.   


         

계단식 다랭이마을에 도착하였다. 바다가 있지만, 지대가 높은 곳이라서 배를 부릴 수가 없고 항구를 형성할 수 없는 동네는 늘 먹을 것이 없어서 가난했다는 다랭이 마을은 기계로도 농사를 짓을 수 없고 오로지 사람의 손과 소로만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다랭이 마을은 가난하였다고 한다. 바다에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밥 무덤을 만들어 놓았다는 아내와 어미의 마음인 것 같다.

지금은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져 있다. 관광객이 많이 오고 카페가 생기고 음식점이 생긴 다랭이 마을은 차가 들어가면 돌아서 나오지 않으면 힘들다. 카페 주인이 알려준 길은 여자가 운전해서 나오기 엄청 힘든 꼬불꼬불 골목길 한 번 들어가면 절 때 내 운전실력으로 후진할 수 없다는 점. 식은땀을 쭉 흘리면서 나와야 하는 다랭이 마을의 난코스다.        

    

다랭이 마을에서 박원숙 카페를 만났다. 너무 피곤하였기 때문에 커피 한잔으로 피로감을 풀기 위해서 들어간 카페에는 배우 박원숙이 촬영하면서 읽었던 대본이 쌓여있었고, 박원숙과 연예인들의 사진들이 멋지게 장식되어있었고, 늘정한 고양이가 야외 카페에서 반겨주었다. 웃음을 자아내는 글귀를 발견하였다. ‘임현식 선생님과는 부부가 아니십니다.~’ 나의 혼자 하는 여행은 이렇게 즐길 수 있었다. 여유 있게 책도 읽고 싶어서 가방에 책도 챙겨갔지만, 책을 읽는 여유는 부리지 못하였다. 다음 여행에는 꼭 여유를 즐기는 여행을 만들어야겠다.

       

이번 여행은 만족한 여행이었고, 용기 있는 여행이었다. 아쉬운 점은 음식이 특별한 맛을 못 느꼈다는 점이다. 멸치 쌈밥은 이번에도 역시 내 입맛에는 별로였고, 그래도 멸치회가 부드러웠고,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밥 한 그릇 뚝딱 먹었지만, 멸치회는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좀 더 새콤달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라도 사람들은 어딜 가도 특별히 맛이 있지 않으면, 아쉬워한다. 전라도 음식은 맛깔스럽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저 식욕으로 먹고 온다. 역시 군산 와서 먹은 삼겹살과 소주 한잔이 일품이었다.         


   


세 번째 남해 여행은 나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남해 여행도 좋았고, 아이들이 엄마의 인생 샷 찍어주는 재미도 좋았고, 친구와 함께 수다 떨면서 달콤하게 다녀온 남해 여행도 좋았지만, 혼자 즐기는 남해 여행 또한 역시 좋았고, 행복하였다. 다음 여행은 조금 더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만들어 봐야겠다. 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세상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해야 일들이 많을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나의 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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